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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넘이 마을의 개. 황순원 作

목넘이 마을의 개. 황순원 作.어디를 가려도 목을 넘어야 했다. 남쪽 만은 꽤 길게. 굽어든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 했다. 그래 이름지어 목넘이 마을이라 불렀다.지나가는 길손 중의 하나가 어느해 봄철 두고간 개. 방앗간에 뽀얀 먼지 앉은 풍구. 밑을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절룩거리면서 배가 흘쩍 달라붙은 떠돌이 개. 어쩌면 서북간도 가는 나그네가 버리고 간 개가 아닐까?.신둥이 몸에 물든 황토색은 저 아랫녘 황토빛이다.그 동네에 살고있는 동장네 검둥이. 작은 동장네 바둑이. 그들의 구유에 남은 밥알들을 얻어먹는 신둥이. 그것은 암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초복이 오기전. 검둥이와 바둑이는 개장국이 되어 술안주로 마감했다.신둥이를 미친개로..

독후감 2025.02.21

📚 카인의 후예. 황순원 作.

카인의 후예. 황순원 作.해방전후라는 소설을 쓴 이태준이라는 작가가 일제시대의 그 악랄했던 횡포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카인?.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그 이야긴가 하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해방 직후에 비행기에서 뿌려지는 삐라.죽은듯 잠잠하던 집들에서 남녀노소가 몰려나와 줍기에 바쁜것. 일본인의 생명과 재산을. 절대 보장한다는 내용. 여태까지의 긍지와 체면은 없고 실낱같은 희망을 건 겁먹은 얼굴들.시골 들길에서 파랗게 깎은 머리에 수건을 동이고 얼굴엔 숯검정을 칠하고 남자처럼 변장한 일본 여자들.황순원은 그 유명한 소설'소나기'로 각인되는 봄날. 먼산 아지랑이 같은 그리움으로 대표되는 작가다.주인공인 박훈과 그 상대인 오작녀가 펼치는 러브 스토리가 잡힐듯 아스러지는 미묘함을 그려낸..

독후감 2025.02.20

📚 봄날은간다. 이윤기 作.

봄날은간다. 이윤기 作.신학대학을 다니다 중퇴하고 소설가가 된 화자.시골로 작업실을 옮기고 천여평의 빈터가 남는다.그리고 나이들고 농사를 짓지못해서 묵혀둔 땅 천 평도 삼십년의 계약으로 빌린다. 나무를 심기로 마음먹고 찾아간 양재동 나무시장에서 대학선배를 삼십년만에 다시 만난다.느티나무. 은행나무. 목련. 대나무를 심고자한다.그러자 대나무는 수목한계선이 서울이라 안된다고 한다.경제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하자 그럼 왜 심느냐고 한다. 그냥 나무가 좋다!."백 년, 이백 년 세월이 흐르면 볼만해지지 않겠어요?""천년 이천년 세월이 흐르면 더 볼만해질 테지. 좋다. 시간에다 다는 방울 같은 것이다. 나무라는 것이." "시간에 방울을 달아 놓으면, 설사 그것이 쇠 방울이라 할지라도 세월을 어찌 보내느냐에 ..

독후감 2025.02.17

내가 격은 양봉이야기.

양봉 이야기.아주 오래전에 난 양봉하는 사람을 따라가 일을 한적이 있다. 물론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겉핥기식에 불과 하겠지만, 나로서는 매우 큰 한휙을 긋는 좋은 인생공부를 한 셈이다.양봉은 꽃피는 계절을 따라서 움직인다.제주의 노란 유체꽃부터 아카시아와 밤꽃, 그리고 싸리꽃등 자연 야생화를 꿀 빨며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한해 꿀 수확이 되는 것이다.벌통을 차에다 옮겨 싣고 이동해서 자리를 잡을때 그 땅의 주인쯤 되는 사람이 찾아와 임대료 협상부터, 자리를 잡고 벌통을 놓고 정리하고 사람이 기거할 텐트까지 치고나면 그때부터 그 자리의 자연주인인 독사등 뱀과 개구리, 두꺼비, 말벌과의 전쟁이 시작된다.그중에서도 두꺼비가 가장 강적인 이유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벌통에 잠시만 한눈을 판다면 출구 앞에서 벌통의 ..

수필 2025.02.17

📚 가을여자.

가을여자 속 오정희 作 급성 간염 진단을 받은 남편이 입원한 지 스무날만에 거짓말 같이 세상을 뜨자 서른두 살 그녀는 졸지 어린 두 아이들을 거늘인 미망인이 되었다. 비탄과 슬픔과 원망으로 첫 해를 보내고 두 해째 접어들자 살아야 한다는 진리가 무서운 현실로 다가왔다. 그녀는 일을 시작했다. 갖가지 레이스 뜨게 장식품을 만들어 수예점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남달리 눈썰매와 손재주가 있어 뜨개질과 수놓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친구나 친척들의 경사에 자신의 작품을 선물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이제 그것이 생업이 되어야 하는 현실에 가끔은 서글퍼지곤 했으나 그럴 때마다 자신의 쓸모없고 소모적인 감상을 비웃듯 더욱 맹렬히 일에 매달렸다.아파트에 빈터에서 굴렁쇠를 굴리는 청년과 그를 뒤따라가며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

독후감 2025.02.10

깨달음의 순간.

