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튀르키예. 뭐가 다르지?
도우배아짓은 튀르키예와 이란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워낙에 작은 마을이라 호텔 밖 의자에 앉아 튀르키예에서 제일 높다는 아라라트산을 쳐다보는 것 외에는 그다지 할게 없는 곳이다.
하루는 심심해서 여행사를 통해 노아의 방주가 닻을 내렸다는 곳에 다녀왔는데, 사기를 당했다는 느낌을 영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그저 평범한 산이었다. 하지만 관광객 몇몇은 여행사 직원의 맛깔나는 설명에 그 자리에서 눈물을 훔쳤다.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 그 가이드가 전생에 노아의 방주에 타고 있던 기린이 아니었을까 여겨질 정도였다.
"여길 보세요. 이 계곡이 V자 이지 않습니까? 노아의 방주가 이곳에 정박했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저것의 흙이 파인 흔적이 보이시죠? 바로 방주가 도착할 때 긁힌 부분이랍니다." "노아의 방주가 언제 적 이야기인데 어떻게 아직도 흙이 파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가만히 있어도 될 일에 기어코 나서며 말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눈물을 흘리며 기도 하던 사람들이 "믿음이 부족하네!" " 종교에 대한 예의가 없네!" 하며 한마디씩 꾸중했다. 나는 꽤나 혼쭐이 나서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이곳에 도착했던 노아의 방주에 대해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던던 쿠루드인 여행사 직원이 풀이죽어있는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 저런 뻔한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요?" 직원이 히죽히죽 웃으며 내 말을 기다렸다.
" 저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믿는 종교에 관련된 중요한 일일 텐데 사실이 아니란 걸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도 되지 않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요?"
" 이봐요 저 사람들에게는 진짜 가짜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저 의지하고 믿을 게 필요할 뿐이라고요. 나는 그걸 제공해주고 돈을 받을 뿐이고. 그게 사업 아니겠어요?"
" 허. 거참."
나는 그가 하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또 다른 관광지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운석 구덩이'를 신이 똥을 싼 자국이라고 말하면 더욱 많은 관광객이 올 거라고 빈정댔더니 그가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비꼬려든 의도와 달리 그에게 정말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주고 말았다.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중에서.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읽는 하얀전쟁. 안정효作 (0) | 2023.11.23 |
---|---|
보바리 부인. (2) | 2023.11.21 |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중에서 (0) | 2023.11.18 |
함백산의 봄. 김이랑 作 (0) | 2023.11.16 |
일본영화. 눈물이 주륵주륵. (0) | 2023.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