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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 눈사람. 최윤作. 1992.

📚 회색 눈사람. 최윤作. 1992.우리가 '절망의 시대'라고 통칭하던 시간과 공간이 있었다.오래된 신문기사 중.엄마는 이모에게 맞기고 미군 운전병을 따라 미국으로 갔고,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해 검정고시로 간 대학입학금을 위해 이모가 이모부의 병원비를 위해 땅판돈을 훔쳐 달아난 처지. 분에 넘치는 학교. 등록과 휴학을 번갈아 하다가 알렉세이 아스타체프의라는 중고책과 헌책방에 매개로 어정쩡 하게 인쇄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밤에 피는 꽃처럼, 밤에만 돌아가는 인쇄소. 비밀하게 찍어내는 책. 완성되기 전에 급습을 당한다.갑작스럽게 도착한 엄마의 편지.그리워한것은 아니지만, 발작적으로 보낸편지로 초청장과 여권신청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받은 여권.인쇄소의 모든 사람들이 흩어진 뒤. 김희진이라는 조금 섬뜩한 아..

독후감 2025.04.07

📚 세월. 정지아 作. 2008.

📚 세월. 정지아 作. 2008.치매걸린 노인이 개나리 앞에 웅크리고 앉아 짧아지는 봄빛을 아쉬워하는 그림이 그려진다.치매걸린 남편 앞에서 아낙의 한없는 넋두리를 풀어낸다.야학을 갔다고 작대기로 두둘겨 패는 아버지. 홀연히 나타나 색시로 달라는 남편. 야밤도주해서 일본에가서 원없이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에 탈출을 시도하다가 잡혀서 머리깍고 족두리쓰고 시집온 아낙. 공부하고 싶다는 말에 책한권 던져줘서 첫날밤에 가갸고교를 배우던 아낙.남편은 혁명전사로 평등한세상을 만들어보겠다고 산으로가고, 임신과 출산으로 아기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애를 업고 토벌대에 쫓겨서 산으로 눈길을 헤치고 갔으나 애는 죽고만다.남편의 옥바라지로 서글픈 세상.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냉정한 남편이 제일서럽다. 오공오 털실로 짠 옷..

독후감 2025.04.02

📚 순정. 정지아 作. 2008.

📚 순정. 정지아 作. 2008.배강우. 머슴의 자식. 할아버지도,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종이었으며, 대를 물려 축적되어온 나약하고 순종적인 성품 때문인지 그는 그 질긴 업을 사는 일이 다 그러려니,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가난때문에 16살에 14연대에 입대하였고, 성품때문에 2700명 중의 하나인 반란군이 되었고,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쫓기고 배고프고 지쳐서 죽던 동료들 사이에 식량을 구하러 간다고 하자 마지막 남은 쌀 한줌을 내주던 이현상사령관. 가슴까지 차오르던 눈길을 헤치고 7키로를 걸어서 살던 동네에 도착. 하염없이 울다 지쳐서 잠들었던 그가 깨보니 순경인 당숙과 부모가 그를 붙잡았다.자수만 하면 감옥에도 안가고 살려준다고 한다.떠나기 전에 이현상은 말한다. "강우야, 살길을 뿌리치지 마라"..

독후감 2025.03.31

역풍. 🚲는 달린다.

역풍. 🚲는 달린다.지난 겨울은 몹시 추웠다.나이들어 가는 것이라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게을러지는 단계일 뿐이다.예보를 보니 초속 십미터로 분다는 서풍.며칠동안 바람을 타고 산불이 날아다녔다고 뉴스를 장식을 했다. 임업을 전공한 나로서도 약간의 지식은 있는데, 산불이 나면 방화지대를 설정하고 풍속과 확산속도를 계산해서 방어지대 벌채를 해야 한다고 알고있다. 그렇다면 평생을 임업과 산림에 몸바쳐온 전문가들이 그런사항을 모를리가 없다.또한 오래전부터 산불에 취약하다는 침엽수 계통의 소나무로 계속 식재해왔다는 그런.....나를 슬프게한다.오늘은 역풍을 안고 정서진을 가는데 바람에 자전거가 들썩일 정도로 심하다. 정서진 쉼터에서 계산역방향으로 달리는데, 뒷바람에 마치 보이지 않는 역마차가 끌어주는 느낌이 든다..

수필 2025.03.29

📚 봄빛. 정지아 作. 2008.

📚 봄빛. 정지아 作. 2008.여덟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이되어 굳건하게 살아온 삶. 일제시대에 사범대학을 나와 교감까지한 자기관리의 끝. 선생을 하면서도 이십마지기 농사를 그 누구보다도 더 딱 부러지게 밤일을 마다않고 최선을 다했다.무학의 어머니는 순종을 미덕으로 살아온 삶.팔십에 들어선 치매검사. 결과를 앞두고 불러온 아들. 아버지의 욕심에 판검사를 목표로 대학입시 4수를 하다가 접는다.의사가 걸어놓은 사진에는 뇌세포가 상당히 많이 죽은 거뭇거뭇한 상태. 다만 당사자인 아버지는 인정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단둘이 할아버지 산소에 간 적이 있었다. 웬일로 고등학생인 그에게 퇴주잔을 건넨 아버지는 봉분이 형편없이 낮아진대다 아까시 두어 그루가 한 뼘씩 싹을 틔운 그런 무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덟살에..

