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作/이미선옮김/ 열림원 刊/ 2005
사람과 인간 사이에는 누구나 겪게 되는 성장 통이 있다. 다만 얼마나 작은 일에 변화를 감지 할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혹은 나이 들어 노인이 된다 한들 ‘인간다운 인간’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섞여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여기 등장하는 두 친구 이야기는 아미르를 가운데 두고 알리와 아세프라는 어린시절 함께 성장했던 친구 이야기다.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아버지인 바바다. 보이지 않은 선행.
아프가니스탄의 태산과 같은 아버지 바바와 절름발이 하인 하산 그리고 그의 아들 알리, 가신이었던 라힘 칸이 어우러져 어린 날의 영상을 그려낸다. 카불 북부에 위치한 신흥부촌인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혹은 카불 전체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는 고향집이 있다.
종교가 벽을 나눈다면 파쉬툰인이 수니파인 반면 하인 하산과 알리의 생모 사나우 바르는 하자라인인 시아파, 지금도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계속 진행형이다.
아미르를 낳다 죽은 엄마 소피아 아크라미는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던 왕족의 후손이었고, 언챙이인 알리를 낳고 5일만에 유랑가수들과 무용수들을 따라 핏덩이를 남겨두고 떠나버린 사나우 바르.
그 둘은 유모에게서 함께 젖을 먹으면서 큰다. 그리고 공통의 추억으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다. 매년 겨울이면 카불에서는 지역마다 연 날리기 대회가 열리고, 그냥 연이 아닌 1.5Km 의 연실에 유리가루를 먹인 것을 들고 마치 전장에 나가는 용사처럼 비장하게 연 싸움의 무대에 서는 것이다. 색색의 꿈처럼 펼쳐진 연들이 재주를 넘고 구르면서 끊어진 연줄에 날아가 버린 연을 찾아서 전리품처럼 챙겨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것이 최고의 희열이다.
알리는 연을 쫓는 천부적인 재주가 있다. 아버지로서 거는 기대에 모든 스포츠에 재주가 없는 아미르에게는 유일하게 잘하는 독서를 권장한다. 글을 모르는 알리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우정을 쌓아가지만, 히틀러를 숭상하는 친구 아세프와의 악연으로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이분법의 세계를 만든다.
연 날리기 대회에서 아미르가 최종 승자가 되는 날. 끊어진 연을 주우러 간 알리는 아세프 일당에게 붙들려 강간을 당한다. 그 치욕적인 장면을 목격하고도 모른 척 돌아선 아미르는 자신의 내부에서 일으키는 갈등으로 알리를 모함에 빠트리고 바바의 뜨거운 눈물을 남기고 하산과 알리는 빗길 속으로 영원한 이별을 한다. 만 후일 알게 되는 사실. 알리는 아미르의 이복동생이었다.
소련군의 침투와 전쟁의 포화 속에서 모든 기반을 버리고 아프간을 탈출한다. 아마 내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신문의 삽화 속에서 한 장면이 생각난다. 한 소련 병사가 총에서 화약 연기가 나는 상태에서 소리친다. “후루시쵸프동지 총알이 다 떨어졌습니다”. 아마 그때가 바로 이 즈음이 아니었을까?
유조차 탱크 속에서 혹은 트럭의 짐칸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국경선 검문소를 통과할 때 마약에 취한 채 노래하던 소련군장교가 젊은 부인을 강간하려는 상황에서 바바는 총부리 앞에서 맨 몸으로 막아서는 용기를 보인다. 정말 거산 같은 사람.
우여곡절을 겪고 미국 망명생활이 시작되어 생계의 기반을 잡아갈 무렵 즐겨 태우던 담배는 ‘소세포 암종’이라는 폐암이 깊어진 상태였다.
발루치스탄에서 검은 곰과 시름을 했고 젊어서 아내를 잃고, 혼자 아들을 키우고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 가난과 모욕을 경험했던 바바 잔은 결국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이어진 조문객들의 행렬에서 그들이 드리는 감사의 인사 속에서 그의 위대했던 행적을 만난다. 집을 지어주고, 돈을 빌려주고, 일자리를 찾아주고,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무한하게 베풀었던 아버지 바바의 끝도 없는 찬사를 들으면서 감춰진 선행들이 이어지는…… 마치 인생은 이런 것이다 의 표본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어렵게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 성공의 기반을 닦고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던 소시민의 어느 날.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라힘 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와 달라고, 그래서 날아간 파키스탄에서 지난날의 알리는 아미르의 이복동생이며 그의 아들이 있는데 꼭 구해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국경을 넘어 탈레반처럼 수염을 달고 변장을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탈레반은 항상 누군가를 아무 이유 없이 분풀이 할 상대를 찾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며 ‘신은 위대하다’고 외친다. 그런 탈레반과 마주친다. 심장이 오그라붙는 그런 느낌을 가지면서. 동행자는 말한다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말고 발만 쳐다 보라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거지 노인. 어머니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가지고 있는 대학 동료 교수였으며, 어머니가 남긴 말은 너무 두렵다는 표현. ‘이런 행복은 제게서 뭔가를 뺏어가려고 준비하기 때문에 절 이렇게 행복하게 해 주는 건 아닐까요? ’
라는 배가 상당히 불렀던 마지막 모습의 이야기를 전한다.
알리가 쓴 전해진 편지 속에서 아들이 하나 있었고 그 아이를 찾기 위해 고아원을 뒤진 끝에 누군가에게 팔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 탈레반을 찾아가 다시 만난 옛 친구. 그는 탈레반 핵심세력이 된 예전에 알리를 강간하던 아세프였다.
그에게서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조카를 찾기 위한 협상을 한다. 아이를 두고 닫혀진 문 안에서 이겨야만 아이를 찾아서 나갈 수 있다는 조건을 걸고 일방적인 잔인한 폭행이 시작된다. 이가 부러지고, 눈탱이가 터지고, 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함몰되어가는 상황에서 의식을 잃어갈 때쯤 아이의 새총에서 발사된 놋쇠 공이 아세프의 눈알에 박힌다. 상황종료.
다시 찾은 소랍이라는 알리의 아들을 입양하려는데 커다란 장벽이 있다. 실망. 또 다른 방법을 찾아서 도전 그러다 희망이 부서지는 걸 안 소랍은 목욕탕에서 면도칼로 자살을 기도한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오게 되고 소랍은 말이 없는 소년이 되어간다. 삶에 대한 볼륨스위치를 줄이는 조용함. 침묵은 버튼을 눌러서 삶을 완전히 꺼버리는 것. 소랍은 살아있으면서도 침묵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역시 연이다. 공원에서 연을 날리면서 서로의 생각이 바바의 집을 지키려다가 탈레반에게 뒷 통수에 총을 맞고 죽어버린 알리를 매개체로 연줄처럼 이어지면서 새로이 화해의 장을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