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갈매기 빵집의 추억

no pain no gain 2007. 6. 16. 22:37

갈매기 빵집의 추억


언젠가 용흔이와 명진이가 올렸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이 글은 작년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장애인의 날에 방송된 글입니다.
그리고 그 테잎을 mbc 에서 보내줘서 내가 보관하고 있지요.

잠시 추억에 잠겨 주시기 바랍니다.

갈매기 빵집의 추억.

삼십 여년이 훨씬 지난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시내에 살던 우리 동리의 한쪽엔 정육점과 맞닿은 만두빵집이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집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아주 특별한 날에 한번정도 외식을 대신해서 갈 수 있는 특별한 집이었던 것이지요.

겨울이면 특히 감칠맛이 나는 단팟죽이 인기였는데, 그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팟죽의 뒷맛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맛으로 남곤 했지요.

직접 만두를 빚는 주인아저씨의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을 주방에 가려진 커튼 사이로 살짝 살짝 보일때에는 모두들 먹는 것을 멈추고 넋을 놓고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만두를 빚는 주인아저씨는 엄지손가락이 하나더 있는 육손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보다 만드는 속도도 빨랐으며 만들어 놓은 만두도 더 예뻣던 것입니다.
요즘식으로 표현을 하자면 장애의 극복이라고 할까요.

이분의 장사에 대한 아이디어는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

단팟죽을 시키면 단팟죽 속에 찐빵이 하나 더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레 단팟죽의 양도 많아보이고, 또 덤으로 먹게 되는 찐 빵에도 기분이 좋았던 것이지요.

만두 속에는 잘게 썰어진 돼지고기 비계가 많아서 인지 아주 고소하게 씹히는 만두맛은 참으로 기가 막히게 맛 있었고 인기가 좋았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겠지만요.

또한 만두를 시키거나 찐빵을 시키면 다 먹을 즈음에 해서 작은 접시에 하나를 별도로 담아와서는 써비스로 주는 겁니다.
이젠 세월이 흘러서 대형마트에 지천으로 녈려있는 만두를 보면 지금쯤 그 턱 수염이 허옇던 육손이 아저씨는 어데서 무얼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창 밖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먹기가 아까워서 조금씩 조금 씩 아껴먹던 갈매기 빵집이 그리워집니다.


후기 : 방송국에서 선물이 와서 나는 그 선물을 전해주려고 그 추억의 갈매기 빵집을 찾았으나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변에 물어보니 아무도 아시는 분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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