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편지

no pain no gain 2010. 7. 9. 11:20

편지(내 마음 속에 있는 오직 한 사람에게)히가시노 게이고 /권영일 /2006 / 랜덤하우스코리아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인데요? 편지 써 보신적이 언제인가요?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너무 쉽게 결손가정 혹은 소년소녀가장 이야기를 한다. 그 속에 들어있는 석류 알 같은 깊은 사연은 알지도 못하면서……

 

학력 만능시대. 학력이 없던 아버지는 섬유 관계 일을 하던 중소기업 일을 하다가 거의 사흘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졸음운전으로 사망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두 아들을 데리고 단지 먹고 살기 위한 삶으로서의 생. 파트 타임으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하지만 생활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어려서의 기억이라고는 먹다 남은 밥을 싸서 가까운 공원에 가 본 것이 거의 다 일 뿐이라는 추억.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는 과로 사로 죽고 형은 어머니의 평소 이야기가 유언처럼 박혀 그 대학을 가야 한다는 명제를 위해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다.

 

동생의 뒷 바라지. 이제 고등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로 없다. 접시닦이, 창고에서 의 짐 나르기, 이삿짐 센터, 가구 운송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지만,        무리로 인한 요통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막다른 골목에 처한 형의 생각은 좁았다. 이삿짐 나르던 일을 할 때 봐 두었던 집. 할머니 혼자 사는 넓은 집을 골라서 그 집을 털어서 동생의 학비를 마련해 보자는 생각을 범행으로 옮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구운 밤에 유혹에 끌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좋아했던 구운 밤- 예기치 않았던 강도살인으로 이어지고 15년의 형을 받고 교도소에 갇히면서 편지는 시작 된다.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는 편지로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찾는다. 갇힌 자의 마음. 생각도 모두 닫힌 문 안에 가두어 두고 문 밖 세상을 그려내지만, 문만 열고 나가면 다 내 세상처럼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의 사고는 문 안에서나 문 밖에서나 마찬가지다.

 

교화. 감옥에 갇혀서 자기에게 주어진 형기를 살면 죄 갚음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영혼에 상처를 입은 피해자는 어쩌면 영원히 잊지 못할 고통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저 밤 하늘의 별보다도 더한 편지를 보내와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남는 것이다.

 

동생을 따라다니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굴레. 벗어나 보려 애를 쓸수록 더욱 옥죄어 오는 그런 두려움. 보이지 않는 차가운 시선들. 뭐라 딱히 집어서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 살인자의 동생, 살인자의 제수씨, 살인자의 조카. 그 멍에를 벗어보려는 결론은 인연을 끊어보자는 판단. 하지만 끊는다고 해서 끊어질 것도 아니요, 벗어난 다고 해서 영원히 벗어 날 수 없는 수렁 속에 갇힌 자신을 본다.

마음의 교각을 이어주는 편지. 이젠 세상이 변해서 문자나 E-mail이 대신하는 세상이 됐지만, 차분하게 한자한자 써 내려간 내 생각의 분신인 편지에는 그 나름대로의 옛 정서는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또 다른 벽에 부딪친다. 우표 한 장 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수신인 주소도 모르는 세상에 우리가 살기 때문이다. 살아가고 있음에만 치중한 나머지 나 외의 타인에겐 너무 무관심한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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