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파고드는 바람.
가을을 보내면서 찾아간 곳은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이곳에서 연극 "불"을 공연 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입니다.
혹시 귀신을 믿습니까?
지금은 찾아서 보려도 어렵지만 어린시절 둥당당당 울려 퍼지던 그 자연스런 음향은 굿을 알리는 동네 잔치 구경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지금도 아련한 추억 속에 잠들어 있답니다.
극 중의 내용은 돌연 한 집에서 세 명이 한께 번에 죽어서 그들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의 등장에서 부터 온몸에 소름이 오싹 돋는 은밀한 공포로 부 터 장내를 둔중하게 울리는 북, 장고, 징, 나팔과 피리의 그 가느다란 선율 속에서 처절한 고독의 괴기스러움으로 부 터 온 몸을 휩싸고 도는 신령함을 더하는 어린 시절로의 회기를 길라 잡이 하는 서막이 장 중을 흥분의 분위기로 몰고 갔지요.
심한 당파싸움의 희생자로 낙향한 손참의, 그리고 그의 아들 손진사. 손진사를 흠모해 하던 여종과의 관계가 며느리와의 정염과 갈등을 그려내면서 이승에서 다 하지 못한 한풀이로 그들의 혼백을 불러내서 회한의 염원을 들어주는 가운데, 극은 정점을 찾아갑니다.
못다한 효와 인간의 감정과 연인의 정적과 인륜의 도리와 뭐 이런 것들을 섞어서 엮어내는.....
이미 죽어서 이승을 떠난 그 님 에 대한 용서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인간의 기본철학을 이 연극은 뒤집어 보는 데서 그 묘미가 있지요.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역설에서 만일의 가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요.
어둠 속에서 그림자 처 럼 움직이던 그 아련한 울림. 어느 곳인지는 모르지만 은은하게 울려 드는 둥둥당당의 그 향수를 느껴 보고 싶으시다면 이런 공연을 한번 적극 추천하고 싶네요.
~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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