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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作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作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같이 뜰에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고 떨어져서 쌓이는 것이다. 낙엽 이란 참으로 이 세상 사람의 수요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건만, 날마다 시중 이 조련치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 벚나무 아래 긁어모은 낙엽은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의 것보다 푸석푸석하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오르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안에 가득히 담겨진다. 낙엽 타는 냄새 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 든지 연기 속에서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

독후감 2024.10.30

📚 청춘예찬. 민태원作.

청춘예찬. 민태원作.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이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 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라면 인간은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에 끓는 ..

독후감 2024.10.27

남들은 가지 않은 길.

남들은 가지 않은 길. 출렁다리를 건너고 혼자 호젓한 낭만을 곱씹으면서 조금 높은 곳은 이미 정원의 꽃이 다 졌다.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진 거리. 흠뻑 쏟아지는 가을 햇살 만큼이나 자유스런 걸음걸이. 그 만큼의 여유가 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시간. 흙먼지 하나 묻을 여유없이 깔끔하게 새로 건설된 길. 데크로 혹은 철판으로. 더러는 삼삼오오 지인들과의 새참시간. 나도 허기에 싸온 밥에 반주한잔. 갑자기 한두방을 떨어지는 빗방울에 서둘러 하산길을 잡는데, 하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빠른 길. 다른 하나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야자메트로 걷는 길. 천천히 하산길로 내려서면서 보니 사람들의 흔적이 드문 이끼로 가득한 길이 펼쳐진다.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 매트위에 떨어져있는 알밤들. 하나둘 줍다보니 바..

수필 20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