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을 오르다.
새벽 댓바람에 아직 해 뜨기 전 어둠 에 흩어진 일행들은 이등바위를 향해 줄지어 올라간다. 돌로 쌓은 계단 길과 돌을 파내어서 계단을 만든 노고가 베어있는 역사의 흔적이 숨어있는 곳.
한참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일등바위 정상이다.
그래 그랬었지 언젠가 결혼기념일 우리부부는 나들이로 남도여행을 하면서 12월 찬바람 속에 뿌옇게 물든 석양의의 유달산을 오른 이 있었지!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이난영의 ~ 사 ㅁ 학 도~ 파 도 기피 스 며 드 는데 ~를 콧노래로 따라 부르면서 날카롭게 선 바윗돌을 올라선 적의 감회가 새롭다.
남는 시간에 가까운 조각 공원에 들러 꽃피는 봄에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던 그 길을 산책도 하고 둘러보고 내려서면서 이제 막 꽃으로 피어난 일출을 보고 판에 밖은 듯 점점이 빛나던 불빛들은 여명 속에 사라져 간다.
뱃놀이를 제대로 하려면 속이 든든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푸짐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흑산도행 배를 기다린다. 인생이란 무릇 기다림의 연속이 아니던가?
승선 후 바로 출발하는 동양골드 페리호는 뱃전에 부서지는 포말을 흩뿌리며 하얀 추억 속으로 시속 60Km 엄청난 질주를 한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승무원의 은근한 협박(?)이 이어진다.
요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멀미 약을 매점에서 사 먹으라. 변기에 구토하시면 안 된다. 특히 여성 여러분들의 화장실 사용에 주의를 당부한다.
그리고 이어진 뱃놀이(?)는 가히 환상적으로 이어진다. 작년 울릉도 트위스트는 약과다.
롤링으로 가볍게 몸을 푸는 가 싶더니 이어지는 본 게임. 상상이 가능하신 분은 롤러코스트를 타고 바이킹 속으로 들어가 자이로드롭으로 내려오는 정도라고 할까?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과 아우성. 살려달라는 고함소리, 살살 달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바닥에 누워있으면 멀미를 덜 한다고 보냈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놀이공원 종합 이용권 가격까지 포함한다면 반은 거 져 공짜라고 하면서 농담을 하는데, 내무장관님 얼굴빛이 창백해 지더니 선미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오는 사이 눈동자의 시선 고정이 안 된다.ㅋㅋ
사모님 어디를 보시나이까?
흑산도.
선착장에 도착, 버스에 오르자 입담 좋은 기사 분의 걸쭉한 전라도 표준어로 관광안내 순례가 시작된다. 작은 섬이지만 없는 것 빼고 있는 건 다 있다는 흑산도.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 흑산도.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난 뒤 서해상에 자주 출몰하는 왜구들을 막기 위한 전초기지로 쌓았던 흔적이 반월성의유적으로 남아있으며, 세상을 등진 최익현, 정약전의 유배지로 정약전은 우리나라 몇 안 되는 선인 정약용의 형으로 순조 직위 직후 신유박해가 일어나고 천주교인으로 지목 받은 정약전은 이곳 흑산도로 귀양 와서 시간과의 싸움을 마음을 다스리는 책으로 세상에 남겨놓고 죽었다. 그 책이 지금도 귀중한 자료인 자산어보.
남도 일 번지 강진을 여행할 때 당시 정약용의 유배지인 그 산 중턱에서 혹여 형님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볼 수 있을까 하여 흑산도 방면의 망루를 짖고 눈물을 훔쳤다는 형재 간의 깊은 우애를 가르치고 떠났다.
멀리 고래섬과 뚫린 구멍이 통일된 대한민국을 닮았다는 지도바위. 길을 낼 수 없어서 공중에 떠있는 친 환경 컨틸레버 공법으로 지었다는 일주도로를 지나 용고개 마루에 내려 흑산도 아가씨가 구성지게 흘러나오는 노래비를 건너 산마루로 올라간다.
상리봉. 앞뒤 바다가 한 눈에 조망되는 곳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사실 사진보다는 눈도장이 더 멋진 곳이다-
호텔에 들러 식사를 하고 옆 마당을 보니 철 늦은 고사리도 보이고 모두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려 흑산 성당 12개의 조각으로 세워진 고난의 길을 따라 면사무소 뒷길로 산행이 시작된다.
