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티벳여행에세이)/박동식 作/북하우스/2007/
행복한 영혼의 나라 티베트
지나 번에 읽었던 유성용 작『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아직 손끝을 떠나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 티벳의 라싸와 카일라스를 향한 여정이다. 가장 높은 지역의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초 자연적인 원래의 생태로 살아가는 삶의 일부에 들어가는 모험담쯤이라고 할까?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생로병사를 초월한 심정으로 신과 소통하려는 간절한 기도는 과연 얼마만큼의 공간을 포용하고 있을지에 대한 영혼의 외경심이 묻어난다.
5~6000 미터의 고원지대를 오체투지하면서 넘어가는 고행의 순례길이 한 걸음마다 절절하게 묻어나는 그 염원의 파문은 우주공간의 어디까지 퍼지는 걸까? 개발의 역사가 덜 들어온 그래서 좀 불편한 생활을 전혀 불편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삶.
구게(Guge)왕국.
거대한 흙더미. 짜다(Janda)지역 전체를 이루는 말라버린 진흙 같은 산에 토굴을 파서 구게 왕국은 벌집을 닮아있고, 낮은 지역부터 일반 백성들이 살고 중간지역에는 사원과 승방 그리고 정상에는 왕의 거처가 있는 오래된 유물. 삶의 흔적만 남은 곳이다.
9세기부터 700여 년을 번성하며 서부 티벳을 다스렸던 구게 왕국은 1635년 캐시미르 지역 라다크 군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철옹성 같은 토굴이 함락되지 않자, 라다크 군대는 성 입구에서 매일 같이 백성의 목을 처단. 잘린 목을 높은 곳에 내 걸었다고 한다. 충성심 강한 백성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나라와 왕을 위해 죽어갔지만, 왕궁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왕은 무고한 백성의 죽음 앞에 끝내 항복. 구게 왕국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조금 떨어진 동굴에는 목이 잘린 시체들의 뼈와 냄새 그리고 두개골만 모아놓은 두 개의 동굴. 수 백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자신의 목을 찾지 못한 수많은 영혼들은 내 목을 달라고 울부짖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거친 바람에 쉼 없이 휘날리는 룽다와 걸으면서 돌리는 마니차. 그리고 옴마니밧메훔은 이런 억울한 죽음의 영혼을 위한 끊임없는 기도가 아닐까?
인생의 끝에서 벌어지는 보시의 한 마당 조장(鳥葬).
티벳의 라싸를 거쳐 쩌꿍스라는 곳의 트리궁궐 사원을 찾아간다. 외부인에게 조장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유일한 곳. 고운 비단으로 둘러싼 시체를 메고 혹은 업고 조장터에 이르면, 시체를 처리하는 몇 명의 돔덴은 70~80Cm 정도 되는 칼과 갈고리로 팔과 다리 토막을 치고, 등의 가죽을 벗겨 조각조각 작은 덩어리로 나눠 몰려든 독수리에게 던져주고 살점을 뜯어먹고 남은 하얀 뼛조각을 칼로 내리쳐서 갈빗대를 잘라내고, 아이 머리 통 만한 돌 망치로 뼛조각을 바숴,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죽처럼 짓이겨진 상태에 곡물가루를 뿌려가면서 빻아서 다시 새에게 던져주고, 나머지 해골도 유족에게 확인하고 쪼개서 흘러나온 것을 곡식가루를 듬뿍 묻혀서 새들의 먹이로 내주고, 먹고 남은 뼈들은 작은 화로에 태우는 행위로 조장은 끝이 난다.
시체가 처리되는 동안 아무도 울지 않고 묵묵히 바라보는 티벳 고유의 장례문화를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육신까지 모두 내 주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떠나는 마지막 순간이면 유족들은 고인이 소유 했던 옷가지 들을 깨끗하게 빨아서 곡식과 함께 살아있는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로 장례를 마감하는 순가. 새처럼 자유롭게 영혼의 안식처로 떠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