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도리께를 아십니까?

no pain no gain 2007. 6. 16. 18:46

도리께를 아십니까?



가을이 수확의 계절인 것만은 확실하지요.

내무부장관님께서 처갓집에 한번 가자고 넌지시 압력을 넣어서 지난 주 토요일에는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빈차에 김치 담을 그릇만 잔뜩 싣고 달려갔지요.

가서 알게 된 이야기인데, 혼자 사시는 장모님께옵서 밭에 베어 말려둔 콩 타작이 힘들어 할까 봐 고민하니까 은근히 날 꼬셔(?) 가지고 콩 타작 하러 가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일요일 아침.

밭에 가서 배추와 무우를 뽑아와서 절이고, 집안 정리를 좀 하다가 오후에는 말 그대로 콩 타작하러 갔습니다.

콩을 거둬서 갑판에 깔고 말 그대로 콩 타작이 시작 되었지요.
처음엔 순서대로 하다가 나중에는 양이 안차서- 사실은 이렇게 하다가는 언제 끝날지를 몰라서- 그냥 한군데 몽땅 모아놓고는 비닐하우스 짓다가 잘라둔 쇠파이프로 무지막지하게 내리쳤습니다.
내가 힘 좀 쓰거든요.

옆에서 콩 다 튄다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그건 응석이란 걸 압니다.

어쨌든 해가 뉘 엇 기울 때 즘에는 탈곡이 끝나고 날리는 바람에 콩깍지를 날리면서 하루를 마감했지요.

석양에 물든 밭에서 허연 먼지를 뒤집어 쓰고 날아가는 콩깍지 속에 서 있는 내 자신이 마치 밀레가 그린 그림처럼 생각이 되기도 했지만, 그고 난 이삭 줍는 여인이나, 만종 같은 풍경은 아닐꺼고, 아마 도 도리깨질하는 남자 ' 라든지 아니면 " 콩깍지 날리는 남자 " 같은 제목이 담겨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어찌됐든간에 늙으신 장모님이 하루를 걸려서라도 다 하지 못할 일을 후다닦 처리하고 나니 뙤약볕에 흐르는 땀과 흙먼지 속에 찌든 하루였지만, 마음만은 평안한 흐뭇한 오후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트렁크에 가득 차서 다 넣지 못한 것은 다음에 와서 가져가기로 할만큼 장모님께서는 많은 걸 주셨지요.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한 알의 곡식에도 장모님의 땀과 정성이 깃 들어 있다는 생각으로 알뜰하게 아껴서 먹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계 ~ 속 되시길 기원하면서.

어느 님 이 그러더군요.

부모님이 언제 까지 살았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벽에 똥칠해도 좋으니 백살 넘게 살으소서 하는 기도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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