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410

모란기행.

모란기행.그냥. 이름 만으로도 모란시장엘 가고 싶었다.길은 삼백리.오라는 이 없어도물따라 흐르다보면 갈수 있는 곳.왠지 어린시절 꿈을 잡을듯 하여오늘은 반포. 잠원. 송파를 지나 탄천. 그 언저리로 갑니다.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삼백리 남도 삼백리 술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모란시장에 도착.한바퀴 휘둘러 보는데꽃시장, 옷시장. 먹거리. 공산품에 흐트러지게 널려있는 그 갖은 상품들마침한 중참시간그러나 먹지 못했다.모두들 삼삼오오 그룹이 아니면 단짝이 행세.그래서 둘러보는데.'오빠 우리 영원히 잊지말자.''그래 죽어서도 그렇게 살자.'한잔술이 그토록 강한 힘일. 줄이야.아! 나는 홀로 끼일 틈이 없구나.둘러보다 마침 한가게.풍란을 판다.20년 전이나 같은 가격.발길..

수필 2025.03.09

내가 격은 양봉이야기.

양봉 이야기.아주 오래전에 난 양봉하는 사람을 따라가 일을 한적이 있다. 물론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겉핥기식에 불과 하겠지만, 나로서는 매우 큰 한휙을 긋는 좋은 인생공부를 한 셈이다.양봉은 꽃피는 계절을 따라서 움직인다.제주의 노란 유체꽃부터 아카시아와 밤꽃, 그리고 싸리꽃등 자연 야생화를 꿀 빨며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한해 꿀 수확이 되는 것이다.벌통을 차에다 옮겨 싣고 이동해서 자리를 잡을때 그 땅의 주인쯤 되는 사람이 찾아와 임대료 협상부터, 자리를 잡고 벌통을 놓고 정리하고 사람이 기거할 텐트까지 치고나면 그때부터 그 자리의 자연주인인 독사등 뱀과 개구리, 두꺼비, 말벌과의 전쟁이 시작된다.그중에서도 두꺼비가 가장 강적인 이유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벌통에 잠시만 한눈을 판다면 출구 앞에서 벌통의 ..

수필 2025.02.17

깨달음의 순간.

떨어지는 낙엽에 깨달음을....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산길을 올라 월정사에서 쉬고자 처마아래 마루에서 쉼을하고 물한잔 마시면서 부처님의 진사사리를 모셨기에 불상이 없다는 안내문에 잠깐 하늘을 보고.마루청에서 아래에 쌓아둔 화목을 보니, 이건 산에서 죽은 나무를 잘라온 것이 아니라 예전의 목재로 지어진 대들보나 세가레등을 패서 모아둔 것이어서 정성을 다해 그렸던 화공의 솜씨가 그대로 남아있는 잔여물이었던 것.길옆에 얼음 속에서도 굵은 물줄기가 주야로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소임을 다한 절간의 폐목은 저렇게 온 몸을 태워 재로 남고 연기로 환생을 하는구나!여기서 드는 생각. 예전에 수백년 전에 유명한 서화가가 남겼다는 현판이나 주련의 글씨들도 저렇듯 시간 속에 공수레공수거로 연기로 변하고 말았던 듯 하여 잠..

수필 2025.02.01

경계선.

경계선.아주 오래된 이야기인데, 농사짓던 논을 어느날인가 경지정리해서 절대농지로 만들었다.그리고 50년쯤 흘렀다.몇년전에 이웃하는 하우스 농사짓는 사람이 땅에 대한분쟁에 불만을 가지고 경계측량을 했는데, 뒤쪽에 10센티와 앞쪽에 20센티정도 자기네 땅이 들어갔다며 땅을 내 놓으라고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타지인들이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 관계로 이해와 타협이 아니라 모두가 법적 분쟁으로 해결을 요청하는 판이라 전연 대화가 되지 않는 판이다.그래서 당장 하우스를 옮길수 없으니 옮기는 그날까지 매년 20 만원씩 도지세를 주기로 약속하고 계약서를 썼다. 해가 지나고 연락이 와서 이야기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하우스를 빼주던지 30만원으로 시세조정을 하자고 한다. 동네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수필 2025.01.21

보일러.

보일러.가끔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은근한 수를 쓰는 사물들이 있다.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건조기, 선풍기와 아주 작은 충전기나 뭐 그런것들이 자꾸만 하소연을 한다.물론 한번 태어난 생은 언젠가는 죽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모든것들은 '기대수명'이라는 것을 은근히 믿는 구석이 있는데, 이게 터무니 없이 적거나 갑작스런 사망으로 마감할때는 다시한번 생각에 잠기게 된다.내 생에 그토록 애착스러웠던 물건은 무엇이었는지? 또 잊지못하는 인연은 누구였는지?10년된 안마기. 기능은 멀쩡한데 표피비닐이 끈적이면서 떨어져 손에도 묻고 바닦도 지져분해서 천으로 새로 옷을지었다.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이럴때 심기를 건드리는 녀석이 보일러다. 처음보일러 교체 시기는 몇년 되지도 않았는데, 가장 춥다는 바로..

