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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순간.

떨어지는 낙엽에 깨달음을....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산길을 올라 월정사에서 쉬고자 처마아래 마루에서 쉼을하고 물한잔 마시면서 부처님의 진사사리를 모셨기에 불상이 없다는 안내문에 잠깐 하늘을 보고.마루청에서 아래에 쌓아둔 화목을 보니, 이건 산에서 죽은 나무를 잘라온 것이 아니라 예전의 목재로 지어진 대들보나 세가레등을 패서 모아둔 것이어서 정성을 다해 그렸던 화공의 솜씨가 그대로 남아있는 잔여물이었던 것.길옆에 얼음 속에서도 굵은 물줄기가 주야로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소임을 다한 절간의 폐목은 저렇게 온 몸을 태워 재로 남고 연기로 환생을 하는구나!여기서 드는 생각. 예전에 수백년 전에 유명한 서화가가 남겼다는 현판이나 주련의 글씨들도 저렇듯 시간 속에 공수레공수거로 연기로 변하고 말았던 듯 하여 잠..

수필 2025.02.01

풍류.

풍류. 풍류라는 것은 제가 가꾼 뒤꼍 대체 채마밭에서 아침이슬을 함뿍 받고 열린 외를 따서 안주로 하여 소주 한 잔을 든다든가, 풀어놓은 소를 타고 돌아오며 퉁소라도 한 가락 분다든가, 사이참을 들다가 논두렁에서 농주에 흥이 나서 꽹매기라도 한 가락 돌린다든가, 글 읽던 밤에 달이 떠 있는 우물물을 깨뜨리고 정갈하게 시원한 냉수를 뜨며 마당가에서 잠시 바람을 쏘인 다든가, 이를테면 물이 맑아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담그는 그런 것이다.황석영의 장길산을 읽는 중에 가장 뛰어난 문장을 찾아 즐긴다든가. 풍류란 그런 것이다.

독후감 2025.01.21

경계선.

경계선.아주 오래된 이야기인데, 농사짓던 논을 어느날인가 경지정리해서 절대농지로 만들었다.그리고 50년쯤 흘렀다.몇년전에 이웃하는 하우스 농사짓는 사람이 땅에 대한분쟁에 불만을 가지고 경계측량을 했는데, 뒤쪽에 10센티와 앞쪽에 20센티정도 자기네 땅이 들어갔다며 땅을 내 놓으라고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타지인들이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 관계로 이해와 타협이 아니라 모두가 법적 분쟁으로 해결을 요청하는 판이라 전연 대화가 되지 않는 판이다.그래서 당장 하우스를 옮길수 없으니 옮기는 그날까지 매년 20 만원씩 도지세를 주기로 약속하고 계약서를 썼다. 해가 지나고 연락이 와서 이야기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하우스를 빼주던지 30만원으로 시세조정을 하자고 한다. 동네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수필 2025.01.21

장길산 1.광대<재인말>. 황석영作

장길산 1.광대 "거참 통쾌한 말이로구나. 사나이가 인정하고 의리 빼면, 귀 빼고 좆 뺀 당나귀 아니라우."" 그냥 헤어지려니 목이 말라서 안되겠군." "여기에 거 술 좀 가져오게. 이별주가 없을 수 있나." 그들은 강변 자갈에 털퍼덕 주저앉아 화주 한 병을 털어붓기 시작했다. 박대근이 허공을 한참 올려다보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아우님들 내 옛말 하나 하고 가리다."" 옛말 조오치."" 일찌기 한양 땅에는 일 않고 놀고 먹고 좋은 입성에 허우대만 멀끔하여 약간의 입담재조와 계집 후리는 솜씨를 가지구서 기생년들 기둥서방이나 하는 놈들이 무수하게 있소. 기중에는 내 아는 오입 쟁이 한 녀석이 있었는데 이자가 다방골에서 서문 밖 홍재원, 남문 밖 잰배들(紫岩)에 이르기까지 한 집 건너 두 대문 세 기방에 드..

독후감 2025.01.12

보일러.

보일러.가끔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은근한 수를 쓰는 사물들이 있다.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건조기, 선풍기와 아주 작은 충전기나 뭐 그런것들이 자꾸만 하소연을 한다.물론 한번 태어난 생은 언젠가는 죽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모든것들은 '기대수명'이라는 것을 은근히 믿는 구석이 있는데, 이게 터무니 없이 적거나 갑작스런 사망으로 마감할때는 다시한번 생각에 잠기게 된다.내 생에 그토록 애착스러웠던 물건은 무엇이었는지? 또 잊지못하는 인연은 누구였는지?10년된 안마기. 기능은 멀쩡한데 표피비닐이 끈적이면서 떨어져 손에도 묻고 바닦도 지져분해서 천으로 새로 옷을지었다.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이럴때 심기를 건드리는 녀석이 보일러다. 처음보일러 교체 시기는 몇년 되지도 않았는데, 가장 춥다는 바로..