독후감 2025.03.29

📚 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作. 2014.

📚 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作. 2014. 도처에 나온 예언과 달리 세상에 종말은 오지 않았다. 나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학업 과정을 마친 학생이라면 거의 겪게 된다는 우울증도 잘 견뎌냈다. 어떻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목적도 계획도 일정도 없이 지냈다. 그게 다였다.책 몇 권을 보다가 약간 지루해지면 이런저런 음악을 들으며 특별히 한 일 없이 멍한 눈으로 하루를 보냈다. 달력은 창고에 처박아두고 미래와 내일이라는 위협적인 개념은 머릿속에서 쫓아냈다.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잠을 잤다.그 후로 운명은 내게 '모든 좋은 것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잠에서 깨면 피곤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다시 잠을 청하는 이런 생활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는 내게 다른데 가서 ..

카테고리 없음 2025.03.26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 정지아作. 2023.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 정지아作. 2023.엄마는 빨치산으로 지리산에서 활동하다가 남편이 죽고, 잡혀서 감옥살이를 한다. 두번째 남편인 아버지는 빨치산 출신으로 마주본 지리산과 백아산의 이름을 따서 '지아'라고 지었다.고향 구례의 산골에서 엄마의 독특한 학습지도로 공부만 하는 학생이 된다.어떤 연유인지 아버지는 감옥에 가고 서울로 전학한 중학생인데, 정권의 혹독한 감시는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항상 따라붙는 감시의 눈길. '빨치산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안고 산다.졸업후에 사노맹기자를 2년정도 했던 경력에 수배자가 된다. 이리저리 피해다니는 과정. 결국은 자수를하고.여러가지 술 중에서 좋아하는 술은 '양주'성향이다. 지리산 등반중 마신 패스포트. 고교시절의 마지막 방학때 마시던 '매실주'. 도망..

독후감 2025.03.19

📚  청춘은 청춘을 모른다. 정지아作. 2023.

📚 청춘은 청춘을 모른다. 정지아作. 2023.옆방의 투숙객은 젊은 장병과 연인이었다. 그 때는 면회도 휴가도 요즘처럼 쉽지 않았다. 교통도 불편했다. 아마 두 연인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리움을 달래는 중일 터였다. 숨죽인 여성의 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어쩐지 서글픈 노래 가락처럼 들렸다. 어둠 속에서 옆방에 청춘은 숨죽인 사랑을 나누고, 우리는 소리를 죽여 술을 나누었다. 서글픈 노래는 장병의 짧은 비명과 함께 허무하게 빨리도 끝났다.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뜻밖에 우리의 청춘도 저토록 짧을 지 모르겠다는.옆방에 남자는 무슨 일인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연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별이라도 고한 것일까. 우리는 각자의 생각에 잠겨. 취기에 잠겨. 그 순간에 ..

독후감 2025.03.18

모임. 그 후일담.

모임. 그 후일담.점심식사를 겸해서 모임을 가졌다.그동안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난 그중에서도 절반정도 밖에 이해되지 않았다.1. 배우자가 뇌경색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한다. 모든 사업등 외부활동을 접고 병간호와 집안살림을 한다는 이야기. 한때는 등산을 좋아해서 '화대종주'를 100회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산을 오르던 그는 어느날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신의 체력에 한계로 포기하고 말았다고 했다.2. 또 다른 사람은 모처럼 나왔는데, 배우자가 쓰러져서 35키로까지 체중이 빠졌었는데 어느날 부터 먹지 않던 족발을 먹고 60키로까지 체중이 늘었다고 한다. 아침에 식사를 먹이고 자전거 타고 아파트 관리소장일을 위하여 출근하면 점심을 챙기기 위하여 집으로 와야 한다고 한다...

수필 2025.03.17

📚 봄날 오후, 과부 셋. 정지아 作. 2013.

📚 봄날 오후, 과부 셋. 정지아 作. 2013.국민학교 동창 셋. 사다꼬(貞子). 하루꼬(春子). 에이꼬(英子). 오랜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그 시절 이름으로 부른다.사다꼬. 동경제대를 나온 남편은 혼인한지 몇달이 지나지도 않아 산사람이 되었다. 그 남편을 따라 사다코도 산으로 갔고 근 10년 연락이 끊겼다. 산에서 남편을 잃은 사다코는 감옥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십수 년이 뒤 사다코는 저와 똑같은 이력을 가진 빨치산 가난뱅이와 재혼을 했고, 하루꼬에 대해 늘 뭔가 석연치 않은 가슴앓이를 하던 그녀는 당시로 쓴 제법 거액이었던 천원을 부주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공부 잘했다고 인생이 잘 풀리는 건 아니다. 이래서 세상은 살아 보아야 하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채 들고나는 단칸방의 살림을 ..

독후감 202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