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런 모임이 내 인생의 한페이지로 남을 수 있음에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사실 난 좀 바쁜 몇 일을 보냈다. 다 똑 같은 일상이겠지만, 내가 여태껏 하지 못했던 장모님에게 효도(?) 좀 하느라고, 처음으로 남쪽의 유명한 사찰 몇 군데를 돌면서 1000Km 를 돌아서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에 인천에 돌아왔는데.......토요일은 올림픽 공원에서 시합이 있어서 참관하러 갔었고....시합 후 이어지는 뒷 풀이를 피해서 일찍 들어온 게 자정이 넘어서 였다.
일요일이 심히 걱정이 되면서 늦은 잠이 들었는데, 새벽 안개 속을 헤치면서 기다리던 대둔산 모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늦지않으려고 차를 지하철 역에 주차하고 고속으로 달려서 대전에 도착하니 영숙이와 서울팀이 기다리는 중. 아니 기다리던 군기 반장님이 이프시다고? 보고 싶은데......
분승해서 대둔산을 가는데 간밤에 내린 비로 묵은 때를 씻기운 노란 은행잎의 고운 자태가 너무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어지는 길이었고, 영숙이의 감탄과 환호 속에 몇 번의 길을 물어 대둔산 고개 아래 도착하다.
너무 많은 차가 단풍놀이를 나왔나? 좁은 길에 주차장을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이 간다. 약속 시간은 버얼써 지났는데.....어떻하나? 여기저기서 자꾸 연락이 온다.
군수 물자는 여기 다 있는데 말야.
호텔 주차장에 모여 모여서 인원파악을 하니 23명. 반갑다. 친구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대전에서 수고해준 떡과 기타등등....기념 찰영 부터 한 장 . 플래카드를 걸어라.
자 이제부터 산행이다. 조를 편성하니 우리 씩씩한 낭자군 께서는 모두들 등반채비를 하셨는데, 낭군님께옵서는 열명이나 케이블카를 애용한다고....아하 ! 평소 자기 체력관리를 약간 소흘히 하셨단 말씀이군.
그러나 아뿔싸! 케이불카가 고장 이라나 어쩐 다나?
자 자 그런 슬슬 올라가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봅시다.
어제 내린 비로 잔돌이 깔린 바닥은 무척 미끄럽다. 안전사고를 주의 합시다.
~ 얼씨구나 절씨구 지화자 산천 경계 좋쿠나 절로 흥이 난다. 어제의 피곤함은 어디로 싸 ~ 악 사라지고, 이제 일년의 혼을 불태워 붉고 노란 형형색색의 빛깔로 곱게 빛은 천하절경의 대둔산 계곡이 펼쳐진다.
한 팀씩 좌절하는 가운데, 구름다리를 건너는 모양새는 선녀가 학을 타고 천상을 비행하는 기분이 이런 걸까? 옛날 승근이의 신문 속에 나온 만화가 이런 걸 묘사했었나? 잔 구름이 주변을 둘러싸고, 아스라이 흐려져 병풍처럼 둘러친 안개 속에서도 씩씩한 발걸음은 한숨을 돌리면서 함께 흐르는 물따라 떨어진 낙엽은 인생처럼 흘러간다. 너 가는 곳 어디메냐.
어느 님의 하소연처럼, 터질듯한 가슴은 힘들어서 일까 아님 너무 설레임 때문일까를 생각하면서 사반세기 전에도 이 길을 걸었었는데...... 그땐 선넘선녀들의 가뿐 숨이 향기로웠는데, 이젠 사십의 중턱에서 걸어가는 한 걸음마다 향기가 풍기는 대화가 풍요롭다.
마지막까지 밀고 끌면서 도착한 개척탑. 아! 세월의 무상함이여! 시멘트로 우뚝 솟아있던 개척탑은 흔적이 없고 스테인레스 스틸탑이 몰아내는 가뿐 숨을 뿜으면서 올라오는 신선들을 반기는 구나.
전황보고, 총원 23명. 탈락 15명 현재원 8명. 장하다 용성의 인물님들이여!
간단한 회합과 여기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우정이 이 대둔산이 마르고 닳도록 영원하기를 기원하면서..... 기념사진도 한장. 찰칵.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달래면서 동서남북 산신령이시여! 우리 용성의 한 울타리를 치고 앉은 여러 동문들의 앞날을 축복하여 주소서. 비나리는 마음 속에 여운을 타고 면면히 흐르고....
처음엔 시원함이 좋았는데, 서서히 밀려드는 산 안개에 묻혀 들어오는 살 속을 파고드는 보내려는 가을 바람이 추풍낙엽을 부르는 구나.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이어지는 하산길. 등산은 하산길이 더욱 위험하다는 걸 명심 하렸다.
몇 걸음을 옮겼을까 고운 자태 사뿐하게 걸어오는 웬 선녀같은 자태? 아하 ! 길완이의 늦은 추임새로 구나. 머리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맵씨로 정상까지 납시었구나. 마마! 하산하시지요.
갈림길에 선 우리들 하산 길이냐, 케이블카냐. 3명이 걸어서 내려가기로 하고 남옥이와 그 외 보호자들이 케이블카를 타러 떠난다. 인간 세상에서 만납시다.
이몸이 늙어서 흐르는 물처럼 저렇듯 흘러서 가는 곳이 어디메뇨. 부귀와 영화를 보잤다고 인간 세상에 부모님 살을 빌어 영혼을 충만하게 채워가며 어우러져 사는 구나. 외로운 줄타기 같은 인생으로 하루하루를 사와생으로 이어지는 내 삶의 단상들이 오늘 하루도 흘러간다. 저 물같이.......
함께 한 식사와 여흥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색칠은 오늘의 모임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해 주었으며, 붉게 물든 단풍을 가슴에 한아름 담고 일년의 고운 때깔로 살아갈 양식으로 삼으리라.
달리는 고속도로 길은 멀고 영숙이는 개스가 떨어져 가는 차 속에서... 함께 해결해 주지 못함을 용서하여 주시오서서....
함께 오던 인호와 남옥이 길완이는 고속도로 미아가 되어 하차를 하고, 저기 보이는 망향 휴게소에 주차된 차로 간다.
서울도착과 창연이가 떨어트린 문용이 그리고 영등포의 밤에는 01시 50분. 흥식이는 다시 호수공원으로 간다.
나도 좋아하지는 않지만 총알택시를 탄다. 그리고 2시 30분이면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낭군을 기다리는 내무부장관의 작은 호롱불이 흔들리는 아늑한 밤이 녹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미 시작되어버린 오늘이 파노라마처럼 정리되면서 함께 한 모든 이들의 머리머리 마다에 축복있으라.
인생은.... 아직 가지 않은 길이 신비스러운 백색의 화선지로 남아있는 미완의 비 포장길.
너와 내가 서로 만들어 가는 이 길을 뒤에 오는 많은 이들이 편안한 마음의 고향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작은 정성으로 다듬어 나가자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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