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264

바다에 사는 사람들.

바다에서 사는 사람들. 하야마 요시키 作. 갑판장! 딱하기도 해라. 나이는 먹어가지, 자식은 줄줄이 사탕이지, 생활은 어렵지, 마누라는 병에 걸려 누워있지. 다들 이 소심한 대머리 아저씨를 따르기로 했다. 바람은 어제만큼 차갑지 않았다.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인지 갑판 위에도 있어도 뺨을 칼로 에는 듯한 매서운 추위는 느끼지 못했다. 하급 선원들은 요코하마에 도착하면 각자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공상에 빠져 있었다. 갑판 위에 있을 때는 육지에 발을 딛기만 하면 온갖 쾌락이 자신을 기다리리라 착각하기 마련이다. 자신들이 꽁꽁 묶인 채로 노예취급을 당하고 자유 빼앗기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이유는, 육지와 갑판 사이에 가로놓인 바다 때문이라고 은연 중에 믿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가..

독후감 2023.12.12

소금.

길 위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박진作. 소금의 고마움. 아버지 세대들은 대부분 해방 전후 아니면 한국전쟁 전후에 태어났다. 그 무렵은 너희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참담했다. 대부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잠잘 곳도 없었다. 부모를 잃은 아이도 많았고 거리에 버려진 아이도 숱하게 많았다. 의무교육이라고 했지만 초등학교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못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집안일을 돕지 않고 학교에 간다고 부모에게 손찌검을 당하면서까지 몰래 학교를 다녔던 이도 있었고, 계집 아이가 무슨 중학교 냐고 남에 집 또는 맏이를 위해 진학하지 못하고 집안일을 도와야 했던 둘째 셋째도 있었다. 등록금을 못 내 학교에서 내쫓긴 이도 많았다. 새 교과서로 공부한 사람은 도시의 일부 부위층뿐이었다. 해마다 새학..

독후감 2023.12.08

마포종점.

오늘도 달린다 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뿌연 하늘과 내가 기준점으로 삼는 방화대교 에서 바라본 북한산 정경이 보일듯 말듯. 탁한 하늘과 거센 바람. 자전거 라이딩으로는 최악의 조건. 그래도 달린다. 가는길에 절두산을 지나고. 절두산이라고 불리게 된 유래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함대가 이곳 양화진까지 진격해온 적이 있었는데, 이에 흥선대원군은 "양이로 더럽혀진 한강의 물을 서학 무리들의 피로 씻어야 한다"고 하면서 전국 각지에 척화비를 세웠으며 이와 함께 수많은 교인들을 붙잡아 양화진 근처의 이 산봉우리에서 만명의 목을 잘랐다고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종점. 마포.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없는 나도 섰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

수필 2023.12.07

훈자 이야기

세계 3대 장수 마을 훈자이야기 훈자라는 곳은 미르(수장)의 통치를 받는 한 작은 공국이었다가 1947년 파키스탄에 합병되어 그 후손은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알려져 있지 않는다. 다만 옛 미르의 왕국이었을 당시의 성체만 그 흔적으로 남아 지나가는 길손의 구경거리로 남아있을 뿐이다. 훈자강 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으며, 힌두쿠시 산맥에서 카슈미르 골짜기로 내려오는 여행자 숙박지 라카포시와 같은 눈 덮인 산봉우리들과 울테르 같은 거대한 빙하 및 깊은 골짜기들이 사방에 둘러 쌓여 있기 때문에 길기트에서 산길로 난 도로를 통해 목숨 걸고 달려야만 통행이 가능한 곳이다. 산 골짜기 깊은 곳이다 보니 평지가 없어 산 능선을 깎아서 만든 논에는 관개농업이 발달해 벼, 옥수수, 과일, 채소 등을 심지만 그 수확량은 보..

독후감 2023.12.07

술과 나.

나와 술. 와카야마 보쿠스이 作. 내가 태어난 곳은 기후가 따뜻한 지역이라 살모사 같은 독사 종류가 꽤 많았다. 독사에 물려죽은 사람과 소주를 먹고 죽은 사람 수가 비슷하다고. 그래서 이 지역 여자들은 독한 소주를 1병 쯤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곤 했다. 나는 혼자 술을 마실 때마다 지극히 과묵했던 술친구를 떠올리곤 한다. 술버릇이 나와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술 한잔 마시는 데 상당히 마음을 쓸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술을 가장 맛있게 먹을까 하고 생각할 때이다. 왠지 몸이 깔끔하지 않은 듯 싶을 때는 일단 목욕탕으로 간다. 그리고 어렴풋한 가로등 불빛 조차 조심하며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온다. 배가 조금 부르다 싶을 때는 산책을 한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걸어 기껏 마신 술기운이 사라지지..

