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作. 2014.

📚 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作. 2014.

도처에 나온 예언과 달리 세상에 종말은 오지 않았다. 나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학업 과정을 마친 학생이라면 거의 겪게 된다는 우울증도 잘 견뎌냈다. 어떻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목적도 계획도 일정도 없이 지냈다. 그게 다였다.

책 몇 권을 보다가 약간 지루해지면 이런저런 음악을 들으며 특별히 한 일 없이 멍한 눈으로 하루를 보냈다. 달력은 창고에 처박아두고 미래와 내일이라는 위협적인 개념은 머릿속에서 쫓아냈다.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잠을 잤다.

그 후로 운명은 내게 '모든 좋은 것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잠에서 깨면 피곤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다시 잠을 청하는 이런 생활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는 내게 다른데 가서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간청했다. 나는 여름 단기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봤지만 왜 그런지 몰라도 사장들은 아무 하는 일 없는 사람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사장들이 뭐라고 말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그건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다행히 나는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화폐 단위는 잠이었다. 한 달 동안 낮잠으로 잔 시간을 돈으로 따지자면 나는 백만장자였다. "생활비는 벌어야 할 거 아냐!" 엄마는 화가 나서 말씀하셨다.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떻게 해요!".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스물여덟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곰과 뱀의 유전자가 합쳐져 생긴 괴물 쯤으로 여겼다. 아버지에게 난 인간도 아니었다. 아들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제 나는 집 밖으로 나왔다. 베개로 나 써먹을 수 있는 석사학위가 든 가방 하나 달랑 들고서. 이젠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혼자서는 오래 살 수 없었다. 부모님한테 받은 이름 말고는 가진 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비정규직 세대다. 졸업하자마자 바로 일자리를 찾는 건 비행기에서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는 것만큼이나 무모하다는 사실을 나는 금세 깨달았다.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았다. 시장에는 나 같은 대졸자들이 차고 넘쳤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는 "수습이나 하면서 입 닥치고 있어." 하고 배짱을 부렸다. 2000년대 기업들은 많은 발전을 잃었지만 노예계약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빠리의 하늘아래.
사실은 아무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실업자수당으로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는. 의욕과 미래계회없는 무한 게으름벵이일 뿐이다.

어느날 친구의 조언으로 시작한 자동차 모터쇼의 안내원자리. 지루하고 견디기 어려운 교육을 받고 숙련된 판매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격는다.

모터쇼는 일주일 남았다. 이제는 진짜로 자동차를 팔아야 한다.
더 이상 내 운명을 동정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서둘러 일을 하고 싶었다. 일을 시작한 지 몇 십분이 채 지나지 않아 첫 차를 팔았다. 몇 시간 후에는 차 10여대를 팔았다.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며 지내는 동안 나도 모르게 협상 기술을 배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 사실을 알턱이 없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지 둘째 날 저녁이 되었다. 나는 그날 판매왕이 됐다.

사람은 무엇이든 적응하기 마련이다. 자동차 판매원으로서의 삶은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이지만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에 웃으면서 일어나는 나 자신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어느새 단단해진 내 모습을 거울로 비추어 보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내 안에 숨어 있던 겁에 질린 아이의 모습이 난생 처음으로 보이지 않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가족들을 다시 만나면서 든든한 뿌리를 찾은 것 같았다. 판매를 위한 경쟁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즐기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목표를 위한 게임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실행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며 고객을 감언이설로 구워삶았다. 특별 할인이니 무상보증이니 떠들어대며 "신용 계약"이라고 불렀다.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판매수수료만 생각하며 비단 장수만큼 교활한 인간이 되어갔다. 이렇게 변하는 데에는 단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쓰레기였다. 하지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