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수첩에서 툭하고 떨어진 메모지 한 장!
어느 님을 그리워했는지 그 곳에는 이런 글들이 적혀 있다.
.....내 작은 소망으로 한 점 한 점 내리기 시작한 눈(雪)은
당신의 깊고 깊은 계곡 까지를 하얀 색으로 다 채색하지 못하고
둔덕진 언덕과 곱게 파여진 허리 곡선에서 붓질을 멈췄습니다.
햇살 받아 되 반짝이는 눈부심은 차마 다 바라보지 못하는
황홀경의 극치 였다오.
작은 바람 일렁임에 피어 오르는 듯한 용틀임의 눈꽃 들은
고고한 당신의 애교스런 몸짓인 냥 훔쳐보는 시선이
마냥 행복합니다.
지난날 길고 긴 불면의 밤을 조금씩 내리는 사랑으로 감싸고
다듬어서 겹겹이 둘러쳐진 저 깊은 산을 모두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 압니다.
각각의 사연을 안고 서 있는 나무는 가지에 언 쳐진 사랑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큰 비명을 울리며 뚝뚝 부러져 버린 슬픔을 안고 있지요......
또 다른 메모.
자청하듯 새겨둔 약속의 시간이 흘러간다.
영원히 변치 말고 사랑하겠다던 그 맹서도
세월의 흐름 속에 깎이고 파여진 바윗돌처럼
천하를 뒤 덮은 눈 쌓인 날의 사랑이
아른거리는 봄 햇살에 녹아
기억조차도 희미하게 아지랑이 타고 올라갑니다......
여기까지 입니다.
이제 봄날이 오겠지요.
몇 번의 꽃샘 추위와 포근하게 적시는 봄비가
당신을 기다리는 발길처럼 소리 없이 나에게 오겠지요.
당신은 행복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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