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넘이 마을의 개. 황순원 作.
어디를 가려도 목을 넘어야 했다. 남쪽 만은 꽤 길게. 굽어든 골짜기를. 이루고 있지만,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를 가려도 산목을 넘어야 했다. 그래 이름지어 목넘이 마을이라 불렀다.
지나가는 길손 중의 하나가 어느해 봄철 두고간 개. 방앗간에 뽀얀 먼지 앉은 풍구. 밑을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절룩거리면서 배가 흘쩍 달라붙은 떠돌이 개. 어쩌면 서북간도 가는 나그네가 버리고 간 개가 아닐까?.
신둥이 몸에 물든 황토색은 저 아랫녘 황토빛이다.
그 동네에 살고있는 동장네 검둥이. 작은 동장네 바둑이. 그들의 구유에 남은 밥알들을 얻어먹는 신둥이. 그것은 암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초복이 오기전. 검둥이와 바둑이는 개장국이 되어 술안주로 마감했다.
신둥이를 미친개로 몰아가 잡아먹자고 의견이 모아져 방앗간을 거처로 삼은 신둥이잡기에 나섰으나 간난이 할아버지는 새끼 밴 짐승이라고 잡지 못한다.
한달쯤 뒤. 여웃골로 나무하러 간 간난이 할아버지는 다섯마리의 강아지가 뭉쳐있는 것을 본다.
누렁이. 검둥이. 바둑이가 섞여있다.
간난이 할아버지는 여웃골에서 강아지를 본 후부터는 한층 조심해서 누가 눈치채지 못하게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한 보리범벅 그 부스러기를 몰래 가져다주고, 밥을 먹 시작할 때쯤. 얻어오는 개라고 하고 한마리를 안고 내려왔다. 곱단이네도, 절골에도 한마리, 서잿골에도 한마리 이렇게 다섯마리의 개가 퍼졌고.
목넘이 마을에서 기르는. 개란 거의다 신둥이의 증손 아니면 고손이라는, 원체 종자가 좋아서 였다는 이런 말을 하는 간난이 할아버지는 이제는 아주 흰 서릿발이 된 텁석부리 속에서 미소를 띄우는 것이다.
책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작가가 쓰려고 했던 내용이 떠돌이 개였을까? 아니면 정처없이 흘러가는 어느 떠돌이 여인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임꺽정에서도 난전을 떠도는 하수구 역할을 하는 여인들도 있고, 장길산에서도 떠돌이 패 중에 공연과 굿판 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몸(?)바쳐서 거기서 떨어지는 푼돈으로 연명하는 이야기는 무엇을 시사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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