떨어지는 낙엽에 깨달음을....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산길을 올라 월정사에서 쉬고자 처마아래 마루에서 쉼을하고 물한잔 마시면서 부처님의 진사사리를 모셨기에 불상이 없다는 안내문에 잠깐 하늘을 보고.마루청에서 아래에 쌓아둔 화목을 보니, 이건 산에서 죽은 나무를 잘라온 것이 아니라 예전의 목재로 지어진 대들보나 세가레등을 패서 모아둔 것이어서 정성을 다해 그렸던 화공의 솜씨가 그대로 남아있는 잔여물이었던 것.길옆에 얼음 속에서도 굵은 물줄기가 주야로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소임을 다한 절간의 폐목은 저렇게 온 몸을 태워 재로 남고 연기로 환생을 하는구나!여기서 드는 생각. 예전에 수백년 전에 유명한 서화가가 남겼다는 현판이나 주련의 글씨들도 저렇듯 시간 속에 공수레공수거로 연기로 변하고 말았던 듯 하여 잠..

수필 2025.02.01

풍류.

풍류. 풍류라는 것은 제가 가꾼 뒤꼍 대체 채마밭에서 아침이슬을 함뿍 받고 열린 외를 따서 안주로 하여 소주 한 잔을 든다든가, 풀어놓은 소를 타고 돌아오며 퉁소라도 한 가락 분다든가, 사이참을 들다가 논두렁에서 농주에 흥이 나서 꽹매기라도 한 가락 돌린다든가, 글 읽던 밤에 달이 떠 있는 우물물을 깨뜨리고 정갈하게 시원한 냉수를 뜨며 마당가에서 잠시 바람을 쏘인 다든가, 이를테면 물이 맑아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담그는 그런 것이다.황석영의 장길산을 읽는 중에 가장 뛰어난 문장을 찾아 즐긴다든가. 풍류란 그런 것이다.

독후감 2025.01.21

경계선.

경계선.아주 오래된 이야기인데, 농사짓던 논을 어느날인가 경지정리해서 절대농지로 만들었다.그리고 50년쯤 흘렀다.몇년전에 이웃하는 하우스 농사짓는 사람이 땅에 대한분쟁에 불만을 가지고 경계측량을 했는데, 뒤쪽에 10센티와 앞쪽에 20센티정도 자기네 땅이 들어갔다며 땅을 내 놓으라고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타지인들이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 관계로 이해와 타협이 아니라 모두가 법적 분쟁으로 해결을 요청하는 판이라 전연 대화가 되지 않는 판이다.그래서 당장 하우스를 옮길수 없으니 옮기는 그날까지 매년 20 만원씩 도지세를 주기로 약속하고 계약서를 썼다. 해가 지나고 연락이 와서 이야기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하우스를 빼주던지 30만원으로 시세조정을 하자고 한다. 동네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수필 2025.01.21

📚 장길산 1.광대<재인말>. 황석영作

장길산 1.광대 "거참 통쾌한 말이로구나. 사나이가 인정하고 의리 빼면, 귀 빼고 좆 뺀 당나귀 아니라우."" 그냥 헤어지려니 목이 말라서 안되겠군." "여기에 거 술 좀 가져오게. 이별주가 없을 수 있나." 그들은 강변 자갈에 털퍼덕 주저앉아 화주 한 병을 털어붓기 시작했다. 박대근이 허공을 한참 올려다보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아우님들 내 옛말 하나 하고 가리다."" 옛말 조오치."" 일찌기 한양 땅에는 일 않고 놀고 먹고 좋은 입성에 허우대만 멀끔하여 약간의 입담재조와 계집 후리는 솜씨를 가지구서 기생년들 기둥서방이나 하는 놈들이 무수하게 있소. 기중에는 내 아는 오입 쟁이 한 녀석이 있었는데 이자가 다방골에서 서문 밖 홍재원, 남문 밖 잰배들(紫岩)에 이르기까지 한 집 건너 두 대문 세 기방에 드..

독후감 2025.01.12

보일러.

보일러.가끔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은근한 수를 쓰는 사물들이 있다.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건조기, 선풍기와 아주 작은 충전기나 뭐 그런것들이 자꾸만 하소연을 한다.물론 한번 태어난 생은 언젠가는 죽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모든것들은 '기대수명'이라는 것을 은근히 믿는 구석이 있는데, 이게 터무니 없이 적거나 갑작스런 사망으로 마감할때는 다시한번 생각에 잠기게 된다.내 생에 그토록 애착스러웠던 물건은 무엇이었는지? 또 잊지못하는 인연은 누구였는지?10년된 안마기. 기능은 멀쩡한데 표피비닐이 끈적이면서 떨어져 손에도 묻고 바닦도 지져분해서 천으로 새로 옷을지었다.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이럴때 심기를 건드리는 녀석이 보일러다. 처음보일러 교체 시기는 몇년 되지도 않았는데, 가장 춥다는 바로..

수필 202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