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종婢. 분을 팔며 늙어간 사연. 조구명쓰고. 최기숙옮김. 분 파는 할머니는 노비 출신이다. 젊어서는 얼굴이 곱상하고 자태가 아름다워서 뭇사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루는 이웃에 사는 남자가 마음을 고백하고 제발 마음만 받아 달라며 따라다녔다. 언뜻 본 눈길에 들어온 그 남자가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시장 판에 놓인 탐스러운 복숭아를 찔러 보듯, 길가는 강아지를 부르듯, 담장 밑에 핀 들꽃을 간단히 함부로 꺽듯 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천한 노비였지만, 마음만은 옥돌처럼 단단하고 곱게 간직해온 터였다. 집안에 어느 정도 재산이 있어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이 많았다. 예의범절 도 빠뜨리지 않고 몸에 익히고 있었다. 신분은 노예지만 마음만큼은 양가 규수가 부럽지 않다고 자부하던 터였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