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422

하루

하루. 아침에 운동하고 근육통을 겪으면서 시작이 된다. 생각외로 잘 채려진 식사를하고 책을보다가 졸리면 잔다. 천국이 따로없지. 요즘은 이탈리아 베키오 다리에 얽힌 추억으로 쓴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못다이룬 피런체의 단테의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넘어서는 신곡을 읽고, 김훈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을 읽는다. 마트도 가고, 셋째 손자가 어린이집에서 적응기간이라서 데려와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한다. 책을 보다보면 글속의 윤곽과 경사와 굴곡을 따라 해그림자가 넘어가고 하루가 마감이되면, 호화스러운 밥상. 쇠고기 구이에 곁들여 오래된 산수유한잔. 그리고 순두부찌개 에 들깨수재비. 더러는 바닦에 잔뜩깔린 고사리나 무우를 넣어서 졸인 갈치조림과 조기매운탕도 나오는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도 먹어보지 못했던 환상적..

수필 2021.01.25

약속

약속 미리 예고됐다고 해도 저녁에 내리는 눈을 보지는 못하고 밖을보니 하얗게 채색된 밤. 자다깨다 반복하며 잘기억나지 않는 꿈을 몇번이고 꾸다가 맞이한 새벽에 다시 깊게 잠이 들었다. 왜 지나간 과거가 발목을 붙잡고 자꾸만 회상의 늪을 허우적대는 걸까. 4부작으로 구성한 히트라는 영화를 3시까지보고 사랑과 욕망의 알파치노와 드 니로의 열연이 돋보였다. 혼자 뒤척이면서 잠시 잠깐 어린아기 피부같던 그 살결이 그리워지는 순간, 뭉클하게 솟아나는 욕정. 약속한 것은 없지만 왠지 모를 약속같은것이 생각난다. 다시 눈이내린다. 약속한 적이 없이 우연히 오다가다 만난 사람처럼.

수필 2021.01.18

전가복

全家福. 말 그대로 온 가족이 다 행복하다는 이름의 요리입니다. 중국에서는 가족 사진을 보고도 전가복이라고 한다. 고단한 일상을 보낸 가족들이 오랜만에 식탁에 모여 힘든 일, 어려운 일을 서로 터놓고 격려하며 먹는 음식, 즉 가족 모두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음식이 바로 전가복인 셈이다. 전가복은 해물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하늘을 나는 것, 땅 위에 있는 것, 물 속에 사는 것, 산 속에 자라는 것 중 좋은 것들은 모아 만드는 요리이다. 전가복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널리 알려진 것은 진시황 때에 주현이라는 유생의 이야기다. 주현은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 때 땅 속에 묻힌 유생이었다. 생매장 되었으나 운 좋게 살아남아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해서 산 속에 숨어 지내면 목숨..

수필 2021.01.07

잉글리시 페이션트

잉글리쉬 페이션트. 비행기는 날고 사막위의 모습이 낙타가 지나간 발자국 처럼찍혀있는 아라베스크 문양을 지난다. 모든 사랑이 그렇듯 불륜과 우정의 교차선이 지나가는 인생. 자기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죽이려고 비행기를 저공비행 하면서 사막에 쳐박히지만 막상 당사자만 죽고 , 다리가 부러진 아내. 그리고 동굴속에 남겨두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나는 애인. 3일을 사막을 걸어서 찾아간 부대에서 스파이의 누명을 쓴다. 우여곡절끝에 다시 찾아온 동굴에는 차가운 사랑했던 여인의 시신이 남아있다. 여자는 어둠이 내려앉은 동굴속에서 마지막으로 남자에게 글을 남긴다. " 전등도 꺼진 어둠 속에서 내 사랑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불도 꺼지고 너무 추워요. 밖에 나갈 수 만 있다면, 어둠 속에 얼마나 있을 수 있..