독후감 2023.12.06

살면서

살다보면 이것저것 고장이 나고 바꾸고 교체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내 능력으로 해결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러지 못할때는 자꾸만 고민거리가 머리속을 맴돌게 된다. 2023년을 살면서 해야할 일과 하지못하고 내년으로 미룬 일들. 린나이 가스레인지 560*430. 23만. 안방 변기 실리콘 작업. 完 가스레인지 교체. 完 안방티비교체. 55*30만 完 거실티비교체 75* 完 안방변기 수전교체. 完 안방 세면대 연결 파이프교체. 完 앞 베란다 페인트칠. 2024. 봄. 앞 베란다 누수. 2024 봄. 조선낫. 完 마체테 完 예초기 수리. 完 텃밭에 가지 完 토마토 完 케일 完. 死 비트 完. 死 파프리카 完 양배추 完 적양배추 完 수수. 完 옥수수. 完 단호박 完 고추. 청양. 오이. 完 애호박 完 사야할것. ..

수필 2023.12.05

들깨수재비

들깨수재비의 추억. 예전에 검단산에 간부산행을 갔지요. 그리 높지는 않지만 땀을 흘리고 쉬었다가 올라가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안개가 흩어지는 한강의 절경이 참 멋드러졌던 기억. 반대편으로 내려서는 길. 팔당댐 아랫쪽에 산속에 있는 식당에서 함께하던 식사자리. 메뉴는 들깨수재비 였지만 실은 다른 코스요리에 고기와 야채. 그리고 좀 시골스러운 반찬들이 많이 나왔던 걸로 생각되는데 역시 삼겹살은 빠질수없는 화려한 식사를 마칠 즈음에 마지막으로 나온 그날의 주인공 "들깨수재비 " 반공기 정도되는 양. 모두들 후루륵. 들이 마시듯 적은 양으로 조금 더 먹을수없냐는 질문에 준비한게 그것 뿐이라는 대답을 듣고 회식을 마쳤지요. 그리고 남은 미련. 조금더 푸짐한 들깨수재비가 오랫동안 생각이 났어요. 몇일전에 시..

수필 2023.12.03

굿. 전상국 作.

굿. 전상국 作. 그들이 낙동강 전투에서 지구 유행군에게 쫓겨 도망가는 폐잔병이라는 것이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뭔가 숙덕거리기 시작한 어른들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그때부터 난리가 터진 지 서너 달 만에 처음으로 마을에 무서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위원장님 계십니까. 어느 날 잘 보이지 않던 마을 사람들이 몇이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거요. 둔짓골 박 씨네 집에서 인민위원장 대접하려고 닭을 잡았다고 아버지를 거기 가자는 겁니다. 다른 건 생각 안 나도 그때 아버지가 둔짓골 올라가기 전 어머이한테 하던 말만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어요. 쟤가 사대 독자요. 어머니 잘 모시고......웅얼웅얼. 우리 어머이가 놀랄 수밖에요. 준성이 아버지, 왜 그래요? ㅎㅎㅎ. 그때 아버지가 이런 소리로 웃었던 게 ..

독후감 2023.11.26

오래된 자동차

10년 된 자동차.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보니 바닥이 너무나도 지저분한 상태라서 청소를 시작했더니 눈치빠른 사람들이 너도나도 같이 청소를 합니다. 기구도 닦고. 울타리 넘어 낙엽도 쓸고. 1. 처음엔 앞차의 뒤에 비치는 헤드라이트가 한쪽만 들어와서 고치기 시작을 했는데, 지상은 좀 추울것 같아서 지하주차장에서 휴대폰 후레쉬를 비춰가면서 벌브를 갈다가 볼트가 하나 떨어져 찾으니 없고, 문을 여닫다보니 배터리 방전. As를 부르고. 시동걸고. 생각난김에 엔진오일을 교환하는데 5만원. 차폭등이 한쪽이 안 들어와서 2개를 사고. 오래전에 사둔 와이퍼브러쉬를 교환하고. 3시간이 흘쩍. 배터리는 교환하려고 물어보니 충전해준 기사가 90암페어면 13만원이라고. 아들과 통화해서 인터넷에서 82000원에 사서 교환하기로..

수필 2023.11.25

완전범죄.

완전범죄. 그 실패. 하루는 서쪽으로 달려서 전류리포구 지나 김포 석탄리철새조망지 를 달렸고. 그곳에서 나를 반기려는 철새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하루는 동쪽으로 달려서 탄천까지. 다음엔 모란시장까지.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숭늉을 끓일때 넘치지 않게 하려면 냄비에 나무주걱을 올려두면 된다고 기억이 났다. 잠시 잠깐의 시간. 이것을 불가에서는 찰나의 시간이라고 한다지? 어디선가 머리카락 혹은 대나무가 타는 냄새가 나는듯 싶었는데. 펄펄 끓고있는 숭늉이 넘치지는 않았는데 주걱의 머리부터 얼굴을 향해 등신불처럼 타오르는 중. 급하게 불을끄고. 훌훌불어 마시면서 어떻하면 완벽하게 범죄를 숨길수 있을까? 그래. 모란시장에 가자. 가서 흡사한 주걱을 사서 대체하면 될거야. 자전거 타고 달려서 굴포천을따라 아라뱃길 지..

수필 202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