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수인1 중에서. 유년.(1947-56). 황석영 作.

no pain no gain 2025. 4. 27. 08:18

📚 수인1 중에서. 유년.(1947-56). 황석영 作.

1943년생이니까 다섯 살 무렵. 삼팔선 이남으로오기위해 막내이모네 집으로 간다. 이모부는 일본에서 법학전공하고 학병을 피해 평양으로 만주로 달아났다가, 해방이 되자 보안간부학교에가고 전쟁 때는 수상의 부관을 지낸다.
황해도에서 배를타고 개성 피난민 수용소를 거쳐 서울로 온다. 효창동에 자리잡고 살면서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는중에 가지고온 귀금속을 몽땅 도둑맞았다.

어머니는 딸 넷에 아들 둘인 개신교 집안의 딸로 외조부는 감리교 목사로 신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평양에서 의학전문학교와 고등보통학교의 설립을 주도했다.
아버지는 중농 집안에 삼대독자로 잘 자랐지만 일찍 부모를 여의고, 누나네 집에서 사춘기를 보낸다. 매부는 노름으로 집안의 땅들을 팔아치우자 땅 문서를 훔쳐서 달아나 평양에서 몇년간 학교를 다니다가, 맨손으로 만주에서 일본인 공장에서 선반과 자동차 엔진을 전문적으로 배워 독립하고, 정비소에서 타이어 제작하는 큰 회사를 운영한다. 어머니와 만날 즈음에는 삼십대 후반이었다.
해방이 되자 재산을 버려두고 평양에서 양장점을 시작하고 소련군 장교와 그 부인들이 주요 고객으로 장사가 잘 되었다.

그리고 영등포 시절. 일본시절 공장지대가 많은 곳이다. 엄마의 지도로 학교가기전에 한글을 깨우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50년 학교에 가고 사개월만에 전쟁이 시작된다.
피난생활로 노량진, 광명, 난곡으로 또는 다시 영등포로 돌아오기도 하고. 인천상륙작전 후에는 영등포로 돌아오고, 1.4후퇴때는 화물기차를 타고 대구로 떠나 학교를 다닌다. 어느날은 큰외삼촌을 만나는데 북에서 의대 교수였다.

어머니는 피난지에서도 큰 서점을 발견하면 <문지기아들 브레에스> <방정환의 소년소설집> <톰 소여의 모험> <몬테크리스토 백작> <푸르타크 영웅전> <안델센과 그림 동화집> 등의 읽을 책들을 사왔다. 학교 가기 전부터 중학생이 읽을 만한 책들을 섭렵해서 학교 공부가 별로 재미가 없었다.

피난길에 돌아오자 디프테리아에 걸린것을 알고, 뇌막염으로 사경을 헤매자 외삼촌 친구인 군의관에게 항생제를 구해서 의사에게 주사를 맞고 열이 내린다.

아버지는 춘천으로가서 서비스공장을 내고 가족과 가서 시장통 에서 책을 잔뜩 구해다가 하루종일 읽고는 했다. 춘천으로 한달씩 수업을 빼먹고 해서 학교 성적이 떨어지자 엄마는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오월. 누나의 용돈을 훔쳐 인천 바닷가로 가출을 한다. 하루종일 헤매다가 시장통에서 판자뒤에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생선장사 주안댁아줌마가 발견하고 함께 피난민집으로 가서 생선찌게에 식사를 하고 잔다. 다음날 함께 영등포로왔다. 어머니는 그 이후에 집에서 나갔다 돌아올 때까지의 일들을 하나도 빼먹지 말고 글로 써내라는 벌을 내린다.
5학년 1학기 말 산수를 큰누나에게 과외를시키고 외출금지를 한다.

어느날인가 친구가 캠핑을 가자고 하고 외출금지라 못간다 하면서도 탈출을 한다.
담요 석장, 군용 우비 두 벌, 그물, 양동이, 냄비와 그릇들에 주머니칼, 고추장, 된장 양념 등속.
여의도 비행장의 철조망 울타리와 땅콩밭으로 이어져 마포 강변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주변에 라뭇가지로 기둥을 세우고 텐트를 친 다음 우비와 담요를 깔고 네명이서 자기에 충분한 자리를 만들고. 헤엄도 치고 물고기도 잡고, 찌게와 밥을 해서 먹고. 하루지나 해질녘에 집으로 온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손을 잡고 집을 나와 "너 학교 다니기도 공부하기도 싫고 집도 싫지?" 하고 '귀신바위'쪽으로 가서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가 "차라리 나하구 강물에 빠져 죽자!" 물이 점점 깊어져 배에 이르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사정을 했다.

중학교에 입학시험은 지옥이었다. 산수나 자연같은 과목에 취약했다. 어머니와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해서 학년말에 수석을 하고, 중학교에 합격후 육 개월을 채 못 넘기고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집을 비우고 사업차 떠돌고, 다정하지가 않아서 차분하게 이야기 하지도 않고, 작가의 정신적 부족함을 채워준 것은 모두 어머니의 몫이다.

작가가 되는 훈련과정은 모두 어머니의 정성과 훈육에서 바탕이 된 결과물처럼 보인다.
언젠가 방송에서 작가는 말한다. "독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오랜시간 쌓인 결과물"이라고.

누구나 한글을 알고 책을 읽을줄은 알지만, 그 내용을 집약한다든가. 내용을 조리있게 설명하는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걸 말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