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스크랩] 보령의 푸른 밤

no pain no gain 2007. 11. 14. 11:32

 


주말입니다.

 

이제 막 보령 머드 축제로 유명한 보령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조용하고 아늑한 어촌 풍경도 보았고요. 펄펄 뛰는 생선들의 몸부림도 보고왔습니다.

첫 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가야 호텔에 여정을 푼 다음 할일이 없어서

창 밖 저물녘의 낙조를 바라보면서 참 좋은 세상을 홀로 남겨진 방관자의 입장에서

한 여름 뜨거웠던 여름 날 밤 만큼이나 화려했을 해변의 수 많은 이야기 들이

백사장 잔 모래 만큼이나 많이 서로의 추억들을 가슴에 담고 쉬임 없이 속알거리는

잔 파도에 몸을 맞긴체 부대끼며 또 다른 여름 날의 이야기들을 재 생산해 내는 가을 바다 같이 느껴 졌습니다.


난, 타인의 타인이라는 가둬진 방 속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스스로를 관념의 세계 속으로 옭아매는 우를 만들어 가고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과

이타적인 그룹 속에서 나 만이 이방인처럼 혼자서의 품위를 유지하려

저물어 가는 석양 빛을 받아 빨갛게 떠가는 구름위에 또 다른 나를 얹어 놓고

방 속에 갖힌 나를 바라보면서 유체이탈의 망상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서

유혹하는 세상의 모든 마음들의 손짓이 마치 저 바다의 파도로 넘실대는

환상의 밤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젖어들었습니다.


다른 세상을 보려 편친 책 속의 그 길을

가르키는 방향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어른 거리는 영상에

독하지 못한 마음을 달래면서 그래 난 그런 거야!

하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고,


내가 이런 관념의 좁은 방에서 탈출하려면.....

또 다른 공간의 전화기.

만지작 거리면서 걸어야 할 번호가 생각 나지 않아서

멈칫거리는 마음이, 솔직하지 못한 내 마음이 미워서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보령의 바닷가였습니다.

 

마지막 선택은 누르다 만 번호를 남긴체......

보령의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출처 : GJ230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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