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스치는 가을 바람결에 꿈을 실어 보내고

no pain no gain 2007. 5. 28. 15:17

스치는 가을 바람결에 꿈을 실어 보내고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 길 사이에서 꽃 사슴 한 마리가 길을 잃고 헤맨다.

평범하게 나선 산책 길이었는데, 갑자기 난 도시의 사냥꾼이 된다.

그러나 사슴을 잡으려고 쫓는 것이 아닌 사슴의 양태를 보려는 호기심에서 쫓아가는 발길이 그리 바뿐 걸음이 아니다.

 

가다가 돌아서서 날 한번 쳐다보고 또 다시 길을 가다가 산마루 쯤에서 돌아보고..

이젠 돌아가야 할 길이 걱정 될 정도로 너무 멀리 와 버린 내 자신이 걱정스럽다.

 

그리고 한 순간 냅다 뛰기 시작한 사슴은 어디 멀리 꺾여진 낭떠러지기로 뛰어 내린다 손을 내밀어 보았으나 그냥 잡으려는 마음과는 달리 너무 허무하게 놓쳐버린 사슴이여!

 

 

여기까지가 새벽에 깬 꿈이었습니다.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주말의 미명에 물든 도시를 바라보면서 목이 말라 물을 한 모금 마셨지요.

 

뭔가 아쉬움이 가득한 미련이 아직도 손끝에 남는 그런 분위기에서 기분 전환이 필요 했지요.

 

TV를 보다가 자료를 좀 찾다가 읽다 만 책 미실을 보다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얼크러진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살았던 발해의 역사와 신라의 혈족에 관한 연구가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윤리를 테에 두르고 역사의 언덕을 내려와서 자리를 잡아 지금은 이웃집에 눈만 돌려도 간통의 굴레를 만들어 온 것일까 하는 초점을 찾다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헬스클럽에서 한창 땀을 흘리고 뭔가 좀 미진한 에너지를 모두 태워버릴 소산으로 벤치에서부터 친 업까지 한판 겨루고 난 다음 우연히 전화기를 열어보니 편지가 하나 들어있었지요.

 

알긴 아는데, 한 해에 한 두어 번쯤 연락이 올까 말까 하는 분에게서……..

 

모든 것이 변하는 가운데, 논과 밭이 집이 되고 바다가 육지가 되어 지도를 바꿔놓은 현실에서 오랜 역사의 흔적을 안고 아직도 수백 년의 전통 속을 고집하는 염전 산책로에로의 초대였지요.

 

간밤에 내린 비로 약간 진흙길이 더러 있기도 했지만 그래서 인지 오가는 사람들은 더욱 뜸해서 조용하게 산책하면서 사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기분 좋은 날이었어요.

 

살랑 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와 발자국 소리에 놀란 꽃게들의 집단 행동들도 재미있었지만 갯벌에서 여유로운 일광욕을 즐기던 망둥어의 갑작스런 놀람도 구경거리 중의 하나 여지요.

 

간간이 지어진 소금창고가 이제는 예스러운 풍물로 변해 현대인들의 과거로 회기 하는 향수를 자아내는 모양새가 그 옛날 치열했던 삼의 현장이었을 이 염전이 이젠 하나의 추억 거리로 남아 바닷물을 퍼 올리기 위해 굶주림에 허덕이던 일꾼들의 신음소리가 태백산맥의 어느 페이지를 뚫고 나와 수로를 타고 흘러가는 물소리 만큼이나 허덕이는 땡볕이었겠지요.

 

강아지 풀과 외로이 선 해바라기와 이젠 보금자리를 찾아 길을 떠나야 하는 작은 풀벌레의 몸짓에서도 가을은 성큼 다가와 있었지요.

 

어느 곳인가는 불에 타 버린 소금창고가 또한 뼈만 남기고 얼기설기 남은 꿈의 잔해들 속에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출사 나온 패들의 열정도 있었지만

 

못다한 사랑의 미련들이 아직 무너지지 못하고 버티고 선 인연의 끈으로 추상처럼 남겨진 가을 날의 초상이었습니다.

 

황혼을 밟고 돌아서는 길이 뭔가 모를 아쉬움으로 남겨져 평소 즐겨 듣던 음악까지 슬픔으로 전해지던 프롤로그의 첫 악장 같았던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 밤은 어떤 꿈이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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