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보디빌딩 리포트.

no pain no gain 2007. 6. 16. 22:50

보디빌딩 리포트.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의 경쟁력은 몇 점입니까?"

집 나간 탕아처럼 길고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느낌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난 취미로 운동을 한다. 그 누구도 다 우리 친구들은 운동을 즐겨 하겠지만 난 좀 더 열심히 해서 시합에도 출전하고 하는 보디빌딩 매니아 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땐 난 너무 뚱뚱하게 살이 찐 평범한 중년의 흔한 모습 그대로 였으며, 대오각성해서 시작한 운동으로 6개월이 지났을 때는 체중 15 키로와 허리 9 인치를 줄이는 대단한 성과를 가져와 나도 놀랄 만큼의 대 변혁을 하였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르고......
주위의 사람들은 나보고 시합에 나가도 되겠다는 유혹의 말로 슬슬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와 빈틈없는 준비를 한다고 1년 여를 보냈는데, 막상 시합이 다가오자 너무도 많은 헛점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래도 어차피 내친김에........그리고 인천대회에 나가서 내 체급으로 1등을 하는 기분 좋은 오월의 하루였다.(여기 까페 실려있는 사진이 그때 모습임) 처녀출전에 당당한 일등이라....

그리고 몇 번의 시합을 나가 나는 이상 하리라 만큼 운이 따랐고 항상 입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춘계전국보디빌딩대회에 친구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나도 설레는 기분으로 시합에 임했는데, 어이없게도 예선탈락을 했다......

나는 시합을 가도 항상 혼자였는데, 이번에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많은 회사 동료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헬스크럽에서 많이 와준 회원여러분.....

창피 하다기 보다 너무 허탈했으며, 표정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삼주일이 흘렀다.
전력질주....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했고 이번 인천대표로 청주에서 치뤄 지는  한마당 축제에 출사표를 던졌다.

청주에 도착해서 3일간 여관에 머물면서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이번에도 예선 탈락하는 결과가 온다면 어쩌나 하는 .....고민에 고민이었다.

하루종일 먹는 것은 공기밥 한 그릇과 바나나 한 개 그리고 감자 한 개와 물 한 컵이 주어졌다.
그리고 하루종일 이어지는 복근강화운동.....
하늘이 노오래 질 때 까지.

토요일 예선을 치루고 그 날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번이 마지막 시합이라고...... 더 이상의 화려한 사십대는 없을 것이라는 절대절명의 각오로 시합에 임했으니까.

그리고 어제 본선 시합에서 3위 입상을 했다.
결과에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 했기에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

전국체전과 같은 규모로 시합이 진행되기에 보디빌딩에서는 인천시가 1위를 했다.

그리고 해단식을 하고 인천에서 일주일 만에 먹는 정식 식사가 주어졌다.
한국의 김치가 그렇게 맛있는 것도 그리고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반찬에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아름답고 멋진 식사였다.
보통때 에는 평범 하기만한 일상의 식사였음에도.........

여러 가지 그 동안의 노고와 찬사가 이어졌고 마지막 단장의 한마디.

정길진선수는 이번에 있을 아시아대표선발에 준비 좀 하시요....???????????

뭐 뭐 뭐라구요??????????????????

하지만 난 준비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음식관리 몸관리 한다고 친구들 모임에도 소흘 하다고 여러 가지로 비난도 많이 들었던 만큼 이제는 맛있는 여러 가지 음식도 잘 먹고 진짜 시합용이 아닌 취미용 운동이나 열심히 할 예정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부탁 하노니 이 배고픈 헬스맨에게 맛있는 걸 먹을 때 함께 할 수 있게 좀 불러다오....ㅋㅋㅋ

이제는 그 동안 시합에 미뤄두었던 밀린 일들을 열심히 해야지 다짐해본다.
아침부터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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