수필 2021.01.07

로렐라이

Loreley” 옛날부터 전해오는 그 이야기 내 마음에 끝없이 떠올라 왠지 자꾸만 서글퍼지네. 라인강은 고요히 흐르고 날씨는 차갑고 어두워지는데, 산봉우리는 저녁 빛이 눈부시게 빛나네.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그곳에 황홀하게 앉아있네. 그녀는 금빛 장신구를 반짝이며, 금빛 머리칼을 빗어 내리네. 금빛의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그녀는 노래를 부르네. 마술같이 사람을 홀리는 노래의 선율. 조그만 배에 탄 뱃사공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사로잡혀 암초는 보지도 못하고, 언덕 위만 쳐다보네. 마침내 물결이 조그만 배와 함께 뱃사공을 삼켜 버리겠지. 그녀의 노래로써 그렇게 한 것은 바로 로렐라이 언덕. (번역 카나비 배용)[출처] Loreley (로렐라이 언덕)-하이네 시 로렐라이는 독일 전설에 나오는 요정..

수필 2021.01.07

리스트의 탄식

리스트의 탄식.(Un Sospiro) 악보를 익히는 데는 받은 악보를 눈으로 읽고, 자기가 다시 곡을 만들고 연습해서 익히고 마스터가 된다. 그런데 6개월 지나고 마음에 들지 않을때 정말 내 재능은 여기까지 인가의 탄식이 된다. 가슴으로 스미는 선율이 스스로의 탄식을 만들어낸다. 눈 내리는 밤에 인생의 회전목마 연주곡(Marry go Round of Life)을 듣다. 마치 기관총 예광탄처럼 내려오는 빛과같은 화면을 오락하듯 하나씩 건반으로 부숴대는 해머의 충격이 보이는 듯하다. 그러면 죽어 버린 악보는 꼬리를 달고 부딪치고 남은 파편처럼 하늘로 흩어 터진다. 축제 불꽃처럼.

수필 2021.01.07

어죽이야기

어죽이야기. 처가에 들러 콩을 보관중이던 거실을 보고 기겁을 했다. 사람이 없는 틈을타서 쥐떼가 콩들의 잔치를 벌이고 쥐똥천국을 만들어놓은 것. 생각이 복잡해졌다. 일단은 청소부터하고 흩어진 콩을 모으니 반됫박정도. 장농을 들어내고보니 쥐들의 비상통로가 보인다. 석고보드를 깨면서 천장으로 올라가는 통로에 1차로 각목을 잘라서 막고 샌드위치 판낼에서 철판을 잘라서 마감을 하고. 마무리하고 나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동네 친구들이 물고기를 잡아서 매운탕을 끓인다고 연락이 왔다. 어디서? 서하교지나 무갑리산속에 비밀의 장소가 있다고 한다. 이 추운날 물고기를 잡아서 대접을 한다고. 국수를 사서가니 매운탕이 열심히 끓고있다. 국수넣고 적당량의 양념을 하고 한그릇씩 퍼서 목탄난로가 활활타는 주변에 둘러 앉아 ..

수필 2020.12.21

애기봉

지금쯤이면. 지나가는 길이라면 일부러 남원에들러 요천수 물가에 숙소를 찾아 정하고 새벽이면 애기봉에 올라 서서히 깨어나는 시내를 바라보고 땀을 식히곤했는데. 물이 나오는 식수대에는 이몽룡의 싯귀가 새겨져 항상 가슴에 맴돌곤한다. 金樽美酒 千人血금잔의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玉盤佳肴 萬姓膏옥쟁반 위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 民淚落촛대에 흐르는 촛농은 백성들이 흘리는 눈물이니 歌聲高處 怨聲高 노래 소리 큰 곳에 백성들의 원성 또한 크더라. 그곳에서 오랜친구를 만나 함께 운동하고 이야기하면서 세월무상을 흘러가는 구름과 비유하기도하고. 터덜터덜 내려서는 길에는 오래전에 읽었던 싯귀가 생각니기도 합니다. 눈 내리는 저녁 숲에 멈춰 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

수필 202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