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수신인 없는 가을 편지

no pain no gain 2007. 6. 16. 22:58

수신인 없는 가을 편지


안녕 하세요?

누가 누굴 위한 편지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가을이 오니까 괜스레 뭔가를 누군가에게 쓰고 싶어 지는가 봅니다.

일요일엔 운동장에서 행사가 있어서 7명의 전사가 폰트를 짜고 프로그램대로 무대에서 보디빌딩 시범을 보였지요.

그리고 끝나고 샤워와 함께하는 식사를 했지요.
시합은 아니어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더군요.
지난 주에는 하던 것이지만 내내 운동을 하는데 열중했지요.
운동에 집중을 하니까 뭔가가 될 것도 같던데....
할일 없이 하루종일 노는 것보다는 시간도 잘 가구요.
어젠가는 언젠가는 하고 기다림의 소득이 있으리라는 기도와 함께 말이죠.

이번 주엔 근무입니다.
어쩜 지난주로 끝난 휴무도 이젠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지난 주엔 회사에서 호출이 와서 회사 이적 동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항상 쓰던 한글이 아닌 영문 동의서를 보니까 이젠 정말 회사가 바뀌는 가 보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생각.
그 많은 기회를 좋은 시간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또 가슴앓이 하는 후회만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세상일이란 내 뜻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걸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잖습니까?


가을 단풍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번 주를 고비로 단풍이 겨울의 커튼 속으로 사라져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또 강원도 설악산을 가 보자고 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 아 나는 내 영혼 속의 쉼터 지리산이 좋다고 했는데,

설악산은 가면 갈 수록 좋은 산이란 표현을 하더군요.
그래요. 맞습니다. 또한 그 어떤 산이라도 싫어하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러나 아무때나 아무 산이나 가는 산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누구와 함께 어떤 추억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내가 사는 이곳 인천의 계양에도 집 뒤 뜨락을 배경 삼은 멋진 산이 있습니다.
지난 주에도 유산소 운동 삼아 자주 산엘 올랐고 서곳 공원까지 다녀왔지요.
그러면서 뭔가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크고 울창한 숲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 잡목만 어우러지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산이란 생각이 들고요,
다른 하나는 뒷 산에는 그 처절하게 선홍 핏빗으로 물든 단풍나무가 없다는 아쉬움이지요.
그리고 하나를 더 한다면 소롯길을 따라 이어지는 은행나무 숲길도 있었으면 좋으리란 생각도 들고요.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영종의 바닷가와 대교에 노을지는 모습만 아름다운 곳이 아닌, 마치 무지개 떡 처럼 층층이 펼쳐지는 가을 산이 였다면 더욱 아름다운 추억과 넉넉한 품이 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럴 일도 없지만, 만일 나에게 맞겨 준다면 먼 후일 누군가의 가슴에 남는 좋은 추억의 길로 만들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좋은 밑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한 층씩 나무를 심어나갔으면 좋으리란 생각도 해봅니다.

너무 화창한 가을날이다 보니 못다 이룬 꿈을 푸념하는 식의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난 몽상가는 아닙니다.

오늘도 바쁘시겠지요?

어쩜 지금쯤은 가을 햇살이 퍼지는 갈대밭 언저리 근처를 다사로운 햇살을 등뒤에 받으면서, 당신은 누렇게 퍼지는 들녘의 수확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 속엔 한줄기의 시상과 함께 가슴을 가득 메우는 만족감과 함께 말이죠.
눈에 보이는 그 모든 것이 경이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르죠.


가면 갈 수록 원숙해지는 아름다운 친구들 생각의 깊이도 가을 빛으로 물드는 나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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