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황사가 끼고 바람이 분다면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 무척 피곤 하시겠다고
울타리 따라 심어둔 편백나무 색깔이 봄빛을 띄어간다고 생각 될 즈음에 호출이 왔다
갑자기 봄이 오는 바닷가가 보고 싶다는 하소연!
그래서 달려간 곳이 시화호로 유명한 대부도 연육교.
갯펄 색을 띤 거센 파도가 온통 휘집듯 바다를 뒤집고 성난 표효처럼 용트림의
환상곡이 자아내는 뒤틀리는 바다는 누군가 무언가 저리도 심기를 뒤틀려 놨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저 차창 안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는 마치 거대한 화면 속의
떠나려는 님을 보내지 못하는 어느 분의 절규처럼 보인다.
오이도를 거쳐 대부도를 지나는 연육교 위에는 방파제에 부딪쳐서 넘쳐 나는 파편으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차량을 뒤덮는 그 파도!
쉬임 없이 작동되는 와이퍼도 물색하게 치고 또 치고....
영화 자바의 동쪽인가가 간간이 생각났다.
그 영화에서는 화산이 터져 용암이 마치 파도처럼 배를 덮쳐오던 화면 가득한 그 장면
이 무척 인상 깊게 삼십년을 넘게 각인 되어있다.
대부도 끝까지 달려간 곳이 영흥도 십리포구.
철 지난 해수욕장에는 발아래 부서지는 파도와 몰아치는 바람에 옷깃은 마치
깃발처럼 펄럭인다.
다시 또 느껴지는 절규 하는 바다.
한 여름 밤의 꿈에서는 멋 옛날 자그마한 해변에 잔뜩 내려앉은 별 무리 속에 묻혀
긴 긴 여름 밤의 파도소리에 잠이 들던 곳이었는데...
낭만도 젊음도 이젠 모두 지난 이야기 가 되었지만,
어느 젊은 연인들이 손을 꼭 잡고 새로운 사랑 만들기에 또 한편의 작품을 찍고 있다.
먼 후일 서로의 추억을 털어 놓으면서 잡다한 할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 지기를
기원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영흥도 다리 위에서니 온통 다 쓸어가 벌릴 듯한
파도는 잠시도 갈매기가 앉지 만할 만큼의 넘실대는 파도.
출렁이는 다리.
아 ! 이 다리에서도 수 많은 연인들의 가슴 아리는 추억을 많이 쌓아줬으리라....
저물 녁의 태양은 그저 화평 스런 얼굴로 수령선 너머 사라져 가면서
오늘의 힘들었던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영흥도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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