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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 집에 가다.

집을 떠나 집에 가다. 전상국 作. 이보다 오래전 산이 집인 그런 때가 있었다. 산에서 그녀를 만났다. 날렵한 걸음으로 혼자 산을 타는 여자의 뒷모습이 좋았다. 10월이었던가, 굴 참 나무 울울한 숲을 벗어나면서 우와 탄생이 터졌다. 나 혼자 본 것이 아니었다. 우거진 녹음, 한낮의 햇살, 너무 붉어서 숨이 막히는 계곡에 적 단풍 군락. 한숨같이 깊은 탄성, 그네는 옆 모습도 앞 모습도 좋았다.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 서른을 막 넘긴, 치기의 그 만남은 오직 산에서만, 산그늘에서만 자라는 사랑이었다. 함께 좋은 것을 봤을 때, 함께 몸을 섞는 환락의 그 정점에서 이제 그만 죽고 싶다는, 내 말을 그녀가 받았다. 죽고 싶다, 그게 아니고 죽이고 싶은 거 아니에요?. 죽이고 싶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숨이 막..

독후감 2023.11.24

다시읽는 하얀전쟁. 안정효作

다시읽는 "하얀전쟁" 안정효 작가는 월남전 참전을 바탕으로 전쟁소설을 썼다. 다른 작가들도 썼지만, 아주 리얼한 묘사가 최고의 현장감을 준다. 41년생. 얼마전에 안 작가는 죽었다. 한기주병장은 불어와 영어가 되는 유일한 파견분대장으로 백년전쟁에서 패한 프랑스 대신 막대한 물량공세를 퍼부은 미군이 들어가 패배한 전쟁이다. "밖에서 낳아 오셔도 이해하겠어요." 딱 한 줄로 요약되는 문장이 의미 심장하다. 아이를 못 낳는 책임이 자기한테 있을지 모르니까 다른 여자에게 서라도 생산해 보라는 제안이었다. 씨받이. 만일 아이를 못 낳는 것이 내 탓이라면 나는 아내가 다른 남자의 씨를 받아오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차내에 계에신 시 인사 수 욱녀 여러분, 본인은 정의의 십자군으로 월남 전선에서 자유를 수호하..

독후감 2023.11.23

오래된 지인.

오랫만에 만난 지인. 간간이 내리다 그치는 비. 헬스장을 가서 운동을 하는데 어떤사람이 유심히 보면서 왔다갔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누군지는 모른상황. 가까이 오더니 혹시 하면서 이름을 부른다. 누구지? 하도 오랫만이라 이름은 기억이 안나고 흐릿한 이미지만 남아 나도 반갑다고 했다. 한 10년 만에 만난분인데. 어떻게 이름을 기억하지? 내가 살아오면서 뭔가를 기억에 남을 만한 공유가 있었나 하면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아! 한때 함께 등산을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도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대단한 기억의 소유자임에 틀림이 없다. 이야기를 하면서 예전과 변함이 없다고 했더니 엄청 즐거워 한다. 인생을 잘 살아온 결과. 나보고는 예전의 몸이 그대로인것 같다고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늙으면 근육부..

수필 2023.11.21

보바리 부인.

보바리 부인 이야기. 보바리 부인은 프랑스 작가 귀스티브 플로베르의 소설이다. 엠마는 기숙학교에서 금서인 연애소설을 몰래 탐독하며 거기에서 인생의 길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녀가 있던 소설 속 남자들은 현실의 남자들과 달리 하나 같이 말숙하게 차례에 입은 용감한 신사들이다. 그들은 박해받는 귀부인과 사랑을 나누고, 사자 같이 용감하지만 양처럼 유순하고, 눈물이 많고 멋진 키스로 여자를 황홀하게 할 줄 아는 한없이 다정다감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소설들을 읽으면서 엠마는 극적인 일이라곤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진부한 삶이 아니라 연애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극적이고 화려한 삶을 살고 싶었다. 흰 깃털로 장식한 멋진 기사들이 검정 말을 타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즐기며 인생을 보내고 싶었다고나 할까. 기숙학교를 졸..

독후감 2023.11.21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중에서.

