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조릿대 세상 가야산

no pain no gain 2007. 5. 28. 14:29
조릿대 세상 가야산.



지난번 설악산에서 눈 속에 파 묻혔다가 살아나와서 다시 간 곳이 가야산
.


당일 산행이라서 새벽에 출발하면서 한마디. 게으른 사람은 취미생활도 못해요
!

대전을 지나고 인삼 랜드 휴게소를 스치는 것으로 아하! 여기가 지리산 자락
......

그리고 갑자기 화창하게 햇살이 비쳐 어제 내린 비로 인한 고생은 없겠구나 싶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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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거쳐 합천 해인사에 멈춘다
.


왁자하게 쏟아진 일행들
.

미쳐 인사를 다 하지 못한 3대 버스의 사람들로 갑자기 분주 해진다
.

원래 목적대로 라면 반대 방면의 산행이 되어야 함에도 친절하신 우리 1호 차 기사님의


속 깊은 배려로 좋은 코스로 인도하셨다(?) 위안을 삼고
.


해인사를 둘러볼 경황도 없이 구호를 외치면서부터 서둘러 선발대는 출발을 한다
.

팔만대장경이 쉬고 있는 곳. 누군가 어느 분은 이 많은 팔만 대장경판을 한번 쯤 읽어나


보셨는지? 그리고 강화에서 원판을 만들어 합천까지 운반해서 올 때 그 많은 땀과 노력의


흔적들은 우리 후손들은 얼마나 잘 알고나 있는지
?


산행 초입에서부터 널 부려진 조릿대
.

지금의 젊은 아해들은 밥을 지을 때마다 어머님의 손길로 쌀을 일어 뉘나 돌을 거를 때


쓴다는 그 이름이나 알기나 한지
?

새로운 문화의 발전은 애초부터 석 발기라 해서 돌을 고르는 기계를 거쳐 지금은 아예


조릿대를 사용할 기회마저도 박탈해 버린 그 현실 속에서 아니 더 나아가 이제는 아예


밥 지어 먹는 것 부 터 싫어 한다는...... 그래서 쌀이 남아돌아 농촌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가슴 아픈 현실을 이 조릿대는 알고나 있는지
?


어느 정도 올랐을까 갑자기 한 고비 올라서자 탁 버티고선 석불여래상
.

그냥 갈 수 없잖아? 그래서 잠시 쉬면서 사방을 둘러 볼 겸 사진 한 장 남기고
.


올라가도 바쁜 길을 다시 아래로 내려서는 철 계단과 아직 덜 녹은 겨울의 잔해


속에서도 봄은 꾸준하게 흐르고 있다
.

졸졸거리는 물 소리 항상 들려 왔겠지만 다시금 새롭게 들리는 봄을 알리는 듯 한


새 소리 휘파람 소리
.


칠 부쯤 올라서자 능선으로 들어서면서 한 눈에 탁 트인 정상의 거대한 돌덩어리
.

가자 정상으로


조릿대 숲 길 속으로 난 목제 계단을 그림처럼 펼쳐진 이곳에서 한 편의 영화가 찍어지는


봄날을 상상하면서 듬성듬성 비죽이 솟아난 고목들이 오히려 힘들게 보이는 건 무슨


연유일까
?


어느 모퉁이부터 였는지 눈 녹은 물과 함께 질컥거리는 잔설들은 산행인들의 발길을 잡는다
.

아이젠을 신고 차가운 바람에 옷을 꺼내서 입고 바람꽃이 핀 나무 등걸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올라선 상왕봉. 여기는 정상
.


얼마나 부대끼며 혹독한 시련을 견뎌 냈던지 한쪽 팔로만 견디고 산 늠름한 자태로


배경이 되어주던 그 늙은 소나무 등걸과 어느 인연이 있었던지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냥 보내지 못해서 마주 잡는 모습으로 허리를 내준 작은 나무 등걸의


그 반질거리는 매끄러움과 작은 흠집으로 발 디딤의 역할을 마다 하지 않은 거대한


바위 돌의 희생으로 오늘 이 자리를 추억으로 남기고 넘어가는 한 곡의 아리랑이 된다
.


하산 길
.

어린 시절 형들을 따라 철길너머 작은 개천에 벼 베기가 끝나고 갔던 천렵에서 도랑을 막고


물을 퍼내고 미꾸라지 잡던 기억이 한 발 한 발 내 디딜 때마다 자꾸만 떠 올라지는


것은 왜일까
?

작은 물 소리가 언제 부 터 일까? 제법 큰 물길을 이루면서 내려와 점점 차 오르는 맑고


푸른 내를 이루면서 들어찬 그 깊은 계곡에서 잠 시 발길을 멈추고 쉬어가게 만든


넙적한 바위 위에서 들리는 바람소리하며 지천으로 널려진 다래 넝쿨에서


달콤함이 배어 나오기도 했었지요
.



하여튼 그렇게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철벅 이면서 조릿대 숲 사이로 난 그 오솔길을


계곡마다 무더기로 남아있는 덜 녹은 눈 덩이 들과 발길에 채이는 자잘한 돌들을


피해가면서 비상식량이 다 떨어지기 전에 하산한 백운동 매표소
.


먼저 온 일행들이 반갑게 맞히며 권하는 동동주 한 잔은 감로수 보다 더 달콤함이


배어있지요
.



남는 시간에 둘러본 밭 고랑에서 눈에 띄는 냉이를 캐며 오래 만에 하는 부부 동반


산행을 다시금 음미하면서 좀 늦고 쳐지기도 하고 때론 불안함이 어깨를 짓 누르기도


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하게 산행을 마쳐준 아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이제 봄이 멀지 않았지요
.

좋은 계획들 많이 세워서 인생이 더욱 윤택해지는 아름다운 동행을 만들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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