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그 아련한 추억이여!
마음이 울적할 때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지칠 때 까지 하염없이 걷는다. ........................ ........................
이런 생각을 가슴에 품고 살아올때는 아마 이십대의 초상이었을 테고,
이제 오십을 바라보면서의 느낌은 조용하게 사색하면서 혹여 나로 인한 상처 받은 영혼은 없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외롭고 쓸슬 함이 묻어나고 장사익의 타령 같은 트롯트가 그리움을 물컥 솟아나게 하는 느낌은 나만의 감수성의 결과물인지?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던 첫사랑 같은 추억의 그림자 속에는 전원을 연결하면 빠 ~ 알간 불빛이 서서히 달아 오르면서 예열의 순서를 거쳐 서서히 돌아가던 진공관식 LP 의 까만 디스크 줄무늬를 건너온 파장의 빨간 불빛에서 훅 하고 느껴지던 그 시절의 그 음악 " 철새는 날아가고 " 라든지 "폴모리아 악단 " 의 연주곡들이 은은하게 들려오던 겨울밤의 정취를 방 안 그득하게 차 오르던 그 가느다란 선율들이 어린 날의 서정을 들춰내는 그런 날입니다.
학교 다닐 때의 음악실 이나 혹은 정서를 위한 시간을 이용해서 클라식을 듣던 그 시간들은 성인이 되고 나면서 부터 고전음악을 접할 기회는 점처로 멀어져 가고 가볍게 흥얼거릴 정도의 말그대로 흘러가는 유행가 정도를 흥얼거릴 깜량 밖엔 안되었는데,
직장인이 되어서 적금을 부어 목돈이 되자 맨 처음 떠올랐던 일이 바로 나만이 즐길 수 있는 대형 오디오를 장만하는 일이 었을 정도로 나도 모르는 내심 마음 속에 음악에 목말라 했던 그 무엇이 있었나 봅니다.
집의 크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크나큰 200와트 용량의 컴퍼넌트 씨스템.
청소년 시절에 열심히 사 모았던 빽 판과 하도 들어서 이미 용도 폐기를 넘어선 직 직 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안도감을 주는 그런 디스크들은 군 생활과 이사를 거치면서 모두 버려지고 난 후 였지만, 추억으로가는 여행의 길목에서 다시 금 수집해서 모아 본 여러 장의 앨범 속에는 시공을 초월한 그 무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의 편린들이 아련한 음악의 선율 속에서 오소소 살아 떠 돌아 다닙니다.
그래 그때 그랬었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기억...기억...기억들.
세월의 흐름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 한 달에 한 두번 혹은 울적할 때나 몹시 기쁠 때 일부러 시간을 내서 들어보던 그 LP 음악들을 어느 때부터 인가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턴 테이불을 돌리는 밴드기 경화되면서 느슨해져서 그 동력을 연결 할 수 없었고 또한 그 끝에 다이아몬드 칩이 달린 카트리지가 다 닳아 제 음이 나오지 않았기 �문 이지요.
버리기는 아깝고 새로 장만하기에는 너무 모험적인 마치 계륵같은 존재로 남아 있어 마치 어제 먹은 게 다 소화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듯한 느낌을 거실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오디오를 바라 볼때마다 아타까움 그 자체 였지요.
어제는 우연한 기회에 남이 버린 턴 테이불에서 부품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한 참의 작업 끝에 우리집 거실은 세종문화회관 대 공연장이 재현 되었습니다.
울적할 때 즐겨 듣던 베토벤의 9번 환희의 송가!
전연 귀가 듣기기 않을 정도의 상태에서 작곡했다는 그 심오한 선율들은 온 통 방안을 휘젓고 다니며 마치 눈 앞에서 베토벤의 유령이 살아나와 연주하는 듯한 착각 속에 서 있었던 저녁의 황홀경 이었습니다.
우리 친구들의 가슴 한 켠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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