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왜 그런 주문을 했는지 모른다. 다만 바다와 섬 그리고 한적한 모래백사장을 이야기 하면서 주말쯤에 한번 데려다 달라는 심각한 눈빛이었다.
처음엔 남옥이가 즐겨간다는 동해바다가 떠 올랐다가, 뭐 그리 먼 곳에 까지 갈 필요가 있나 여기 인천이 바로 바닷가 인데......
토요일 근무가 끝나고 나서 헬스크럽에 들려서 한바탕 땀을 쏟고, 집에 도착해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늦은 점심을 먹다.
출발 가벼운 바람 속에 약간의 차가움이 섞여 있음을 상쾌하게 느끼면서 영종도 다리 앞에 서서 언젠가 어느 님하고 이 다릴 건넌 적이 있었는데.......
......이화우 흩날릴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추풍에 낙엽져도 나를 생각 하는지.......
대동강 푸른 물이 마르지 않는 까닭은 헤어지는 님들의 슬픈 눈물이 보태지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그럼 남원의 요천수 푸른 물은 왜 그리 푸른가? 아직도 헤어져야 할 숙명의 연인들의 슬픈 눈물이 쉬 임 없이 보태지고 있나?????????????
길게 이어지는 인천 공항의 신작로 하이웨이에서 방향을 꺾어 방파제를 따라서 이어지는 용유도를 향하다.
예전에는,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포말로 부서지는 뱃전에 어쩌구저쩌구하면서 제법 운치 있는 글을 쓴 적도 있었는데, 그때 보이던 광경은 석양이 물들어가는 논과 밭을 지나 끝도 없이 펼쳐지던 염전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빨간색의 바다 풀들이 바닷물이 빠진 지평 위를 마치 융단처럼 수놓은 듯 펼쳐진 끝도 안 보이는 드넓은 대지.
영종도와 용유도를 잇는 장장 4Km 의 구간이 일직선으로 펼쳐져서 마치 바다 속 깊은 용궁의 세계로 인도되는 듯한 착각 속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길이 이제는 신공항의 활주로가 되어......추억 속에 한 장의 영상으로만 남아 아쉬움을 전하지만......
한때는 작은 어촌으로 한적한 시골 냄새를 물씬 풍기던 그곳이 이제는 다닥다닥 붙은 각종 음식점과 그 이름 많은 조개 구이 집들......
송림을 돌아드니 한 켠에는 백사장과 함께 길게 늘어선 주차된 수많은 차들...
용유도의 마지막 기착지인 을왕리 해수욕장에는 주말을 즐기려는 수많은 연인들의 어깨 낀 그림자와 함께 물 빠진 백사장에는 발자국이 어지럽다.
저들이 나누는 수많은 대화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사랑의 돌을 다듬고 저마다의 크고 작은 탑을 쌓아 올리리라, 그리하여 먼 훗날 우리처럼 늙어가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더듬어 떠 올릴 때 마다 저 잔물결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밀어들이 가슴에 부딪치리라.
겨울바다.
깊고 깊게 새겼다고 천년 바위에 빈틈없이 새겼다고 의심 없는 사랑인줄 알았다고 그렇게 너의 가슴에 새겼는줄 알았는데
귓 볼만 스치 우는 바람인줄 알았는데
너무 눈이 부셔서 당신을 바로 보지 못할 걸 감춰주는 고마움으로 알았는데 이 바람은 뒤 돌아선 걸음이 미쳐 다 떠나기도 전에 부드럽게 밀려왔다가 한 순간에 씻겨가는 추억을 만드는 구려
한 걸음 건너뛰면 한 세월이 가고 밀려왔다 밀려간 파도 속에는 빈 페이지의 공백만 하얀 추억으로 남는 구려.... 이하생략.
낙조에 물들어가는 수평선 너머로 귀로를 서두르는 고기잡이 배. 가슴 가득 안고 떨어진 석양에 비낀 갈매기. 이런 그림들이 바닷가를 의연하게 지키고 서는 해안가 바위처럼 굳세게 버티고.....
마치 무엇인가에 쫏기듯 서둘러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번엔 끝도 없이 펼쳐진 이미 작년의 꿈이 말라 서서 오그려 붇은 듯이 흔들리는 갈대의 고개 숙임은 차라리 순종이리라. 나이 듦의 의미가 새로운 사물에 대한 적응과 이해라 한다면, 우린 사십대 그렇게 거부하던 기성세대는 바로 너와 내가 아닌가?
선녀바위 아래서면
어느 님을 기다리다 오그려 붙은 망부석이 되었소 ...... 이하 생략
작은 돌 틈 사이로 천연의 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곳은 안주가 필요 없는 주당들의 천국일세 그려.
술 한잔에 굴 하나 까서 한입 털어 넣고 퇴퇴하고 껍질을 뱃으면..... 허무를 털고, 인생을 털고, 슬픔과 괴로움까지 털어 그리하여 마신 술이 빈 병으로 남아 집 찾아 헤메 이는 작은 배의 등대가 되었구나.
내 님을 찾아가는 등대는 어디쯤에 반짝이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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