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아 ! 설악산.

no pain no gain 2007. 5. 28. 14:28





설악산 눈꽃 축제에 다녀와서



언젠간 가리라 하고 마음먹은 겨울 설악등반
.

그 응어리진 계획을 지난 주말을 기해서 풀었지요
.

토요일 밤에 출발을 해서 잠시 대기 하다가 장비를 갖추고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04
.

에정대로라면 07:30 분경에 뜬다는 일출을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


그러나 출발해서 10분도 되기 전에 20년전에 사서 한동안 신고 다니다가 쳐 박아둔


등산화가 그 동안 내쳐 관리하지 않은 복수심으로 발길을 잡는다
.

아니 10시간정도를 걸어야 하는 산행에 처음부터 발길을 잡히면 어떻하나 우려도 되었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하고 산행을 재촉한다
.


한 동안 길을 걷다가 뒤 돌아보면 마치 한마리 커다간 용이 용틀임이라도 하듯


헤드랜턴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길게 길게만 이어지던 그 한 밤중의 산 허리
.

헉헉대는 숨 소리와 눈밭에 박히는 아이젠 소리만이 그 어둠 속의 진실을 알고 있으리라
.

노출되는 부분은 금년들어 제일 춥다는 하필이면 그날따라 꽁꽁 얼어버린 상태라


눈만 빼꼼이 내 놓은 상태에서 힘찬 발걸음이 이어지고 2시간여 걸어서 도착한 설악폭포
.

50
여 미터의 그 장엄한 폭포는 겨울이 가둬놓은 상태에서 허연 배만 드러낸체로 컴컴한


암흑 속에 잠들어 있다 겨울엔 폭포도 쉬는 구나
.


잠쉬 휴식과 그리고 이어진 행군. 또 행군
.

어느 능선에선가 희멀건 동선을 시작으로 여명이 밝아온다
.

오늘 하루를 온 누리에 비춰줄 그 찬란한 여명의 빛의 시작이리라
.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도착한 대청봉
.

그 언저리엔 무서운 바람으로 휘몰아쳐서 무엇인가를 붇들지 않으면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매서운 폭풍의 언덕이다
.

사방이 훤하게 트인
.

드디어 구름위로 올라온 태양 그리고 서서히 비춰지는 산하
.

벅찬 감격의 순간도 잠깐 그 매서운 추위 속에 내 팽겨진 펄럭이는 깃발과 같이


온몸이 떨려온다
.

발은 이미 감각이 없는지 오래다
.



년 중 행사 가운데 내가 빼 놓지 않고 하는 게 있다면 그 중 하나는 어느 산이든 정상에서


천지신명께 나의 이름을 아는 모든 이들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비나리다
.

격식과 절차는 무시하지만 그래도 제갈량의 동남풍을 부르는 염원 못지않은 나름대로의


비원이다
.


동해바다의 찬란한 태양과 바다를 뒤 덮은 낮게 깔린 구름과 황금비늘처럼 비치는 수면의


웅장함과 첩첩으로 둘러 쌓인 산야의 능선들과 어깨동무 어깨동무 하면서 겹겹으로 둘러


쌓인 우린의 산야가 모두 휘 둘러 볼 수 있는 발 아래에 있다
.


용아장성, 울산바위, 화채봉, 달아봉, 끝청, 심부산 등등
...

대청봉 과 양양 이라네! 라고 세워진 돌비석을 뒤로하고 중칭 대피소로 하산 코스를 잡는다
.

올라갈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법
.


대피소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하고 다시 쓰려고 모자를 집으니 꽁꽁 얼어붇어 움직이지 않고


겨우 살살 달래서 장갑까지 끼고는 아이젠을 다시 점검하고 희운각대피소로 발길을 돌린다
.


여기가 어디냐고 묻지마라 어떻게 내려 왔냐고 묻지도 마라
.

다만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눈 밭에 넘어지고 걸리고 부딪치면서 우리네 인생처럼


가파른 하산길을 타인의 실수를 허허 거리는 웃음으로 달래면서 구르고 또 굴러 눈 속에


내가 있고 또한 내가 눈 밭 속에 있으니 하팻츠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설악산 그 언저리 그 골짜기의 처절한 몸부림을 어찌 말로 다 하랴
!


내려 오다가 멈춰서 건너다 본 능선 그 어디쯤엔 분면 사슴을 닮은 슬픈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
.

! 저 눈밭에 사슴이
....

아마도 저 사슴의 눈동자 속에도 내가 있을 것이라 생각 하면서
...


여름에 보았던 그 많은 폭포와 비경들은 어찌 이리도 철저하게 동안거에 들어가 내리 쏫아져


장엄 그 자체를 보이던 폭포들은 허연 배를 드러내 놀고 팔자 좋은 휴식처럼 지나가는 등산


객들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내려오는 길에 식수는 떨어지고 목이말라 생각 같아서는 저 허옇게 늘어진 폭포 한 덩어리


를 뚝 잘라 먹고 싶었지만 아 그림의 떡이란게 바로 이런 것
.

자료에 의하면 " 대청봉에서 시작되는 천불동계곡(千佛洞溪谷)은 공룡처럼 생겼다는

공룡능선, 하늘에 핀 꽃이라는 천화대능선, 화채봉능선 사이에 있다. 양쪽에 솟은

봉우리들이 마치 불상 몇 천 개를 새겨놓은 듯한 이 계곡을 따라 염주폭포를 비롯해

천당폭포(天堂瀑布오련폭포(五連瀑布) 등과 문수보살이 목욕했다는 문수담(文殊潭
),
귀신얼굴처럼 험상궂은 귀면암(鬼面巖), 신선이 누워서 경치를 감상했다는 와선대(臥仙臺
),
신선이 하늘로 올라간 곳이라는 비선대(飛仙臺),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금강굴(金剛窟
)
등이 있다
."

흘러간 유행가 자락을 웅얼 거리면서 가다 지치면 쉬고 다시 힘을 내서 걷고
....

하산 길이 그리 유쾌 하지 않은 이유는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 처럼 생각 되어 우리네


인생도 이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쉬지 못하고 걷다가 끝이 나는 게 아닐 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터벅이는 하루 해가 8시간 30분의 산행을 끝으로 무사 귀환헀다
.


정말 살아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들 정도로 눈 속에묻혀서 눈과 함께 보낸 그 시간 들은


내 인생에 군에서 훈련때 말고는 온 몸이 욱신 거리는 기분 좋은 통증으로 유쾌한 기억으로


저장되는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이 될 터이다
.


혹여 우린 친구들 중에 내일 또 내일 하고 미뤄둔 계획이 있으시다면 하루라도 더 자나가기


전에 인생의 한 휙을 긋는 큰 결심을 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

항상 건강하세요
.






P.S :
사실 보디빌딩하는 사람들은 등산을 잘 못합니다
.
남들이 보기에는 몸도 크고 근육도 많으니까 산도 잘 타리라 생각하지만

단거리에 힘쓰는 것은 이등하라면 서러워 하지만 장거리 산행에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단 하나 등산을 할려는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철저한 장비점검과 활동에

맞는 등산복 등등을 필히 점검하시라고 꼭 권하고 싶습니다
.

하산해서 등산화를 벗고보니 엄지 손톱 보다 더 큰 물집이 터져 그리도 쓰리고 아팠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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