수필 410

봄의 향연

봄의 향연. 새봄이 오면 움추렸던 만물이 소생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간다. 꽃피고 새우는 계절이 한바탕 폭풍처럼 지나고 나면 식탁이 풍요로워진다. 오가피 잎. 돈나물. 파김치와 가죽나물. 미나리. 상추와 마늘쫑. 얼갈이 소고깃국에 열무김치. 모두다 봄의 기운을 북돋우는 숨겨진 힘의 원천이다. 양장피에 명품 한잔. 이렇게 봄날의 향연은 시작되는 것이다.

수필 2023.05.09

그림자.

그림자. 어느 날 어느 곳에서 그가 나의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들 내가. 무엇으로 그의 걸음을 막을 수 있으랴. 모두가 한낱 그림자로다. 바람은 그저 자지 않고 길 위에 낙엽을 굴리고 있다. 어제도 잔차타고 김포아울렛 다녀오는길. 등뒤에서 부는 바람에 산타루치아의 돗단배처럼 달리는 자전거. 돌아오는길에 역풍을 가득안고 온다. 정서진 쉼터 가둬둔 물속에서 힘이 넘친 숭어들이 수면위로 뛰어올라 용틀임을 한다. 灣이라는 뜻을가진 BAY주차장에는 차가 가득하다. 한창 봄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새로운 사연을 역어내는 곳. 부는 바람에 구르다 잠시 멈춰서 노니는 곳에 낙엽이 쉼을 부르는 자연스러운 현상. 그림자와 그림자가 겹쳐진 퍼포먼스가 아름답게 펼쳐지리라. 한여름밤의 꿈이 아니라. 봄날의 장자같은 졸음? 아닐..

수필 2023.05.03

저녁먹기

저녁 먹기. 큰손자가 키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머리에 혹이나고 손바닥이 까졌다고 한다. 그래서 안전모와 장갑만 착용해도 넘어져도 다치지 않았을텐데 했더니 킥보드를 버리고 싶다고 한다. 5살 손자가 갑자기 아프다고 한다. 병원에서 수족구병 이라고하는데, 아프니까 그렇겠지만 칭얼대는 수준이. 입안이 헐어서 뭘 먹지도 못한다고 하고.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어제는 다 나아서 어린이집엘 다녀왔다고 그래서 축하겸 식사나 하자고 연락이 왔다. 만나보니 저놈이 여태 아팠던 사람인가 싶게 멀쩡하다. 음식점에 여린이 놀이방이 있어 음식보다 놀기가 바쁘다. 고기를 구워서 먹고.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먹고. 막국수를 먹고. 하여튼 배부르게 먹고나니 이제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한다. 이렇게 스스로 크는것 같아도 더러는 아프고..

수필 2023.04.23

돌아오지 않는. 영화.

돌아오지 않는. 원양어선을 타고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아니 약속을 지키려고돌아왔으나 아내의 결혼식 장면을 보고 오해로. ......이 말을 잊지 않은 나를 용서해줘. 이렇게 오래 우리 둘을 떨어져 있게 한 날 용서해줘. 난 이렇게 생각하곤 했지. 항해하지 않는 배는 필요 없다고 하지만, 이제 알았어. 톰. 돌아갈 항구 없이 영원히 바다를 떠도는 배 같은 삶은 정말 헛된 삶이라는 걸. 난 당신을 잊은 적이 없어 톰.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남편의 마지막 편지를 받고 화가나서 읽지않고 버린다. 그걸 아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아내 톰은 죽는순간 손자가 읽어주는 남편의 편지를 들으면서 죽는다. 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쯤으로 알았는데,

수필 2023.04.07

기다리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일본소설을 읽다가 문득 생각난 학창시절에 같이 앉아서 공부하던 우리들은 기택이가 열차통학권을 들여다 보면서 어떻게 하면 감쪽같이 날짜를 수정할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게 생각났다. 사소한것. 그게 고민의 전부였는데. 허구헌날 노트에 악보를 외우기 위해 콩나물 대가리를 그리던. 아침부터 서둘러서 밥먹고 기차타고 걸어서 학교가고, 끝나면 악기불고 학원가고 운동가고 다시 집으로 가야하는 와중에 또 그 위대한 연애까지 팔방미인 역할을 하던 대단한 친구. 이제는 KTX 타고 편하고 빠르게 다니는 모범시민이 된 지금에서도 항상 바쁘고 열심히 사는걸 모르모토로 삼는 사람. 아마도 남원에 비행장이 있다면 시간 절약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비행기를 타고 다니리라.