터키. 튀르키예. 뭐가 다르지? 도우배아짓은 튀르키예와 이란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워낙에 작은 마을이라 호텔 밖 의자에 앉아 튀르키예에서 제일 높다는 아라라트산을 쳐다보는 것 외에는 그다지 할게 없는 곳이다. 하루는 심심해서 여행사를 통해 노아의 방주가 닻을 내렸다는 곳에 다녀왔는데, 사기를 당했다는 느낌을 영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그저 평범한 산이었다. 하지만 관광객 몇몇은 여행사 직원의 맛깔나는 설명에 그 자리에서 눈물을 훔쳤다.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 그 가이드가 전생에 노아의 방주에 타고 있던 기린이 아니었을까 여겨질 정도였다. "여길 보세요. 이 계곡이 V자 이지 않습니까? 노아의 방주가 이곳에 정박했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저것의 흙이 파인 흔적이 보이시죠? 바로..

독후감 2023.11.21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중에서

" 불교 상징을 45° 기울이면 나치가 되는 법이라네. 다시 말해 종교가 조금 기울어지면 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종교 때문에 죽어간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네. 예수와 붓다는 완벽한 사람이었다네. 그래서 그들이 왜곡되면 더욱 위험해지는 거야" " 불가리아가 요구르트로 유명해지게 된 데는 생리의학부분 노벨상을 받은 매치니코프의 역할이 컸다. 그는 결혼한 지 5년 만에 첫째 부인을 결핵으로 잃고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재혼을 했지만 둘째 부인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의 불운한 삶은 매치니코프로 하여금 생명 연장의 꿈을 꾸게 했다. 매치니코프는 장수 비결을 연구하며 사람이 노화 하는 원인이 장 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숙변 물질이 뿜어내는 독소 때문이라..

독후감 2023.11.18

함백산의 봄. 김이랑 作

함백산의 봄. 김이랑作 앙증맞고 깜찍한 꽃다지, 샛노란 점박이 얼굴로 땅바닥에 착 달라붙은 새비름, 돌돌 말린 꽃대가 사르르 풀어지면서 빙글대는 하얀 꽃말이, 오동통한 잎 사이로 노란 비를 뿌려놓은 돌나물, 꽃잎이 노란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대는 물레나물, 하늘 향해 좁쌀을 내뿜는 냉이. 별똥별 떨어진 자리에는 노란 민들레가 핀다. 노루가 오줌 눈 자리에는 노루오줌 꽃이 피고 제비가 똥눈 자리에는 제비꽃이 핀다. 장끼와 까투리가 사랑을 나는 자리에는 꿩의 바람꽃이 핀다. 사무친 그리움이 진 자리에는 상사화가 벙글고 애달픈 사연이 깃든 자리에는 찔레꽃이 핀다. 서로움 북바치는 자리에는 눈물꽃이 터지고 기쁨 넘치는 자리에는 웃음꽃이 핀다.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산으로 간 아기는 애기똥풀꽃, 시집도 못 가고..

독후감 2023.11.16

고들빼기의 기억

고들빼기의 기억. 어릴적 내가 살던 곳에는 시골에서 농산물이나 냇가에서 잡은 피래미부터 잉어. 메기. 뱀장어. 참게라든지 뭐가됐든 돈이 될만한 물건을 이고지고메고 팔러왔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팔다가 남은 것 혹은 못팔고 다시 가져가아할 것들을 가지고 돌아가기 위한 기차역으로 모였는데, 그때 억지로라도 넘겨주고간 물건들이 많았다. 이미 판매의 시기를 놓쳐서 물건의 싱싱함을 잃어버려서 제 값을 받기가 어려운 상태도 되기도 하고. 그럴때마다 어머니는 물건도 사주고 밥도 한상 차려서 내주기도 하고는 했다. 그래서 짚으로 엮은 참게를 잔뜩 사서 조선간장으로 게장을 담으면 아버지는 그토록 즐겨드시던 음식이 었다. 어느날은 가득한 고들빼기를 한 지게나 될 양으로 나타난 시골농부. 다 팔아야 돌아간다고 하소연을 하..

수필 2023.11.14

죽음에 관한 이야기.

아주특별한 장려식(스틸 라이프) "건강 관리를 위해 특별히 운동을 하거나 음식을 조절하지 않고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취해서 살고 있다." 100세를 산 사람이 남긴 말중에.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이 말은 로마 계산 장군부대가 원정 전쟁에서 승리한 후 행진 할 때 노예들에게 외치게했던 말이다. 오늘은 비록 계산 장군 일지 모르나 내일을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죽음을 기억하자. 나의 죽음도 타인의 죽음도 잊지 말자. 사랑하는 이들이 당장 내일 내 곁을 떠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사랑하자. 내가 갑자기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며 살아가자. 까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죽..

수필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