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태권도 4단.

no pain no gain 2007. 6. 16. 23:01
태권도 4단.

" 경호원"

아들녀석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뒤적이며 설명을 듣던 나는 갑자기 장래희망에 웬 경호원하면서 아들을 바라봤다.

이 녀석이 그저 영화를 좋아 한다는 걸 알지만 " 보디가드 " 혹은 이연걸 풍의 중국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하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지만 아들의 대답은 명쾌 했다.
되지도 못할 장래희망이 될 바에는 내가 꼭 이룰 수 있는걸 하겠습니다.
그래서 진학도 ** 대학의 경호 학과를 가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태권도 4단 심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진진한 표정에서 나는 잠시 심경이 착잡했지만, 그래 노란 숲 속의 두가지 길에서 가지 못한길 혹은 가지 못할 길에 미련을 두기 보다는 갈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네가 어쩌면 이 애비 보다 훨씬 더 낳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 .
어미가 물어본다. 입학식때 내가 가랴?
엄마 그러면 나 학교 안갈 테니까 엄마가 대신 가세요.
그러지 마시고 누나 대학 입학식에나 가세요.

우리 부부는 다른 부모들 처럼 결국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입학하고 한달.
다른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면 야간 자율학습을 하루 3시간씩 하는데, 아들은 유유 자적하게 집으로 와서 태권도 도장에 가기 위해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다른 아이들이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다시 학원으로 가서 새벽 1시가 되도록 공부를 한다거나 혹은 도서실로 가서 밤늦도록 공부를 한다고 해도 퉁퉁 부은 발을 주무르면서 일찍 잠을 청한다.

지난 토요일 기다리던 심사일.
도복을 입고 심사장으로 간다고....

결국 혼자 같다 와서는 스스로 평가를 한다.
상대자들이 너무 작은 애들이라서 대련시 공격 한번 제대로 못했다고....

그래. 인생은 어짜피 한고비 넘어갈 때마다 한번씩 성장하는 것이니까.
너는 최선을 다한것이 최고로 잘 한 것이란다.
그래 수고가 많았구나.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대학에 가서 방학이 되면 해외로 자원 봉사를 갈 거에요.
그리고 가서 태권도 가르치고 경험도 쌓고 그러고 올께요.

내가 젊음을 보냈던 그 시절과는 너무도 다른 포부.
그랬었지.
나도 국가대표로 가는 길을 제안 받았었는데, 그때 부모님의 생각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런 또 다른 길을 살아가는 내가 어찌 너의 하고 싶어하는 걸 말리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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