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지 중사를 소개합니다

no pain no gain 2007. 6. 16. 15:40

지 중사를 소개합니다.



그러니까 이십여 년 전의 이야기를 할까 한다.

xx
고지 정상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을 때인데, 모든 부대가 그렇듯이 아무란 낙이 없는 일상들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나마 몇 권 있는 소설과 시집은 하도 많이 읽어서 눈을 감고 상상만으로도 몇 페이지 몇째 줄에 무슨 내용이 있다는 걸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였다
.

그래서 야간 근무를 나갈 때엔 서로 대화가 되는 상대라면 이미 읽어버린 책을 가지고 상상으로 서로의 이야기로 하룻밤을 새우는
.....

그런데 그런 부대에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건 중사계급을 달고 있는 군견 "지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

이미 최 전선에서의 기능이 떨어져 후 순위로 밀려난 경험 많고, 눈치 잘(?)보는 지중사의 애교 스런 재롱에 그래도 하루 해가 가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그 지중사를 유난히 아껴주던 병사 중에 상병이 있었는데, 산 위 정상에서의 생활이 아무런 변화 없는 일상들이라
......

맨날 똑같은 메뉴에 식상한 지중사는 식사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군견을 관리하는 그 친구는 자기 식사를 개를 주고 "개밥을 " 지가 먹는 바꿔먹기에 재미를 붙인 그 친구가 생각이 난다
.

개밥을 먹는 방법은 고형물로 레이션 상자 속에 든 그 말고기(?) 혹은 콩으로 만든 인조고기를 항고에 담아서 적당량의 물을 붇고 작은 불로 살살 끓이면 살살 풀어지면서 쫄깃하고 고소한....그때 군 생활에서는 천하제일(?)의 맛을 자랑하면서 맛있게 먹던 그 친구가 생각이 난다
.

그래도 늙은 용병 지 중사의 활약은 대단했는데, 눈이 내리고 쌓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다음해 봄이 올 때까지 녹지 않는 순찰로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특히 순찰로를 눈이 쌓여서 길이 없어질 정도로 구분이 안될 때엔 그 지중사의 신통하기 만한 안내가...... 거의 신비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하게 길 안내를 하는 것이란
......

젤 위험 한 것은 구덩이가 눈이 덮여서 평평하게 보여서 무턱대고 가다 보면 자기 키보다도 더 깊은 곳에 빠져서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고, 또 한가지는 주둔하는 부대가 오래 되다 보니 선배기수들이 묻어둔 부비트랩, 지뢰, 크레모아등등이 봄이 오면서 부대주변이 녹거나 산사태로 흙더미가 무너져서 찾지 못하고 다시 설치 하고 할 땐 언제 어디서 터질지도 모를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친구들에게 권 하오니 절대 군부대 주변을 배회하거나 접근 하지 말지어다
.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데......그 지중사는 죽어서 국립묘지에 묘비를 남기고 떠났다
.

삼가 지중사의 명복을 비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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