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사랑하세요?
기억의 저편에 있는 흐릿해진 흑백사진처럼 덮여 있던 작은 기억 하나가 빗소리에 씻겨 가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슴이 서늘하도록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아마도 용성 다닐 때의 3학년 무렵이 였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운동장을 건너 저편에 있던 통상 제주도라 불리던 작은 도서관이 있던 이층이 삼학년 1반 그리고 그 아래층이 사각구조는 아니지만 다각형 모양의 삼학년 2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교실 앞에는 가까운 곳에 철봉과 모래밭이 있었고 그 옆엔 오래된 호두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아래에 놓여진 비석을 가로 뉘인 듯한 큰 돌맹이가 자리 잡고 있었고요.
그때 모든 친구들이 그랬듯이 아마도 우산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이 그리 많지 않은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 되는데, 아마 우리들은 하교 길이 되거나 점심 식사 시간이 되면 집 에를 가서 식사를 하고 와야 하는데,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창가에 앉아서 하염 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그러던 날 중의 하나 였을 것입니다.
아마 장마의 시작을 알리던 빗 줄기가 거세게 내리던 날에 운동장을 철벅거리면서 걸어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아마 그때 산성 쪽이나 왕정리 부근에 살았던 친구들은 물이 불어서 냇가에 물이 많아지면 집에 건너가는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 걱정을 많이 하던 일들도 떠 오릅니다.
산성으로 넘어가는 길목엔 물을 건너가는 작은 솟 다리 혹은 짚으로 만들어둔 작은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깡총한 소녀의 모습이 생각 나기도 합니다.
이젠 다시 건널 수 없는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가 버린 세월이라서 추억 속의 징검다리는 영원히 가슴 속에 남아 오늘도 이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라흐마니노프의 라단조와 함께 갑자기 물이 불러 흙탕물이 되어 격랑처럼 흐르던 징검다리와 운동장을 건너가던 검정 고무신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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