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410

물풀.

어느 여름날. 땡볕에 고무신을 신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논길을지나 도착한 곳은 은하천이 내려와 지상에 꿈을 꾸었다는 요천수와 광한루.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들. 누가 만들었나 인생사를 갈아넣은 꿈꾸는 세상. 위 아래 짝을지어 몰이하던 시절. 미련도 없다. 후회도 없다. 흘러가는 물결에 머리풀고 흔들리는 세상. 세상사 순리라는게 바로 이런것.오늘도 추억속의 이런 물풀만보면 돗대들고 들어가서 붕어, 미꾸리, 송사리, 모래무치, 빠가살이, 메기 잔뜩 잡아서 매운탕 한그릇에 왕대포 한잔이면 인생을 논하고, 열여섯 춘향이의 다홍치마 자락 스치는 소리 이야기나 하면서 살수 있는 걸! 아! 옛날이여. 오늘도 추억속의 페이지는 넘어간다.

수필 2024.06.19

누수.

오래된 집. 비가오면 생각나는 그사람이 아니라. 비가 온 후에 베란다는 오래된 석회암동굴처럼 한방울씩 물이 떨어진다. 어느땐가 부터는 두군데 세군데도 물이 떨어진다. 창밖에도 비가 개고 일주일 혹은 열흘씩 꾸준하게 떨어진다. 마치 수종사의 전설처럼. 관리소장을 호출했다. 문제가 있군요. 다음예산에 반영해서 방수처리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감감 무소식이다. 전화하니 비리로 교체가 되었단다. 다음 관리소장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베란다 타일은 마치 몽환적인 그림인냥 피카소와 뭉크의 혼합작이 탄생했다. 그럴때마다 베란다 페인트 칠은 나의 취미처럼 변해갔다. 그래서 다른 색상으로 덧칠에 또 덧칠. 제작년에 다시 이의제기를 했고, 내년 사업계획에 넣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한다고 해서 사업계획..

수필 2024.06.18

76

76. 우리가 미래 불안한 불확실성과 과도한 기대를 가지고 학창의 마지막 해를 보낼때. 그때. 박정희는 이천호국원 충용탑을 세우고 끼리끼리 박수치면서 술잔을 나누고 멋진 행사를 했드랬다. 이렇게 양면의 칼처럼 서로다른 방향으로 나아갈때를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고 3년이 지나던 어느날 총탄의 재물로 역사의 언덕에서 사라졌다. 누군가는 육이오와 월남전예서 싸우다 죽고 또 누군가는 민중을 향해 총구를 겨누다 죽고, 이제는 호국영령의 혼이 되어 한곳에서 잠든이 땅. 비내리는 호국원에서 누구를 위한 총구인지를 겸허하게 되색인다.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삶이 만족하고 미래 불안요인이 없이 행복한가? 그들이 꿈꾸던 세상이 도래되었는지? 탑은 말이 없다. 마치 끊임없이 부딪쳐서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와 같이.

수필 2024.06.10

복날 푸념.

누군가의 복날 푸념. 운동을 하는데 옆에서 누군가를 상대로 푸념을 한다. 집에서 키우는 개가 어떤 영문인지 모르지만 가출을 해서 경찰에 신고하고 찾으러 다니고 해서일주일 후에 어느 택시기사가 길거리에서 찾았다고, 데리고 와서 보니 말그대로 피골이 상접하게 말라서 갈비뼈가 튀어나와 동물병원에서 온갖 검사와 주사치료와 영양제를 맞고. 수의사 말대로 인큐베이터에 일주일간 입원한 다음 데려왔는데, 택시기사한테 수고비 20만원 주고 병원비 530 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놀란 마음에 병원비가 아까운 줄 몰랐는데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내가 그깟 개 때문에 너무 많은 돈을 썻구나하는 자괴감이 들더란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이 개도 늙어서 가끔 한번씩 병원에 가면 나도 안맞는 온갖 영양주사로 몇십만원씩 들어가는데..

수필 2024.06.10

천금의 유래.

옛날 조선시대 왕중에 세종은 앵두를 따서 은쟁반에 담아 달밝은 밤에 앵두를 먹으면서 시연회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때는 앵두를 "천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돌아가신 장인께서는 어찌알고 뒷뜰에 앵두를 심고, 딸 이름을 "천금"이라고 지으셨을까?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앵두나무가 너무커서 두그루는 뽑아버리고 남은 한그루. 올해도 앵두가 가득가득 열렸습니다. 설탕으로 재서 한창더울때 앵두즙에 얼음동동 띄운 한잔이 너무나도 맛있습니다.

