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영종도 선녀바위 아래 서면.......

no pain no gain 2007. 6. 16. 16:03

영종도 선녀바위 아래 서면.......

아들이 왜 그런 주문을 했는지 모른다.
다만 바다와 섬 그리고 한적한 모래백사장을 이야기 하면서 주말쯤에 한번 데려다 달라는 심각한 눈빛이었다
.

처음엔 남옥이가 즐겨간다는 동해바다가 떠 올랐다가, 뭐 그리 먼 곳에 까지 갈 필요가 있나 여기 인천이 바로 바닷가 인데
......

토요일 근무가 끝나고 나서 헬스크럽에 들려서 한바탕 땀을 쏟고, 집에 도착해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늦은 점심을 먹다
.

출발 가벼운 바람 속에 약간의 차가움이 섞여 있음을 상쾌하게 느끼면서 영종도 다리 앞에 서서 언젠가 어느 님하고 이 다릴 건넌 적이 있었는데
.......

......
이화우 흩날릴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추풍에 낙엽져도 나를 생각 하는지
.......

대동강 푸른 물이 마르지 않는 까닭은 헤어지는 님들의 슬픈 눈물이 보태지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

그럼 남원의 요천수 푸른 물은 왜 그리 푸른가
?
아직도 헤어져야 할 숙명의 연인들의 슬픈 눈물이 쉬 임 없이 보태지고 있나
?????????????

길게 이어지는 인천 공항의 신작로 하이웨이에서 방향을 꺾어 방파제를 따라서 이어지는 용유도를 향하다
.

예전에는
,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포말로 부서지는 뱃전에 어쩌구저쩌구하면서 제법 운치 있는 글을 쓴 적도 있었는데, 그때 보이던 광경은 석양이 물들어가는 논과 밭을 지나 끝도 없이 펼쳐지던 염전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빨간색의 바다 풀들이 바닷물이 빠진 지평 위를 마치 융단처럼 수놓은 듯 펼쳐진 끝도 안 보이는 드넓은 대지
.

영종도와 용유도를 잇는 장장 4Km 의 구간이 일직선으로 펼쳐져서 마치 바다 속 깊은 용궁의 세계로 인도되는 듯한 착각 속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길이 이제는 신공항의 활주로가 되어......추억 속에 한 장의 영상으로만 남아 아쉬움을 전하지만
......

한때는 작은 어촌으로 한적한 시골 냄새를 물씬 풍기던 그곳이 이제는 다닥다닥 붙은 각종 음식점과 그 이름 많은 조개 구이 집들
......

송림을 돌아드니 한 켠에는 백사장과 함께 길게 늘어선 주차된 수많은 차들
...

용유도의 마지막 기착지인 을왕리 해수욕장에는 주말을 즐기려는 수많은 연인들의 어깨 낀 그림자와 함께 물 빠진 백사장에는 발자국이 어지럽다
.

저들이 나누는 수많은 대화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사랑의 돌을 다듬고 저마다의 크고 작은 탑을 쌓아 올리리라, 그리하여 먼 훗날 우리처럼 늙어가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더듬어 떠 올릴 때 마다 저 잔물결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밀어들이 가슴에 부딪치리라
.

겨울바다
.

깊고 깊게 새겼다고

천년 바위에 빈틈없이 새겼다고

의심 없는 사랑인줄 알았다고

그렇게 너의 가슴에 새겼는줄 알았는데


귓 볼만 스치 우는 바람인줄 알았는데


너무 눈이 부셔서

당신을 바로 보지 못할 걸

감춰주는 고마움으로 알았는데

이 바람은

뒤 돌아선 걸음이 미쳐 다 떠나기도 전에

부드럽게 밀려왔다가

한 순간에 씻겨가는

추억을 만드는 구려


한 걸음 건너뛰면 한 세월이 가고

밀려왔다 밀려간 파도 속에는

빈 페이지의 공백만

하얀 추억으로 남는 구려
....
이하생략
.

낙조에 물들어가는 수평선 너머로 귀로를 서두르는 고기잡이 배
.
가슴 가득 안고 떨어진 석양에 비낀 갈매기
.
이런 그림들이 바닷가를 의연하게 지키고 서는 해안가 바위처럼 굳세게 버티고
.....

마치 무엇인가에 쫏기듯 서둘러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번엔 끝도 없이 펼쳐진 이미 작년의 꿈이 말라

서서 오그려 붇은 듯이 흔들리는 갈대의 고개 숙임은 차라리 순종이리라
.
나이 듦의 의미가 새로운 사물에 대한 적응과 이해라 한다면, 우린 사십대

그렇게 거부하던 기성세대는 바로 너와 내가 아닌가
?


선녀바위 아래서면


어느 님을 기다리다

오그려 붙은

망부석이 되었소

......
이하 생략



작은 돌 틈 사이로 천연의 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
이 곳은 안주가 필요 없는 주당들의 천국일세 그려
.

술 한잔에 굴 하나 까서 한입 털어 넣고

퇴퇴하고 껍질을 뱃으면
.....
허무를 털고
,
인생을 털고
,
슬픔과 괴로움까지 털어

그리하여 마신 술이

빈 병으로 남아

집 찾아 헤메 이는 작은 배의

등대가 되었구나
.

내 님을 찾아가는 등대는 어디쯤에 반짝이련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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