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갈색 두루미.

no pain no gain 2025. 4. 7. 17:55

갈색 두루미.

서부천을 흐르는 작은 수로에는 하지말라고 가이드를 쳐놓은 로프를 눕히고 들어가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날씨에 따라 많게도 적게도 나오지만, 생업은 아니고 취미가 전부인 사람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자리를 옮겨서 다리 그늘에 들어가고. 꾸준하게 낚시를 한다.
식사 때를 맞춰서 찾아오는 재두루미와 그 부류의 두르미들. 때론 동시에 오기도 하지

만 대부분은 시간대가 다르고 혹은 서로 기피하기도 하면서 찾아온다. 야생의 세계는 가혹해서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원칙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보니, 그 유혹은 떨칠수가 없다.

통칭하는 김이박의 낚시꾼들.
하나의 낚시로 승부를 거는 사람도 있고, 더러는 세개나 그 이상의 낚시대로 조율하면서 낚시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수확이 많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붕어들인데 손바닥 반만한 아니면 그보다는 조금 더 큰. 그런데 훤히 보이는 헤엄치며 다니는 자짜리 가까운 붕어나 잉어는 걸리는 법이 없다.

잡히면 바로 다시 놔주는 속칭 손맛만 보기 때문에 두루미도 점심 한끼 해결하러 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잡힌 고기를 물에 놓아주는 순간의 예술의 타이밍을 맞춰서 풀려나 헤엄치는 그 짧은 시간에 두루미가 낚아채서 식사하는 광경인데, 두루미의 시선도 세명 혹은 네명의 낚시꾼을 번갈아 보면서 적시의 찰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낚시꾼이 세대의 낚시대를 펼쳐놓는 것이나 두루미가 세명의 낚시꾼을 펼쳐놓는 것이나!.

어느날은 한명의 낚시꾼도 오지 않았다.
바위에 버티고 선 두루미는 한시간이나 그 이상 몸을 움직이거나 다른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물속으로 시선을 집중한체 버티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하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복궁 나들이.  (1) 2025.04.12
역풍. 🚲는 달린다.  (0) 2025.03.29
모임. 그 후일담.  (0) 2025.03.17
사이먼 리브의 다큐. 미국 이야기.  (0) 2025.03.11
모란기행.  (0)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