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청춘은 청춘을 모른다. 정지아作. 2023.

no pain no gain 2025. 3. 18. 16:35

📚  청춘은 청춘을 모른다. 정지아作. 2023.

옆방의 투숙객은 젊은 장병과 연인이었다. 그 때는 면회도 휴가도 요즘처럼 쉽지 않았다. 교통도 불편했다. 아마 두 연인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리움을 달래는 중일 터였다. 숨죽인 여성의 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어쩐지 서글픈 노래 가락처럼 들렸다. 어둠 속에서 옆방에 청춘은 숨죽인 사랑을 나누고, 우리는 소리를 죽여 술을 나누었다. 서글픈 노래는 장병의 짧은 비명과 함께 허무하게 빨리도 끝났다.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뜻밖에 우리의 청춘도 저토록 짧을 지 모르겠다는.

옆방에 남자는 무슨 일인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연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별이라도 고한 것일까. 우리는 각자의 생각에 잠겨. 취기에 잠겨. 그 순간에 젖어 들렸다. 달콤하도록 우울한 포천의 밤이 되었다.
내 예감은 옳았다. 영원할 것 같은 청춘은 참으로 짧았다. 우울하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한탄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청춘이 아니었다.

그래도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가 믿기지 않거나 어색한 날이면 포천에서의 그날 밤 이 떠오른다. 쓸쓸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것, 그게 청춘이었구나, 그때는 정작 그걸 몰랐구나, 무릎을 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