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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기생 딸의 만남.

화가와 기생 딸의 만남. 운보 김기창. 17세 귀머거리 소년 김기창(1913~2001 )이 이당 김은호(1892~1979) 선생 마루청에서 무릎 꿇림을 한 채 붓을 잡은 지 딱 반년을 넘긴 해인 1931년 그는 제10회 조선 미술전람회에서 라는 작품으로 입선을 따내 제자 잘 고른 스승의 마음을 족하게 해주었다. 모친 한씨가 맨 처음 '운포雲圃'라는 호를 지어주며 자식의 등을 두드려준 것도 그 해였다. 이름에는 이름 해는 , 다음해는 그다음해는 이 올박이 화가의 응모 작에는 내리 족족 입선방이 붙었다. 선전에 심사위원들은 '귀는 먹었지만 붓질 하나는 용한 천재' 화가로 그를 기억해주었다. 나라를 빼앗긴 경성의 가을빛은 더욱 서러 웠다. 운보의 들리지 않는 귀에조차 1932년 반도에 가을 오는 소리는 들렸다..

독후감 2023.12.28

가야할 길.

가야할 길. 운동하고 나오면서 작은 개울물이 얼어 있는데 그 위에 흰 눈이 쌓여 있는 상태. 누군가의 발자국과 언젠가 먹이사냥을 위해서 마치 조형물처럼 물만 바라보며 발을 담그고 때를 기다리던 재두루미. 이제는 물이 얼어서 안오나 했는데, 그 눈길에 마치 화살표처럼 아직 얼지 않은 곳까지 이어진 발길. 야생에서의 삶 이란게 이토록 고독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작은 새로 태어나 공원 언저리나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지나가는 여객선에서 뿌려주는 과자 부스러기라도 받아먹고 살수 있을텐데. 철새긴 하지만 크나큰 몸집에 겁도 많다보니 쉽사리 사람에게 접근 할수는 없고, 물이 얼기 전만해도 건너편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던 도시의 낚시꾼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긴장의 끈을 당기더니. ..

수필 2023.12.27

녹즙 병장 미스김 전역하다.

녹즙 병장 미스김 전역하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녹즙을 그만뒀다. 대학원 졸업 학기 인데다 이사까지 가게 되어서 녹즙 배달를 도저히 할 수가 없어 녹즙 아가씨는 그냥 아가씨가 되었다. 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경매 최고서라는 굉장한 유산을 남기시는 바람에 이병헌을 닮은 잘생긴 깡패가 집에 찾아와서 추석까지 집을 빼달라고 했다. 평생 목사 사모님으로 살아온 어머니를 차마 깡패와 마주치게 할 수 없어서 알겠다, 빼주겠다,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에서 나에게 이렇게 잘 생긴 남자를 보내 주시는구나 하고 이 와중에도 웃었다. 안 웃으면 어쩌겠는가. 어머니는 재판 결과를 기다렸고, 보증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참담한 결과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그냥 그랬다..

독후감 2023.12.25

📚 칼의 노래

칼의 노래/ 김훈 怍/문학동네 刊/ 2012 出어릴 적 읽었던 난중일기는 승전보에 가슴 뛰는 영웅전 정도였다.깊이 이해 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나이 50 줄에 든 이순신장군의 막중한 책임을 어깨에 지고 자연인 한 사람의 목숨이 아니라 국운이 걸려 있는 절대 절명의 순간마다 숱한 밤을 뒤척이고 식은 땀을 흘렸으며 어깨뼈에 박힌 총탄의 심각한 후유증과 복통과 코피로 쩔쩔매는 인간적인. 순수한 인간적인 고뇌와 고충을 안고 자기 자신과의 홀로된 싸움에서 이겨 내야만 했던 격동의 7년 세월이 매 순간마다 손 내밀면 잡힐듯한 영상으로 펼쳐진다.일본의 천하 권력을 손에 쥔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내적 불만을 다른 방향에서 풀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아시아 패권이라는 명제를 걸고 명나라로 쳐 들어가서 4백여주를 일본의 풍속으로..

독후감 2023.12.24

사랑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가족 중에서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한때 일어난 일은 그저 그뿐, 신화로 남겨질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로미오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줄리엣은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늙어빠진 노년이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남았다. 눈물로 얼룩 진 편지에 답장이 없다는 이유로 이승을 등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는 코에 안경을 걸치고, 장미꽃다발을 든 평범한 이웃 남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남편이 갑자기 돌아와 고풍스러운 옷장안에서 질식해 죽는 일도 없다! 구두끈과 만틸라 스커트에 주름 장식이 사진에 나오는데 방해가 되는 일도 없다. 아무도 영혼 속에 보스의 지옥을 품고 있지 않다! 아무도 권총을 들고 정원로 나가지 않는다! ( 어떤 이들..

