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콩 심은 데 콩 나고....

no pain no gain 2007. 6. 16. 22:39

콩 심은 데 콩 나고....


혹시 콩을 심어본 적이 있나요?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책을 읽다가 "콩 심은 데 콩 나고...."하는 글을 읽고 난 정말 콩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정말 콩이 노란 싹을 내밀고 싹을 틔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하 ! 그렇구나.

그 콩이 얼마만큼 컷 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한동안 새 생명의 탄생에 경이를 느끼면서 그 어린 나이에 우주의 순환되는 삼라만상의 외경심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학년 무렵.
우리 5학년 1반 심장순 선생님의 생명에 대한 교육은 무척 탁월하고도 사실적인- 아마 실학자(?)- 연구와 설명에 아름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행복함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아마 선생님의 주특기를 살리기 위해서 였는지는 모르지만 김명덕 선생님의 밴드부 창설에 맞먹을 만한 가을 "국화전시회"는 용성만의 크나큰 행사의 하나였습니다.

그때 우리 같은 반이었던 몇몇 친구들 특히 양병덕군과 나는 학교 본관 뒷편에 있던 유리온실의 국화키우기 일원으로 참석하게 됩니다.

묘상에 몇 마디씩 끊어서 모래 속에 비스듬하게 꽂아두고 시간에 맞춰 해 가리기와 물주기를 반복하면 아주 작은 몽당연필 같았던 국화 줄기에서 잔뿌리와 함께 새순이 나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됩니다.

전년도에 고학년들이 후문 근처를 청소하다가 나온 푸라타너스 혹은 벽오동 낙엽을 썩힌 부엽토와 흙을 적합한 비율로 섞어서 그 어린 모종을 정성 들여 화분에 옮겨 심고, 어린아이 보살피듯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서 그 한여름을 보내고 나면 노오란 색동으로 치장된 성숙한 여인네의 옷고름처럼 곱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국화.

색깔도 여러 가지여서 그 진한 향기와 함께 온통 가을을 수 놓고 말지요.

가을 국화 전시회가 열리던 날.
밀집모자에 새카맣게 그을려서 항상 수수한 옷차림에 손에는 언제나 흙 부스러기가 묻어있을 것 같던 선생님은 그날 까만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어색한 듯 수즙 음의 미소가 또 한번 진한 감동으로 다가 왔지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텐데 아마도 병덕이는 이런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모두 잊어버렸나 봅니다.
아무런 회상의 글이 없는 걸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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