처음 맞닥뜨린 후박나무 숲길. 바닥은 이제 막 떨어져 새싹을 틔워 올린 어린 나뭇잎들의 그 연녹색 반짝이는 모습은 열여덟 처녀의 세수하고 아직 물기가 덜 닦인 모습이라면 이해가 갈까?
더러는 불어오는 바람에 전혀 밤나무 같지않은 나무에서 풍겨 나오는 밤 꽃 향기. 똘밤의 전설을 안고 있는 너도밤나무.
체육공원처럼 생긴 언덕을 올라 능선쯤 다다르니 그 귀하다는 바위손, 부처손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바위틈에 빼곡히 들어서 있고, 분재 목으로 널리 쓰이는 소사나무 집단 군락지가 자연스레 밟히고 베어져서 가꾸지 않아도 천연의 분재가 되어 해송 잔가지와 어우러져 불어오는 해풍에 환한 얼굴로 미소 가득 머금은 듯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하산 길로 잡아 내려 선 곳에서 도로를 따라 항구에 도착 홍도 가는 여객선을 기다리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언제부터일까? 흑산도로 들어 때의 내무장관은 초롱이는 눈빛으로 생기가 돌아 간식으로 방울 토마토를 먹고 나서부터인지 힘이 절로 나는지 산행 시 앞서서 갔다.
홍도 깃대봉을 오르다.
사실 예전에 홍도를 다녀 올 때는 통통배 타고 7~8시간 바다에서 시름에 겨울 때 주린 배를 안고 홍도에 도착했는데, 그때는 옛일이 되었다.
포구에서 방을 배정 받고 함께 지내게 된 여만철직장님 부부와 짐을 풀고 산행을 권하는데 여직장님 사모님께서 사양을 하신다.
그래서 2시간여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산행을 하기로 한다.
처음 분교 옆을 지나 계단을 오를 만 해도 언제 가나 했는데, 산속에 몸을 숨기자 마자 너도 밤나무 진한 향기에 서녘 불어오는 바람이 온통 하늘을 뒤 덮은 동백나무 소롯길을 따라 마치 태고의 신비를 찾아가는 듯 잔돌을 밟으면서 가벼운 진행이다.
이렇게 열심히 생활하다 보면 그 천하 무적이라는 UDT대원보다 더 강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농담도 던지고, 가끔 바다를 향한 샛길로 가서 천혜의 까마득한 절벽 위에 서기도 하면서 아직 덜 떨어진 철 잃은 붉은 동백도 보고 정상에 다다를 즈음 고색창연한 나무등걸에 곱게 올라간 콩짜개란 군락지. 비가 적어서인지 좀 마른듯한 모습으로 모두가 작품이다.
해질녘에 섬 전체가 붉게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 홍도.
섬을 뒤 덮은 후박나무, 식나무, 동백나무, 향기가 10리를 퍼진다는 풍란은 보지 못했지만 어딘가에는 그도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포구를 넘어 식사하러 가서 떨어지는 일몰의 장관을 보고 싸그락 거리는 해수욕장 잔돌의 굴러 내려가면서 깎이는 모습과 한잔 술로 달래는 이방인의 꿈을 달래고 잠들다.
새벽. 두들기며 깨우는 소리에 식사를 마치고 마당에서 재주 좋은 아낙의 건 해산물 파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라며 모두의 손에 검은 봉지 하나씩 들고 유람선을 타러 간다.
돗단배 바위 남문바위에서 한참을 머물면서 사진을 찍고 이루 다 기억 할 수 없는 비경 33곳을 두루 거치면서 주전자바위, 원숭이바위, 이티바위, 포탑바위, 삼각관계바위 기타등등.
그런데 백미는 거시기 바위, 머시기 바위란다. 이러면 안 가본 사람은 알랑가 모르겠네?
2박3일의 코스에서 보고 느낀 것도 많았지만 특히 가면 갈수록 좀 더 정교해지고 매끄러운진행으로 수고하신 상임진 여러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는 곳에는 질서가 무엇보다도 중요 할 진데, 민폐 끼치는 행동은 옥의 티라 하겠다.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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