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돌아보지 말라

no pain no gain 2023. 6. 19. 12:59

돌아보지 말라. 이병주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방근숙의 육체가 내 팔 속에 안겨 있다는 사실. 그 육체와 더불어 운명까지 내게 맡겨버린 듯한 이 사실.

이 사실의 의미를 나는 전등을 끈 어두운 방의 천장을 바라보며 찾으려고 했다. 분명 방근숙은 잠들지 않았으면서도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말을 내기만 하면  오염해 버릴 것이 확실한 정회. 말을 하기만 하면 산더미로 화할 문제들에 퇴적. 이러한 착잡한 사정이 몇 해를 두고 억눌린 정열을 부채질해서 내가 구하고 방근숙이 구하는 바람에 완전히 광란을 이루는 육체가 되어버렸다. 이상하게도 지칠 줄 모르는 육체, 샘솟듯 솟는 정염. 그렇다고 해서 이성이 한순간도 그 움직임을 멎은 것은 아니었다.

팔에 힘을 넣기만 하면 불붙는 육체, 차라리 생명이 불꽃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이 밤을 낭비했으면 하는 초조조차 있었다.

나는 욕정 사이사이에 그녀의 남편과 처량하게 병상에 붙들어 보인 내 아내의 모습을 상기했다. 그러나 그것이 양심까지 미치지 못하고 욕쟁에 대한 자극이 될 뿐이었다.

방근숙에 대한 애착이 그 육체의 집착으로 더욱 강화되리라는 확실한 예감많이 뚜렷할 뿐 그 밖에 잃은 아무것도 생각하기가 싫었다.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만 명에게 돌팔매질 당해도 견뎌낼 수 있다는 엉뚱한 용기 마져솟았다 .
'운명은 이를 거역하는 자는 끌고 가고 순종하는 자는 태고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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