수필 2023.04.05

봄봄

봄. 그리고 소생. 지난겨울 머릿속은 온통 텃밭에 가있다. 언젠가는 파야지. 단조로 만든 삼지창. 참 그녀석 쓸만하다. 힘껏 땅에 박고 제끼면 뒤집어지는 흙덩이. 나무로 만든 자루였다면 벌써 몇개는 부러졌을 것을. 숙면하고 나온 각종 벌레와 길고 굵은 왕지렁이들. 자세히 보면 마치 바늘이 올라오듯 이제 막 싹이터서 모여있는 잡초들. 하루이틀사흘. 그렇게 한노동의 댓가로 파고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비닐과 부직포로 덮고. 온몸이 부서져라 노동을하고 지친 허리와 퉁퉁부은 손. 부시시한 얼굴로 작년에 못캐고 남은 더덕 몇개가 식탁에 올랐다. 비가 온다는데 뭘 심을까 구상이 많다.

수필 2023.04.03

상림

상림 숲을 거닐며. 친구생각이 난다. 함양여중과 여고. 그리고 만났던 사람. 어린시절을 돈으로 살수는 없지. 인연이라는 것.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존귀해 지는것. 흐르는 물소리와 떨어지기 시작한 벚꽃잎이 어우러지는 징검다리를 건너 이만큼 세월이 흘렀다. 행사장에서 뒤에 있던 여성분이 한걸음씩 진행될때마다 자꾸만 부딪혀 온다. 이심으로 전하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는걸까? 그러면서 친구가 만났다던 과거가 소환되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똥그렇게뜬 눈과 작은 키와 크지않은 가슴에 날도 더워서 살짝 땀방울에 뜬 화장까지. 돌아보면 살짝 띄우던 미소까지. 우리는 말없이 헤어졌어요.

수필 2023.04.03

맛있는 인생.

여행은 맛있는 인생. 첫날은 소고기 육회비빔밥에 같이 나온 선지국으로 행복한. 둘째는 백반정식인데 시원한 생선국에 갈치구이. 셋째는 초밥에 회덮밥. 넷째는 오리구이와 삼겹살에 강된장에 비벼먹고. .... 기택이 집에서 뽑아온 바로 담은 파김치에 처음 나온 부추에 새우넣은 부추전. 그리고 손으로 잡고 뜯는 갈비에 마늘싹 무침과 민들레 무침과 알배기배추에 미나리 생강과 무우와 배를 넣고 잘 삭힌 물김치에 동동주 한잔. .... 그리고 저녁에 은명이가 보내준 생선회에 복분자 한잔. 배터지게 먹은 저물어가는 일요일.

수필 2023.04.03

여행.

여기저기 여행을 했다. 하동에 벚꽃을 낮에는 봤지만, 밤에 피는꽃을 보고싶었고. 밤중에 구불구불 이어지는 광양가는 길에는 가로등이 없었다. 구봉산전망대도 가보고. 이순신대교거쳐 여수에서 해안을 따라 3군데의 해수욕장도 보고. 마지막으로 언젠가 갔던 만성리해수욕장과 중국인들이 수작업으로 뚫었다는 만성리터널도 건넜다. 옛연인과 함께가서 추억을 만들던 진남관은 보수중이었고. 근처 이순신광장과 시장에서 식사를 하는데, 어머니의 손맛같은 음식을 먹었다. 너무나도 입맛에 맞아서 남편이 배를 타는지 물었더니 환경쪽 일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식이라면 술께나 드실거라고 했더니, 역시 술이 고래라고한다. 안주가 좋으면 술은 자동이리라. 옛날 장터백반. 딱 그맛이다. 고흥 팔영대교를 거쳐서 하는과 땅 사이에는..

수필 202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