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자 속 오정희 作 급성 간염 진단을 받은 남편이 입원한 지 스무날만에 거짓말 같이 세상을 뜨자 서른두 살 그녀는 졸지 어린 두 아이들을 거늘인 미망인이 되었다. 비탄과 슬픔과 원망으로 첫 해를 보내고 두 해째 접어들자 살아야 한다는 진리가 무서운 현실로 다가왔다. 그녀는 일을 시작했다. 갖가지 레이스 뜨게 장식품을 만들어 수예점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남달리 눈썰매와 손재주가 있어 뜨개질과 수놓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친구나 친척들의 경사에 자신의 작품을 선물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이제 그것이 생업이 되어야 하는 현실에 가끔은 서글퍼지곤 했으나 그럴 때마다 자신의 쓸모없고 소모적인 감상을 비웃듯 더욱 맹렬히 일에 매달렸다.아파트에 빈터에서 굴렁쇠를 굴리는 청년과 그를 뒤따라가며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