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242

📚 회색 눈사람. 최윤作. 1992.

📚 회색 눈사람. 최윤作. 1992.우리가 '절망의 시대'라고 통칭하던 시간과 공간이 있었다.오래된 신문기사 중.엄마는 이모에게 맞기고 미군 운전병을 따라 미국으로 갔고,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해 검정고시로 간 대학입학금을 위해 이모가 이모부의 병원비를 위해 땅판돈을 훔쳐 달아난 처지. 분에 넘치는 학교. 등록과 휴학을 번갈아 하다가 알렉세이 아스타체프의라는 중고책과 헌책방에 매개로 어정쩡 하게 인쇄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밤에 피는 꽃처럼, 밤에만 돌아가는 인쇄소. 비밀하게 찍어내는 책. 완성되기 전에 급습을 당한다.갑작스럽게 도착한 엄마의 편지.그리워한것은 아니지만, 발작적으로 보낸편지로 초청장과 여권신청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받은 여권.인쇄소의 모든 사람들이 흩어진 뒤. 김희진이라는 조금 섬뜩한 아..

독후감 2025.04.07

📚 세월. 정지아 作. 2008.

📚 세월. 정지아 作. 2008.치매걸린 노인이 개나리 앞에 웅크리고 앉아 짧아지는 봄빛을 아쉬워하는 그림이 그려진다.치매걸린 남편 앞에서 아낙의 한없는 넋두리를 풀어낸다.야학을 갔다고 작대기로 두둘겨 패는 아버지. 홀연히 나타나 색시로 달라는 남편. 야밤도주해서 일본에가서 원없이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에 탈출을 시도하다가 잡혀서 머리깍고 족두리쓰고 시집온 아낙. 공부하고 싶다는 말에 책한권 던져줘서 첫날밤에 가갸고교를 배우던 아낙.남편은 혁명전사로 평등한세상을 만들어보겠다고 산으로가고, 임신과 출산으로 아기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애를 업고 토벌대에 쫓겨서 산으로 눈길을 헤치고 갔으나 애는 죽고만다.남편의 옥바라지로 서글픈 세상.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냉정한 남편이 제일서럽다. 오공오 털실로 짠 옷..

독후감 2025.04.02

📚 순정. 정지아 作. 2008.

📚 순정. 정지아 作. 2008.배강우. 머슴의 자식. 할아버지도,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종이었으며, 대를 물려 축적되어온 나약하고 순종적인 성품 때문인지 그는 그 질긴 업을 사는 일이 다 그러려니,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가난때문에 16살에 14연대에 입대하였고, 성품때문에 2700명 중의 하나인 반란군이 되었고,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쫓기고 배고프고 지쳐서 죽던 동료들 사이에 식량을 구하러 간다고 하자 마지막 남은 쌀 한줌을 내주던 이현상사령관. 가슴까지 차오르던 눈길을 헤치고 7키로를 걸어서 살던 동네에 도착. 하염없이 울다 지쳐서 잠들었던 그가 깨보니 순경인 당숙과 부모가 그를 붙잡았다.자수만 하면 감옥에도 안가고 살려준다고 한다.떠나기 전에 이현상은 말한다. "강우야, 살길을 뿌리치지 마라"..

독후감 2025.03.31

📚 봄빛. 정지아 作. 2008.

📚 봄빛. 정지아 作. 2008.여덟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이되어 굳건하게 살아온 삶. 일제시대에 사범대학을 나와 교감까지한 자기관리의 끝. 선생을 하면서도 이십마지기 농사를 그 누구보다도 더 딱 부러지게 밤일을 마다않고 최선을 다했다.무학의 어머니는 순종을 미덕으로 살아온 삶.팔십에 들어선 치매검사. 결과를 앞두고 불러온 아들. 아버지의 욕심에 판검사를 목표로 대학입시 4수를 하다가 접는다.의사가 걸어놓은 사진에는 뇌세포가 상당히 많이 죽은 거뭇거뭇한 상태. 다만 당사자인 아버지는 인정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단둘이 할아버지 산소에 간 적이 있었다. 웬일로 고등학생인 그에게 퇴주잔을 건넨 아버지는 봉분이 형편없이 낮아진대다 아까시 두어 그루가 한 뼘씩 싹을 틔운 그런 무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덟살에..

독후감 2025.03.29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 정지아作. 2023.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 정지아作. 2023.엄마는 빨치산으로 지리산에서 활동하다가 남편이 죽고, 잡혀서 감옥살이를 한다. 두번째 남편인 아버지는 빨치산 출신으로 마주본 지리산과 백아산의 이름을 따서 '지아'라고 지었다.고향 구례의 산골에서 엄마의 독특한 학습지도로 공부만 하는 학생이 된다.어떤 연유인지 아버지는 감옥에 가고 서울로 전학한 중학생인데, 정권의 혹독한 감시는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항상 따라붙는 감시의 눈길. '빨치산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안고 산다.졸업후에 사노맹기자를 2년정도 했던 경력에 수배자가 된다. 이리저리 피해다니는 과정. 결국은 자수를하고.여러가지 술 중에서 좋아하는 술은 '양주'성향이다. 지리산 등반중 마신 패스포트. 고교시절의 마지막 방학때 마시던 '매실주'. 도망..

독후감 2025.03.19

📚  청춘은 청춘을 모른다. 정지아作. 2023.