독후감 2023.12.23

베로니카의 사랑의 전설.

베로니카의 사랑의 전설. 16세기 베니스. 가난한 평민의 딸 베로니카(캐서린 맥코맥)는 귀족청년 마르코(루퍼스 스웰)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마르코는 사랑 대신 돈과 권력을 좇아 다른 여인과 정략결혼을 하고 만다. 실의에 빠진 베로니카에게 한때 고급 창녀였던 어머니 파올라(재클린 비셋)는 "그의 사랑을 얻고 싶으면 최고의 창녀가 되라"고 권한다.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마침내 베로니카는 권력층의 남성들을 사로잡는 창녀가 되고 마르코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데도 성공한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을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는 마르코. 베로니카가 위기에 처한 베니스를 구하기 위해 프랑스 왕과 잠자리를 하면서 함대지원에 성공하고 둘의 갈등은 더욱 깊어간다. 결국 마르코는 전쟁터로 떠나고 베로..

수필 2023.12.19

삶과 죽음 사이.

삶은 죽음을 향한 여정. 미나미 지키사이作. 체력과 기력은 노력한다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아무리 몸에 좋다는 걸 찾아서 먹고 병원을 드나들며 건강을 챙겨도 마음이 고독하면 삶이 즐겁지 않다. 물론 혼자 지낸다고 해서 꼭 고독한 건 아니다. 많은 이들 틈 바구니에 있으면서도 고독을 느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정말 중요한 건 사람과의 인연이다. 살아생전 주변 사람들과 인연을 다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하루아침에 좋은 인연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 자신을 활짝 열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에 대한 아집을 버릴수록 남과 연을 맺기 수월하다. 칭찬받고 싶고, 이익을 보고 싶고,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은 욕심을 버리라는 건 이런 의..

독후감 2023.12.19

📚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作.- 세상의 정보는 대부분 없어도 그만이다-나 자신을 들여다보려면 교양이 필요하다.왜 교양이 있어야 하는가. 어떤 문제를 생각할 때 밑바탕이 되는 가치관을 갖기 위해서다. 나에게 세상은 어떤 곳인가? 나와 세상은 어떤 관계인가? 가치관이 서야만 세상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자면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교양을 길러야 한다. 이때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이 있다. '정보' '지식' '지혜' '교양'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세상에 있는 정보의 99%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는 단지 1%에 불과하다. 가려낸 1%의 정보가 지식이 된다. 지식을 고민해 직접 활용하면 지혜가 된다. 그러니 지혜가 있다는 ..

독후감 2023.12.17

이모작.

이모작二毛作. 금년에는 작은 도랑에 '잡초와의 전쟁'을 치르느라고, 옥수수도 수수도 그리고 단호박도 심어서 소소한 소출을 올렸고, 수수는 생각보다 훨씬 잘되서 그곳 사는 친구에게 다 가져가고 수수빗자루 2개만 달라고 주문했다. 옥수수와 고추를 수확해서 잘 먹었고 김장하는데 요긴하게 썼다. 그리고 베란다를 청소하고 쓰레기받이에 있는것을 빈 화분에 부었는데, 어느결에 그곳에는 새생명이 자라나 두개의 옥수수와 작은 고추가 싹이나서 숲을 이뤘다. 시간이 흘러 자꾸만 커가는 옥수수. 때는 가을을 넘어 눈내리는 겨울에 '개꼬리'라 불리는 꽃이 피고, 그 결실로 옥수수가 맺혔다. 물론 먹을수있는 상태로 자라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2모작이 된것은 틀림이 없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괜히 웃음이 실실 나오는 상태. 친한..

수필 2023.12.14

아나키스트. 박열&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가네코 후미코作 거리의 방랑자. 학교에서 나는 두 명의 사회주의자를 알게 되었다. 한 명은 서徐라는 조선인으로 말수가 적고 온화하며 좀 어두운 얼굴을 한 남자였다. 바로 내 왼쪽 책상에 앉아 쉬는 시간에 말없이 가이조改造를 읽고 있었다. 서는 조선의 부자 집에서 유학 온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게 늘 생활에 치이며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학교에 나올 여유도 없었으리라. 곧 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약 1년 뒤 내가 박朴烈과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 서도 우리 그룹이 되어 함께 기관지를 만들거나 운동을 하였다. 그는 자주 조합에 기관지나 팸플릿이나 니플릿 등을 가지고 왔고, 덕분에 나는 그로부터 그런 읽을거리로 얻거나 빌릴 수 있어 사회주의 사상이나 정신을 조금씩..

독후감 202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