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몰개월의 새. 황석영. 1976.
월남 파병을 앞두고 특교대에서 훈련을 한다.
부대옆은 몰개월로 불리는 술집들이 있고 몇몇의 작부들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갈매기 집의 미자. 밤새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한다.
"해병대 연애는 아이구찌 연앤데 붙기만 붙으면 고택골 가누나, 으스름 달밤에 쭐쭐이를 마시고 그 많은 주먹에 다 완투 뽑는 해병대, 그 이름 남남하다 인상 조차 험했건만...... 돌리지 마라 썅, 돌리지 마라 썅, 내 앞에서 돌리지 마라아, 살살 돌리는 그 바람에 신세 조진 사나이다."
미자는 완전히 깨어 있었다. 추장이 빠꿈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미자는 마른 얼굴에 눈만 컸다 나는 사흘이 못 가서 그 똥치을 기억도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정글 전 교장에서 가상 늪지역으로 허우덕 거리는 토요일이었다. 우리는 진흙탕 물은 물에 전신을 담그고 총을 받쳐 들고서 무릎 걸음으로 건너다가 물이 얕아지면 포복을 했다. 늪지역을 지나서 다시 부비트랩이 밀접한 숲속을 지났다. 땅에 함정이 있기도 하고, 인계 철선이 가로질러 있으며, 죽창이 튀어나오기도 했는데, 당한 병사는 모두 전사자로 취급되었다. 전사자들은 따로 추려져서 기합을 받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었다. 나는 인계 철선을 발로 차서 폭약을 터트렸으므로 전사 분대로 끌려갔다. 한참 쪼그려 뛰기 기합을 받느라고 헐떡이는데 십분간 휴식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말쑥한 군복을 입은 주보병이 뛰어와서 교관에게 쪽지를 전했다. 면회신청 용지가 틀림없었다. 면회자로 뽑히기만 하면 토요일 오후 과업은 끝이었다. 하나둘씩 뽑힌 놈들이 입을 찢으면서 달려 나 갖고 남은 놈들 십분 뒤에 치를 고역 때문에 전부 우거지상이었다. 교관이 전사 분대쪽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제각기 가장 자신 있는 저주의 욕을 그 두 놈의 뒤통수에다 퍼부었는데, 교관의 입에서 엉뚱하게 내 이름이 떨어졌다. 애인이 면회다. 미자 가 보퉁이에 김밥과 고구마를 네댓알 싸서면회로 온 것이다."
이따가 담 치기에서 나오세요. 밤참해 놓을게요. 나는 머쓱하게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내 뒷주머니에 미자가 뭔가 찔러주면서 말했다. 노랑 띠니까니까 혼자 아껴 피세요. 필터 달린 담배 한갑 이었다. 과업이 끝난 뒤에 벌써 우리들의 소문은 자자 하게 퍼져 있었고, 나는 억울하게도 기둥 서방의 누명을 쓰고야 말았다. 나는 미자의 지시대로 담치기를 감행했다.
함께 잔다. 그러나 빠꿈이를 먹지 못했다.
기차에서 내리는 길로 서둘러 귀대하는 길에 시간이 늦어서 천상 담치기를 해야할 처지였으므로 몰개월을 거쳐 왔다. 갈매기집에서 아침을 먹고 들어갈 궁리로 잠깐 들여다 보았다. 미자는 빨래하러 가고 없었다. 바다로 흘러가는 찬내의 아래로 미자를 보러 갔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쪼그리고 앉아 방망이를 두드리는 모양이 제법이었다. 그 여자가 비누 묻은 손으로 머리를 올리는 것이 무슨 가정주부가 된 것 같았다.
서울에 다녀온 것을 묻고, 좋은 사람있느냐고 묻자 시집을 갔더라고 말한다.
미자가 대야를 들고 앞장섰다. 식사도중 시중을들고, 미자는 작부답게 담배연기를 길게 한숨을 섞어서 토해냈다.
"내일 밤에 나와요. 꼭...... 한코 주께"
헤드라이트를 켠 트럭들이 출동명령에 따라 줄지어 사단구역을 빠져나갔다.
군가가 연달아 들려왔다.
미자는 우리들 모두를 제 것으로 간직한 것이다. 몰개월의 여자들이 달마다 연출하던 이별의 연극은,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는 자들의 자기 표현임을 눈치챈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그것은 몰개월을 거쳐 먼 나라의 전장에서 죽어간 모든 병사들이 알고 있었던 일이다.
작가의 소설 '수인'에서 추장이야기가 나온다. 함께하는 텐트 속에서 입으로 음식을 요리하거나, 양계장 근처를 지나면 닭을 훔쳐다가 철모로 튀기거나.
수용연대에 있다가 갑자기 호출되어 하사관학교로 가는 트럭에서 앞차부터 들려오던 목이 터져라 부르던 군가. 싸나이로 태어나서~~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열애. 황석영 作. 1988. (2) | 2025.05.15 |
---|---|
📚 가객. 황석영 作. 1975. (0) | 2025.05.13 |
📚 수인2 중에서. 파병(1966-69). 황석영 作. 2017. (2) | 2025.04.28 |
📚 수인1 중에서. 유년.(1947-56). 황석영 作. (1) | 2025.04.27 |
📚 수인1 중에서. 상상속에 외출. 황석영 作. 2017. (3) | 2025.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