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어느 날 찾아온 죽음

no pain no gain 2007. 12. 10. 16:34
이 글을 쓰기 전에 고인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나이는 묻지 마세요.
다만 너무 열심히 인생을 사랑하다가 먼저 간 동지 이야기를 꺼내 볼까합니다.

군에서 ROTC로 제대하고 사회의 리더로써 자부심과 포부가 고생 한 것 만큼 컷으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어떤 일 이던지 열정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도전했고 또한 흘린 피땀 만큼의 성과도 있었으리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 곳이 자동차 회사다 보니 트럭 부분에서 일을 하다가 산업의 흐름으로 인해서 다른 부분으로 옮기고,
또 다시 처음 부터 도전은 시작 되고, 우여 곡절을 겪으면서 부대낀 세월 속에 고스란히 인생이 녹아있었습니다.

나와 만나나 것은 몇 년 전.
어느 날 헬스크럽으로 찾아와 함께 운동을 하자고 했던 그 천진 하던 미소가 아직도 선합니다.
그리고 도전은 런닝머신에서 열심히 뛰면서 준비된 체력으로 전국의 마라톤 대회를 나가서 완주의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년간 목표가 정해지고 전국의 마라톤 대회 일정이 담긴 책상 다이어리의 고민한 흔적들로 한 칸씩 빈 자리가 채워져 갑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근육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립하고자 조언을 구합니다. 그래서 근육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해 보자고 합니다.

그리고 나도 보디빌딩의 한계를 느껴 이제 선수 생활을 접고, 생활체육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쌓아올린 근육들을 지구력 행상으로의 전환을 위하여 등산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다시 또 산에서 만납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가야산 해인사 언저리에서, 그리고 크고 작은 산에서 함께 가는 인생길의 동행인이 됩니다. 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눠 먹으면서 우정을 쌓고, 서로를 위한 격려와 건강을 위한 지식들을 공유 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는 세월들이 흘러 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사람이야기.

어느날 한 쪽 옆구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으로 가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합니다.
검사 결과 밝혀진 간암.
너무 충격적이 었지만, 감내하고 치료 모드로 전환 합니다.
그래서 준비를 마치고 대 수술을 거쳐 80%의 간을 도려내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그리고 요양을 하고, 회복하는 단계를 봐 가면서 방사선 치료를 병행 합니다.
그러다 수치가 나오지 않아서 2번을 끝으로 더 진행을 보류 하고 복직을 합니다.

그리고 다 빠진 머리와 검게 변한 피부와 검버섯이 돋아서 세월의 저쪽으로 흘쩍 가버린 형상으로 동료 앞에 나타납니다.

건강을 위한 지리산 종주를 위해 밤 기차를 타고 구례구 역에서 내려 성산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천왕봉의 지리산 능선길을 다녀 온 날들의 기억.
혹사 시키던 그 날들이 행복이 아닌 후회의 페이지로 회상을 합니다. 너무 무리 였었다고......

추석을 앞 둔 어느 날.
잠시 휴식을 하며 시골에 내려가서 요양을 하고, 건강을 되 찾은 다음 다시 복직 하겠노라고 인사를 하러 옵니다. 그래서 길게 나눈 대화의 시간.
충청도 바닷가의 한적한 시골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 겠노라고 미리 땅을 준비 해 두었다고, 그때 웃던 그 환한 미소가 마지막 인사가 되어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가끔은 생각이 나서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가 열심히 프로그램대로 요양 잘 하고있는 분.
괜스레 마음을 흩트려 놓을까 봐서 전화번호를 누르다 맙니다.

그렇게. 그렇게 동료 한 사람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그 고통에 찬 통증도 사라졌겠지요.
잠 못 이루던 불면의 밤도 �혀지겠지요.
하지만 아직 어린 아들은 나이도 어린데, 한 참을 열심히 일하면서 더 사회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쉰도 않되는 나이에 영혼이 하늘나라로 떠난 그 분의 그 열정적이던 모습들이 스퍽트럼처럼 펼쳐져 영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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