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생애의 꽃. 공선옥作. 1994.
가슴 작은 미망인과 딸. 어렸을때 딸을 팽개치고 자신의 욕망을 찾아 떠돌던 늙은 엄마. 순직 공무원의 남기고간 몇푼의 연금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도 위태한 일상을, 취약한 생활기반을, 오년째 취직을 미루고 있다.
아파트 공터에 작은 텃밭에서 시간을 보내며 또 다른 이탈을 꿈꾼다.
목욕탕에서 만난 가슴 큰 친구 수자.
그 큰 가슴을 무기로 사내들을 낚는 재주로 먹고산다. 둘이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함께한다.
주 무대는 '남강매운탕'집과 '황제카바레'다.
"남강민물매운탕집에서 그녀는 일차로 낚시를 드리운다. 강변의 바람은 시원하다. 매운탕은 말고 소주를 시킨다. 매운탕집 주인 여자와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다. 이 집도 매운탕집주인 여자의 각본에 의한 것이다. 수작을 붙여 오는 이는 대부분 늙은치들이다. 상관하지 않는다. 술 받아 마셔주고 음식 먹어주면 대게는 좋아한다. 훈풍이 부는 강변에 매운탕집에 늙은 사내들은 젊은 여자의 화장내 만으로도 숫기가 발동한다. 재수 좋은 날은 그리 흔치 않다. 남자의 숫기도 계절을 탄다. 젊은 여자 화장내만으로도 숫기가 발동할 수 있는 시기는 남강 매운탕 집 앞 강변에 버들잎이 휘늘어질 때. 휘늘어진 버들잎 세로 끈적이는 더운 바람이 불어올 때, 그럴 때 여자의 화장 내는 발삼향으로 사내의 후각에 스며든다."
"계절을 놓치면 안 돼."
"날씨를 놓쳐선 안 돼. 화장 내 풍기기 좋은 날씨 야."
" 바람이 불어. 원피스를 입고 나와. 무명으로 된 물방울무늬가 점점이 찍힌 것이면 더할 나위 없겠어. 그 속에다는 스판브라자를 입어. 머리카락은 그냥 바람에 나부끼게 그대로 둬. 삔 찌르지마."
그녀의 젖가슴은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기둥 같은 것.
황제카바레에서 공탕을 치는 날. 혼자 있으면 쪽팔리다고 친구를 불러낸다.
"나를 나쁘게 몰아치진 마. 불경기 거든. 애가 셋이야. 절박해. 재수 없으면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신세 조지기 십상인데, 재수 있든 없든 이런 데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더러워지는 건 마찬가지고."
이래저래 기분 더러워지는 수자. 슬픈 수자. 그녀의 예언대로 황제 카메라에서의 수자는 그날 재수 잡친날이 되고 말았다. 검은 스카프의 멋있는 수자를 나 말고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남자는 술을 따르는 여자의 큰 가슴골에 눈길을 주면서 젖가슴을 훔쳐 본다.수자의 자랑, 수자의 목숨.
가슴 큰 여자의 일상이 된 반란 앞에, 반란하지 않으면 삶이 불가능한 생애 앞에 내 이유 됄 수 없는 반란, 감히 우리 생애 꽃이라고 이름 붙였던 내 허술한 반란의 나날들이 참혹하게 무릎 꿇는 것을 나는 본다.
누군가는 분냄새 안나는 일상은 재미없는 삶이라고 하는 남자가 있다. 그 분냄새의 이면에는 그 어떤 함정이 또아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며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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