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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7. 이병주作

지리산 7. 이병주作 겨울은 빨치산의 대적이다. ' 나폴레옹의 대군은 겨울에 졌다. 우리는 겨울을 이겨야 한다.' 사령관 이현상의 말이라고 들었지만, 어차피 살아남으려면 우선은 겨울을 이겨야 했다. 그런 까닭에 있어서의 '월동준비'는 곧 생사의 문제가 된다. 그런데 체계적으로 또는 상부에서 월동 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대원 개개인이 자기의 월동준비를 해야 한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월동준비'란 말이 캐치프레이즈가 된다. 보급 투쟁을 나가 방한모 하나 얻으면 '월동준비를 했다.' 구두 한 켤레도 월동준비', 내의가 생겨도 물론 '월동 준비 했다가 된다' 심지어는 길에 깔린 똥을 밟지 말라는 것도 '월동 준비'란 말로 대신한다. 그 무렵이면 '월동준비를 했느냐.' 가 인사가 된다. 남부군은 독특한 방..

독후감 2023.06.21

돌아보지 말라

돌아보지 말라. 이병주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방근숙의 육체가 내 팔 속에 안겨 있다는 사실. 그 육체와 더불어 운명까지 내게 맡겨버린 듯한 이 사실. 이 사실의 의미를 나는 전등을 끈 어두운 방의 천장을 바라보며 찾으려고 했다. 분명 방근숙은 잠들지 않았으면서도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말을 내기만 하면 오염해 버릴 것이 확실한 정회. 말을 하기만 하면 산더미로 화할 문제들에 퇴적. 이러한 착잡한 사정이 몇 해를 두고 억눌린 정열을 부채질해서 내가 구하고 방근숙이 구하는 바람에 완전히 광란을 이루는 육체가 되어버렸다. 이상하게도 지칠 줄 모르는 육체, 샘솟듯 솟는 정염. 그렇다고 해서 이성이 한순간도 그 움직임을 멎은 것은 아니었다. 팔에 힘을 넣기만 하면 불붙는 육체, 차라리 생명이..

독후감 2023.06.19

김려. 귀양시절

조선의 문장가 김려. 부령 귀양시절. 오늘 꿈길에 내 살던 집에 갔지. 둥글은 보름달 두둥실 떠올라, 지팡이 짚고 이리저리 뜰을 거닐다 . 형유와 함께 도랑을 건너는데, 물이 깊어 고기들 유유히 잘 놀더군. 꿈 깨어 하늘 보니 달빛만 쓸쓸. 우물가에 빨간 앵두가 수천송이 열렸다. 긴 가지 짧은 가지 열매 맺어 늘어졌네. 연희가 손수 따서 광주리에 담고 보니 동글동글 하나같이 수정 빛으로 영롱하다. 한 알 떼어 내어 입에 넣고 연희가 이르는 말 "내 입술이 붉은 가요 앵두가 붉은 가요 " 연못에 붉게 핀 연꽃 천만 송이 연희 생각에 사랑스럽구나. 마음도 같고 생각도 같고 사랑 또한 같았으니 한 줄기에 나란히 난 연꽃을 어찌 부러워했으랴. 평생 살면 즐거운 이가 원망스러운 이가 되고 좋은 인연이 나쁜 인연이..

독후감 2023.06.07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설흔作

백봉선부(白鳳仙賦). 이옥作 "저기 둔 덕에 꽃이 있으니, 이름은 봉선이라. 비단처럼 번쩍이고 붉은 모래처럼 무성하여 야들야들 사랑스러워라. 따다가 손톱을 물들이면 연지를 칠하듯 아름답기에, 아침에 뜰에서 꺾여서는 저녁에 화장대 앞에 모셔 줬구나. 아아, 서리같이 흰 여인들의 손이 그 가지며 잎을 죄다 뜯어 온전한 구석이 하나 없구나." 흰봉선화. " 흰색이라 붉게 물들이지 못하기에 여인들이 잡풀이나 마찬가지로 손으로 따지 않고 비단 치마를 돌려 가 버리나니, 수풀 속을 집 삼고 나비를 맞아 홀로 즐겨 따스한 바람 맞으며 제 수명 대로 사는구나"

독후감 2023.06.07

착한가족.

슬픔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 서하진作 오전 10시 쯤 두 명의 남자와 여자 하나가 희숙의 방으로 들어섰다. 자주빛 계량한복을 입은 남자가 희숙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발과 발가락 사이를 힘주어 누르고 종아리를 두드렸다. 아야, 아야, 희숙은 소리를 질렀다. 아프실 겁니다. 아파 야 나아요. 독기운이 다리로 번진 건데요. 지난 번 치료 때보다 많이 힘드실 겁니다. 남자가 엄숙하게 말했다. 그는 첫 수술 후 희숙의 남편이 데리고 왔던 사람이었다. 스스로 수련을 통해 말기 췌장암을 이겨낸 사람이라 했다. 남편 선배 회사 동료의 먼 친척이 그에게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다 했다. 따라온 여자가 가방을 열고 주사기를 꺼냈다. 그 맑은 주사액을 그는 다리 이곳저곳에 조금씩 주입했다. 산삼 추출액입니다. 독기를..