📚 청춘은 청춘을 모른다. 정지아作. 2023.옆방의 투숙객은 젊은 장병과 연인이었다. 그 때는 면회도 휴가도 요즘처럼 쉽지 않았다. 교통도 불편했다. 아마 두 연인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리움을 달래는 중일 터였다. 숨죽인 여성의 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어쩐지 서글픈 노래 가락처럼 들렸다. 어둠 속에서 옆방에 청춘은 숨죽인 사랑을 나누고, 우리는 소리를 죽여 술을 나누었다. 서글픈 노래는 장병의 짧은 비명과 함께 허무하게 빨리도 끝났다.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뜻밖에 우리의 청춘도 저토록 짧을 지 모르겠다는.옆방에 남자는 무슨 일인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연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별이라도 고한 것일까. 우리는 각자의 생각에 잠겨. 취기에 잠겨. 그 순간에 ..

독후감 2025.03.18

📚 봄날 오후, 과부 셋. 정지아 作. 2013.

📚 봄날 오후, 과부 셋. 정지아 作. 2013.국민학교 동창 셋. 사다꼬(貞子). 하루꼬(春子). 에이꼬(英子). 오랜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그 시절 이름으로 부른다.사다꼬. 동경제대를 나온 남편은 혼인한지 몇달이 지나지도 않아 산사람이 되었다. 그 남편을 따라 사다코도 산으로 갔고 근 10년 연락이 끊겼다. 산에서 남편을 잃은 사다코는 감옥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십수 년이 뒤 사다코는 저와 똑같은 이력을 가진 빨치산 가난뱅이와 재혼을 했고, 하루꼬에 대해 늘 뭔가 석연치 않은 가슴앓이를 하던 그녀는 당시로 쓴 제법 거액이었던 천원을 부주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공부 잘했다고 인생이 잘 풀리는 건 아니다. 이래서 세상은 살아 보아야 하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채 들고나는 단칸방의 살림을 ..

독후감 2025.03.13

📚 검은 방. 정지아作. 2019.

📚 검은 방. 정지아作. 2019.아흔아홉살. 빨치산 이었던 엄마는 과거를 회상한다.첫남편과 지리산 천황봉 아래에서 눈속에 파묻혀 고요하던 그 때. 신세계를 꿈꾸다 보급투쟁 후에 죽은 남편.칠년의 감옥생활. 그리고 두번째. 같은 빨치산 이었던 남편을 만나 마흔둘에 딸아이를 낳는다. 그래서 '빨치산의 딸'이 된다.늙으막에 치매걸린 남편. 하루 소주 세병과 담배를 달고 살던 사람. 바지에 똥을 싸고 그런지도 모른 남편과 일곱살 어린 여동생은 엄마가 출산하다 죽고, 어린동생의 엄마역할을 하느라 젖동냥과 미움을 쑤고 기저귀를 빨고, 먹여 키운다. 아버지가 채취를 하느라 열일곱에 뱀꾼에게 시집을 보내고, 제부는 애 넷을 키우다 스물일곱에 뱀에 물려 죽고. 억척스런 삶을 이어간다. 여동생의 치매. 병원에서 젊어..

독후감 2025.03.10

📚 강남몽. 황석영 作. 2010.

📚 강남몽. 황석영 作강남몽이라는 소설은 작가가 이야기 했듯이 1995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차례로 무너지던 개발독재가 종언을 고하는 한국 자본주의가 스스로 재생산구조를 갖추게 되는 시기로 사회변혁에 대한 열정으로 욕망에 얽혀가는 시대를 관통한 이야기다.일제시대를 살아가던 소작농의 삶을 탈피하고자 간도로간 세대들. 1939년. 그 아들은 헌병과 순사의 밀정으로 기본을 잡고 일본군 오장과 해방후에 미군 CIC요원으로 적산가옥과 땅을 불하받고 점차 재산축적에 묘수를 부리면서 한국전쟁에서 4.3사건에 우익편으로 밟아온 결과 삼풍백화점까지 펼쳐지는 주인공으로 거듭난다.다른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조양은과 김태촌의 주먹을 이은 칼부림의 세계에서 술과 여자로 화려했지만, 반평생을 교도소와 병원에서 보내야했던 밤의..

독후감 2025.03.07

📚 장길산. 운주 미륵. 황석영 作.

📚 장길산. 운주 미륵. 황석영 作. 호남 전도는 토지가 비옥하고 바다를 끼고 있어 해산이 풍부한 고장이다. 특히 남해안에는 수백 섬이 있어 예로부터 극변의 유배지로 널리 알려졌다. 전라도는 평야가 광대하고 관개가 훌륭하여 이곳에 풍년이 들면 팔도를 먹인다 하였으나, 예로부터 중앙에서 멀고 현달한 이가 적어 부임하는 수령들은 마음 놓고 조세를 과하여 부역과 작료가 가혹하였으며 지방 서리배들의 농간은 극심한 고장이라 민란이 잦았던 것이다.세상의 모든 천민 이여 모여라. 모여서 천불천탑을 세우자. 그들은 보리밭 밭고랑에 돌을 뉘어 놓고 새기기도 하고, 산비탈에서 쪼기도 하며 암벽 중간에 매달려서 정과 망치를 두드리기도 하였다. 고수는 망치소리를 모두 뒤덮을 만큼 우렁차게 북을 때리고 또 때렸다.천불천탑을..

독후감 202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