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 집에 가다. 전상국 作. 이보다 오래전 산이 집인 그런 때가 있었다. 산에서 그녀를 만났다. 날렵한 걸음으로 혼자 산을 타는 여자의 뒷모습이 좋았다. 10월이었던가, 굴 참 나무 울울한 숲을 벗어나면서 우와 탄생이 터졌다. 나 혼자 본 것이 아니었다. 우거진 녹음, 한낮의 햇살, 너무 붉어서 숨이 막히는 계곡에 적 단풍 군락. 한숨같이 깊은 탄성, 그네는 옆 모습도 앞 모습도 좋았다.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 서른을 막 넘긴, 치기의 그 만남은 오직 산에서만, 산그늘에서만 자라는 사랑이었다. 함께 좋은 것을 봤을 때, 함께 몸을 섞는 환락의 그 정점에서 이제 그만 죽고 싶다는, 내 말을 그녀가 받았다. 죽고 싶다, 그게 아니고 죽이고 싶은 거 아니에요?. 죽이고 싶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숨이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