수필 2024.06.09

사기

풍문. 풍문으로 들었소.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난다는 말. 예전에 박정희도 드럼통을 들고나와 사기를 쳤고 제 7광구라는 노래도 만들고 국민을 들썩이게 했었지. 사기는 시대를 구분하지 않아. 747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이명박도 7% 경제성장률. 4만불 국민소득. 세계 제 7의위의 세계로 간다고 사기치고. 아프리카에 다이아몬드 광산을 계약했다고 해서 빌라에 살던 사람 집 팔고 주식샀는데, 알고보니 어린이들이 물고기 잡던 조그만 개울가. 이명박의 친구라던 그 사람은 회사마져 상폐되고 돈 먹고 날랐다지. 괜한 헛바람에 빌라만 없어진 사람처럼 뜬구름 잡은 사람은 널렸다지? 박근혜시절. 온몸과 기운을 다해서 염원하면 천지기운인 하늘이 도와 준다는 그 말을 대통령 담화라고 발표하던 그런날도 있었지. 오늘도 주식시장..

수필 2024.06.03

여행의 꿈.

여행의 꿈. 언젠가 부터 함께하는 나들이가 그리워 졌다. 혼자만 좋은곳 가고 맛난것 먹고 산줄기 굳센 능선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협곡과 짙푸른 골짜기에 피어나는 뭉게구름도 연하게 흩어지던 안개비도 혼자보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고보니 바닷가 백사장의 하얀 포말로 부서지던 파도가 어릴적 그리던 꿈이었노라. 망망대해 수평선이 마음속으로 들어와 그려질때도 그 한켠에는 친구가 있었다. 구룡폭포 푸른용이 승천한다는 전설속에도 그 깊은 물 속이 궁금해지는 날도 있었다. 친구는 없지만 함께한 추억도 없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물줄기가 후벼판 바윗길 둥근 곡선도 다정함의 다른 표현이었다. 어느날인가 훌훌털고 여행가는 날.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도 친구가 그리울까 생각해본다. 함께하지 못한 후회를 가득안고 가지 않으려..

수필 2024.06.03

텃밭에 농심.

텃밭에 농심. 밭은 갈지읺고 비닐만 씌우고 고추, 상추, 청갓, 홍갓, 오이, 토마토, 대파를 심고 물을 주고 성장을 기다리는 중인데. 시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어느틈엔가 쑥대밭으로 자라난 상추와 갓 모종. 솎아가면서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식사시간이 즐거워 진다. 약을 하지 않아 구멍 숭숭뚫린 갓잎이 오히려 정감이 간다. 벌레도 먹고 나도 먹고. 상추잎에 갓잎을 얹어 쌈장에 한입듬뿍 먹으면 "톡"쏘는 그 맛에 코는 찡하고 눈물이 찔끔 나오면서 넘기는 그 맛이랄까? 한번 솎아오면 일주일의 식탁을 책임지고 넘쳐나는 푸성귀! 아! 봄봄 이로구나.

수필 2024.05.31

수필이야기.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수필이야기. 어떤 사람이 "주역"이라는 책을 손에 넣고 만번을 읽었더니 세상에 떠다니는 귀신이 보였다 한다. 어느 동네에서 대대로 명의로 소문난 가문이 의원을 열었는데, 고래등같은 기와집의 지붕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귀신들이 바글바글 하더란다. 그래서 이집은 안되고 어제 개업을 했다는 어느 젊은 의원집에 갔는데 지붕에 벌써 네명의 귀신이 앉아 있더라는 이야기. 또 2차 세계대전때 젊은 독일 군의관이 점령지 파리의 늙은 의사에게 몸의 근육 이름 삼백 예순넷의 명칭을 이야기 하라 해서 생각나는 몇개의 이름을 댔더니 그 젊은 군의관이 줄줄이 이름을 대면서 그딴 실력으로 어떻게 오십년이나 의사를 했느냐고 비웃더라는 이야기. 세월은 흘러서 제목도 지은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느꼈던 감흥..

수필 2024.05.28

복싱.

1983. 그날. 우리는 박종팔과 나종원의 복싱시합을 보면서 회사에서의 월급적음과 사회적 서러움을 달랬다. 박종팔은 졌다가 3개월 후 재시합에서 이겼을 때 내일인냥 기뻐하며 좋아했다. 그리고 3년후 주니어 미들급에서 백인천과 황준석의 시합을 보면서 괜스레 흥분을 했다. 라이트는 넘어서고 월터급이나 미들급을 안되고 우리가 뛰려면 라이트 미들급 정도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밀고 밀리는 사각의 링.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 두려움의 그 순간을 피할수는 없다. 인생이 그렇다. 이때 나는 생각했다. 기택이가 복싱을 했었는데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남산을 뛰어다니며 저렇듯 운동을 해야했을까? 가끔은 남산에서 쉐도우 복싱을 하는 어린 친구들. 어느날인가 저렇듯 빛을 볼 날이 올텐데? 하는 생각도 했었다. 더빙으로피하..

수필 202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