수필 2025.01.11

아홉 수.

아홉 수.헬스장에서 만나는 여든아홉 되신 선배님.어떤 후배가 말하였다.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그러자 아홉수는 걱정되지 않아.이렇게 살아서 하루하루 운동 나오는 게 좋을 뿐이야.척추관협착증으로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파서 잠을 못 이루고 뒤척 일 때.내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하나 하는 마음도 있지만,병원에 가도 나이가 많아서 수술해주지 않는다 그래.늙어서 마취 후에 깨어나지 않을 것이 걱정된다고.의사들은 문제가 될 환자.이 사람 저사람 다 피한다고.그래도 여기 후배님들 만나서 운동하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이게 나의 즐거운 낙일 뿐이야.하루하루 살아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해.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나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인생을 달관 하신 선배님의 생각.오늘도 하나 배워 갑니다.

수필 2025.01.04

영화 카지노.

영화 카지노.지금까지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는 카지노 영화를 한 열번 이상 봤는데.티비에서 봐서 이야기가 이어지지도 않고 결론이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는데,오늘 3시간을 투자해서 다 봤는데, 최민식이 나오는 카지노에서 갈대밭에 묻는 장면과 암살하는 장면 등등이 안정효의 소설 헐리우드 키드에서 이야기한 잘 된 장면만 짜깁기를 한다는 걸 실감하는 시간.근본이 안되었던. 그 여인은 마약과 술에 쩔어 14살에 만났던 그 남자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십만 달러와 보석 십만달러를 6개월 만에 탕진하고 마약중독으로 사망한다는 설정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들린다.마지막 나레이션이 "아이들이 해적선에 빠져서 놀때 부모는 아이들의 학비와 월세와 집값을 카지노에서 날린다"는 도박의 세계라는..... 결국 무일푼으로.

수필 2024.12.26

남들은 가지 않은 길.

남들은 가지 않은 길. 출렁다리를 건너고 혼자 호젓한 낭만을 곱씹으면서 조금 높은 곳은 이미 정원의 꽃이 다 졌다.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진 거리. 흠뻑 쏟아지는 가을 햇살 만큼이나 자유스런 걸음걸이. 그 만큼의 여유가 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시간. 흙먼지 하나 묻을 여유없이 깔끔하게 새로 건설된 길. 데크로 혹은 철판으로. 더러는 삼삼오오 지인들과의 새참시간. 나도 허기에 싸온 밥에 반주한잔. 갑자기 한두방을 떨어지는 빗방울에 서둘러 하산길을 잡는데, 하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빠른 길. 다른 하나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야자메트로 걷는 길. 천천히 하산길로 내려서면서 보니 사람들의 흔적이 드문 이끼로 가득한 길이 펼쳐진다.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 매트위에 떨어져있는 알밤들. 하나둘 줍다보니 바..

수필 2024.10.23

기억의 오류.

기억의 오류. 김훈작가의 책. "자전거 여행" 과 "라면을 끓이며" 두권을 읽었다. 내용중에 술에관한 단상이 나오는데, 과음한 후의 후회와 속쓰림의 정도를 솔직하고 설사 까지의 과정을 제법 그럴듯하게 그려낸 것을. 다시 읽으려고 뒤적거리며 찾았으나 그 장면을 찾지 못했다. 나도 한때 젊음의 과신이라고 술을 폭음으로 현실의 불만에 대한 탈출구가 마치 술독속에 있는것으로 혹은, 젊다는 것의 시험대가 술을 많이 마셔서 타인보다의 우월하다는 것의 증빙을 삼으려는 작태를 버리지 못한때가 있었다. 다 나이들어보면 안다. 그게 다 철없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작가는 말한다. 많은 술을 마셨다고. 경험상으로 말하면 '술은 체력으로 마신다' 어느 정도에서의 포기인가는 자신의 욕심에 있는것이 아니라 체력의 한계까지 끌고가면..

수필 2024.10.21

헬스장 형님.

헬스장 형님. 언젠가 나에게 물었다. 월남 갔다 왔어요? 아니요. 저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아요. 나는 월남 파병되었을 때에 원래 1년인데 장기 지원해서 하사관으로 2년 근무하고 왔어요. 대단하십니다. 그럼 연금은 얼마나받아요? 고엽제 수당 안준다고 해서 소송해서 다 받아냈어요. 그래서 합하면 140정도 됩니다. 연세가? 46년생 입니다. 지금 일반적으로 먹는 약도 없어요. 건강관리가 탁월 하십니다. 평가를 해보면. 그렇게 큰키는 아니지만, 단단한 체구에 뼈와 근육 만으로 이뤄진 강골체형이라 기구운동도 평행봉과 철봉과. 그 연세에 자유롭게 구사하는 능력자입니다. 어느날인가 내가 벤치 160을 들고 있는데 한마디. 하십니다. 나도 저렇듯 힘쓸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인생 다 가고 구경만하는 신세가 되었..

수필 202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