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직원 중 한 분이 부친께서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메인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춘천으로 떠났다.
광교산에서 쟁애우들과 어우러기 산행 도중 운명하셨다는 소식이 날라든다.
바로 제 작년 칠순잔치를 하면서 백세까지는 정정하게 사시겠다는 덕담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아침. 서울 내부 순환도로를 타고 구리를 지나 경춘가도를 달리는데,
그 황홀경에 가까운 단풍이 눈을 풍요롭게 한다.
호수에 비친 가을 산의 울긋불긋한 단장들로 마치 새색시들이 고운
한복입고 경연장에 나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모습들이다.
춘천에 도착. 마침 춘천 마라톤과 겹쳐 온통 도시가 운동장이다.
예전의 한적하고 골목길에 막국수와 닭갈비가 이어지던 춘천은 상상하지마라.
호반의 도시 소양강 처녀의 낭만과 공지천으로 이름날리던 청정의
옛 추억은 상상 속에만 남아있다.
돌아오는 길.
막히고 정체되는 도시를 피해 가평 현리 쪽으로 방향을 잡아 좀 빨리
간다면 이름값한다는 아침고요수목원이라도 한 번 쯤 들러볼 요량으로
가평으로 들어선 길.
내리 쏟아지는 빗 속에 길가에 홀로 버려진 듯한 생각이 들어 차를 세우고
비를 구경하다.
모두들 막히고 슬슬 기어가는 자동차의 행렬이 방관자의 입장에서 보니
오히려 재미가 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 소리.
군에 간 아들의 콜렉트 콜 전화다.
아무 번호나 누르라는 멘트에 따라 정말 아무 번호나 눌렀으나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세 번째 온 전화에서 어렵사리 통화를 하는데, 이건 군에 간 아들 녀석이
뭐가 그리 당당 한지 면회도 오지 말란다.
후반기 교욱에 들어오니 밥도 양껏 먹고 감기가 좀 들고 소리를 질러서
목소리가 좀 쉬어서 그렇지 아주 좋은 편이란다.
막히고 짜증나는 길이 갑자기 환해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해서 3시간 거리를 8시간 걸려서 왔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날 찾아온 죽음 (0) | 2007.12.10 |
---|---|
[스크랩] 보령의 푸른 밤 (0) | 2007.11.14 |
가을이 붉어지다 (0) | 2007.10.25 |
[스크랩] 제부도에서의 1박2일. (0) | 2007.08.04 |
[스크랩] 안개비 추억 (0) | 2007.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