독후감 2023.06.05

아! 숙부님

파란만장했던. 숙부님문상을 다녀왔는데. 1930년에 태어나 힘겹게 세상을 살다. 그러나 죽기전까지 자뭇 건강을 잘 유지하고. 요양원에 몇달생활. 그러니까 근육이줄고 마지막 한달 병원에 있다가 마지막이 되었지. 예전에 들은 이야기는 아버지를 따라서 만주에 비단과 금덩이를 교환하는 밀수를 따라다녔다는 이야기. 남원에 살다 6.25때 의용군으로 끌려가다 탈출해서 미군에 잡혀서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반공포로 석방되었다. 입영영장이 나오자 해병대 20몇기로 입대해서 제대한 이야기. 남대문시장에서 장사하던 이야기. 자하문고개에서 슈퍼하던 이야기. 모든일에서 은퇴하고 온양으로 내려가 하루종일 논밭길을 운동삼아 다니던 이야기. 숙모님 사망후에 급격한 체력하락. 그래도 94세면. 인생이 그러면 무척 잘 살은거지

수필 2023.06.04

길에서 길을 묻는다.

길에서 길을 묻는다. 하루종일 구름이 흘러가지 못하고 하늘을 덮고있어서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이것저것. 네비와 블박을 업데이트 하고, 집에 있는 모든칼을 갈고. 매쉬8000 숫돌에 갈면 거짓말이 아니라 면경처럼 얼굴이 비칩니다. 어제 다녀온 라이딩 길은 비가와서 그런지 심곡천 금개구리 서식지와 행주대교 지나 방화대교 가는길에 마치 로마 병정이 사열하듯 줄지어 서있는 이태리포플러의 모습과 고랑마다 어느개구리가 목소리가 큰가로 내기하듯 우렁우렁 울어대는 소리가 달리는 스피드에도 참 듣기 좋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잔차타고 오리라고 아라뱃길 북쪽 쉼터 가는길에 삼거리에서 어떤분이 한손에 자전거 일주수첩. 한손에 핸드폰을 들고 수첩에 나와있는 남쪽 갑문을 묻는다. 설명으로 이해가 안되는 상황. 따라오라고 하고 왔..

수필 2023.05.30

베란다에서

베란다 화분에는 지난해에 친구가 보내준 감. 정말 너무나도 맛있게 잘먹고, 너무 많아서 썰어 말려 두고두고 먹었지. 그리고 남은 씨앗. 화분에 심었는데 잘 자라고 있다. 물론 옮겨심을 땅이 없어서 크게 자라진 않겠지만, 예전에도 화분에 심어서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들때까지 키운적도 있었다. 제대로. 하려면 일년후에는 종자좋은 가지로 접을 붙여야 하겠지만, 접순을 구할데도 없고. 설사 살아난다고 해도 심을 땅도 없고. 언젠가 우리집으로온 백량금. 빨간 열매가 잔뜩 매달고 있어서 보기 좋았는데, 오래되다보니 먼저 매달린 열매부터 떨어져 지저분하게 흩어지는걸 모두따서 심었는데, 마치 콩나물 시루처럼 잔뜩 올라와 지금 화분에는 잘 크고 있어서 고민입니다. 바람결에 흘러가는 구름처럼 보고 듣고 배웠던 지식들이 심..

수필 2023.05.25

삿포로의 여인 2

삿포로의 여인 2. 유강표와 시라키 레이의 사랑 이야기. 유강표의 아버지는 대관령에서 소문난 썰매꾼이다. 폭이 넓고 짧은 사냥용 스키로 고루포기산과 황병산에서 노루나 멧돼지를 사냥하는 수염이 짙은 산적같은 모습으로 활동을 했기에 스키협회 사람들의 행사때마다 허드렛일을 도맞아 했다. 서울에서 거지왕 김춘삼이 이끄는 자활개척단이 수백명 대관령에서 개간사업을 벌이고, 선배 어재식과 동기 고태복. 이렇게 스키를 시작한다. 아버지가 고로쇠나무를 깍아 만든 스키를 타고 탁월한 성적을 낸다. 그러나 그게 한계. 진학을 포기하고 대관령에서 밭일을 하면서 키가 부쩍 자라고. 오수도리산장 주인의 배려와 안목으로 노르딕으로 전향. 장거리 스키에 대한 체력과 지구력 훈련을 하고 참기한 전국스키대회에서 15, 30키로 에서 탁..

독후감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