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시간이 좀 흘러서 이런 글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지난 일을 되새겨 붑니다.
산행을 준비 하려면 전날 부터 부산합니다.
배낭을 챙겨 두고, 아침 식사를 위한 준비 하기 등등.
그리고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새벽이 오지요.
한 바탕 법석을 떨면서 수선을 피우고 부지런하게 서둘러야 아침을 지어먹고 도시락을 준비해서 나서야 버스에 타고 안도의 한 숨을 돌리지요.
그 날도 다른때와 마찬가지로 부지런하게 서둘러서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옆에 분들과의 인사도 나누고 출발 하자마자 바로 어제 못다한 잠을 보충하려 취침 모드에 들어 갑니다.
첫 번째 휴게소에 도착 할 때까지는 간단한 주의 사항외에는 TV나 흥에 겨운 음악소리도 반갑지 않거든요.
그때까지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몰랐어요.
두런거리는 소리가 아닌 뭐랄까? 누군가를 비아냥 거릴때의 그 좀 목소리를 높여서 헐뜯는 그런 소리가 맞 장구를 치면서 이어질때엔 그저 그러려니 했지요.
그래서 흔들리는 버스에서 잠을 청하고 잠들지 않은 분들도 모두들 눈을 감고 조용한 사색으로 분위기에 맞춰 주는 바로 그런 정서가 맞습니다.
잠이 들었다가 좀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서 잠이 깨고, 그때부터 들리기 시작한 수다떠는 소리. 내 자리와는 몇 미터 떨어져 있었어도 좀 귀 기울이면 잘 들릴 듯한 소리였으니까 지금의 취침 분위기 에서는 상당히 껄끄러운 소리임에 틀임 없지요. 누군가가 좀 조용히 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 좀 조용히 한 1분여 지나다가 또 들리는 수다 소리.
좀 더 있다가 이번엔 또 다른 분이 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조용히 해 달라는 소리. 그러면 또 한 1분여 조용하다가 또 수다 소리.
휴게소에 도착 할 때 까지 이어지던 그 수다 소리.
그리고 휴식이 끝나고 다시 출발한 버스에서 이젠 TV까지 틀어 놓아서 함께 섞여 들려 오는 수다 소리. 아니 TV 잡음보다 더 큰 소리로 들려오는 수다 소리.
알고 싶지 않은 개개인의 사생활과 당사자가 들었다면 기분 나빠할 정도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돌아가던 그 이야기 소리에는 과거와 미래를 넘나 들며 만약에 술에 취해 있었다면 다 깨어서 다시 술을 마셔야 할 정도의 그 길고 긴 시간을 그녀들의 수다를 들으면서 도착한 산행지.
산행길은 외길. 가다 보니 다시 만나게 된 그 일행 속의 일행들.
수다는 두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6명이 일행이 되어서 앞에서 부터 이야기는 릴레이 식으로 앞에서 뒤로 전달이 되면 다시 뒤에서 앞으로 이어지다가 또 누군가가 중간에서 말을 시작하면 앞뒤로 전달이 되었다가 자신의 생각을 보태서 다시 이어지던 그 길고 긴 이야기.
하산 후에도 그리고 다시 돌아오던 그 버스 안에서도 하루 종일 벌통 속의 벌들이 집단으로 앵앵대며 날아다니던 그런 환상을 벗어나지 못한 수다 속에 저문 하루였습니다.
물론 모처럼 지인들을 만난 산행에 기분도 들떴으리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다로 억눌리고 말하지 못해서 쌓였던 그 기분도 이해 못하는 바 아닙니다. 또한 그런 수다로 정신건강도 맑아졌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그녀들의 수다가 생각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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