수필 2025.01.11

아홉 수.

아홉 수.헬스장에서 만나는 여든아홉 되신 선배님.어떤 후배가 말하였다.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그러자 아홉수는 걱정되지 않아.이렇게 살아서 하루하루 운동 나오는 게 좋을 뿐이야.척추관협착증으로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파서 잠을 못 이루고 뒤척 일 때.내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하나 하는 마음도 있지만,병원에 가도 나이가 많아서 수술해주지 않는다 그래.늙어서 마취 후에 깨어나지 않을 것이 걱정된다고.의사들은 문제가 될 환자.이 사람 저사람 다 피한다고.그래도 여기 후배님들 만나서 운동하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이게 나의 즐거운 낙일 뿐이야.하루하루 살아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해.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나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인생을 달관 하신 선배님의 생각.오늘도 하나 배워 갑니다.

수필 2025.01.04

두드림

두드림.너와나의 사이를 연결하려고 가슴이 뛰고인정받고 싶어서 인정하고 싶어서 마구 두들겨 대던 심장소리.철모르고 피었던 명자 꽃 관심받고 싶었으나 추워서 얼어버린 꽃.그래 그렇다 치자아직 피지 못하고 꽃망울에 묻힌 너의 꿈은 뭐냐?12월이 그렇게 호락한 세월은 아니건만붉은 마음으로 한세상 보려했던 너낙화마져 허락되지 않은 동결상태.그 누구를 향한 두드림이었던지?사랑.그것도 아쉬움만 가득 피어난 명자 꽃.

시어 2024.12.27

영화 카지노.

영화 카지노.지금까지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는 카지노 영화를 한 열번 이상 봤는데.티비에서 봐서 이야기가 이어지지도 않고 결론이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는데,오늘 3시간을 투자해서 다 봤는데, 최민식이 나오는 카지노에서 갈대밭에 묻는 장면과 암살하는 장면 등등이 안정효의 소설 헐리우드 키드에서 이야기한 잘 된 장면만 짜깁기를 한다는 걸 실감하는 시간.근본이 안되었던. 그 여인은 마약과 술에 쩔어 14살에 만났던 그 남자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십만 달러와 보석 십만달러를 6개월 만에 탕진하고 마약중독으로 사망한다는 설정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들린다.마지막 나레이션이 "아이들이 해적선에 빠져서 놀때 부모는 아이들의 학비와 월세와 집값을 카지노에서 날린다"는 도박의 세계라는..... 결국 무일푼으로.

수필 2024.12.26

어떤 날. 하루.

하루.낮에 하루종일 책을 보고, "노고단" 4권 짜리와 "남원성"이라는.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수탈과 징용 그리고 해방과 제주 4.3사건. 이어진 진압군의 임무를 띤 연대단위가 공산당에 선동으로 여순반란군으로 변해서 구례를 배경으로 하는 빨치산과 토벌대의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구례군의 각 면과 노고단으로 도망간 전쟁이야기가 민간의 피해를 입히는 사연으로 펼쳐진다.이어진 남원성에서는. 정유년 추석무렵의 남원성을 지키던 민관군의 이야기가 일본인 승려가 참전하면서 쓴 기록을 토대로 작성되어 되도록이면 상세하게 집필된 책이다.사람이 죽으면 전리품으로 코를 베어가 일본 교토에 있다는 조선인 코무덤과 풍신수길이 말년에 정신병으로 남원성이 허물어지자 바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내가 자란 고장이라 어릴적 기억..

독후감 2024.12.21

📚 결혼은 세번쯤 하는게 좋아. 고요한作.

📚 결혼은 세번쯤 하는게 좋아. 고요한作.한국에서 이것저것 도전하다 삶의 길을 찾아 뉴욕으로간다. 한국어 교사를 원한다고 해서 400만 원을 송금했으나 그게 사기라는 것을 미국에 도착하고 알았다. 아버지의 일은 맨하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플라스틱 모조품을 관광객에게 파는것. 그러다 교통사고로 죽고 홀로 떨어진 데이비드 장은 불법체류자가 된다. 그리고 10년.39살의 장인수.닥치는데로 일을 했으나 약점을 잡힌 상태에서 정상인보다 임금은 적었다. 돌고돌아 "스너글러"라는 직업으로 외로워 잠못드는 사람을 안아서 재워주는 직업을 하다가 두번의 결혼을 경험한 마거릿과의 결혼을 추진하던 중에 그녀의 아들이 끈질긴 방해를 받는다." 결혼이란 내 외로움을 상대가 안아주는 게 아닐까? 그리고 상대의 외로움을 내가..

독후감 202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