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冬眠. 채만식作.
곰은 가을이면 도토리 나무에 올라가서 도토리 열매를 따먹고, 배가 터지거나 말거나 실컷 또 따먹고 또 따먹고, 그러면서 간간히 한 번씩 땅으로 툭 떨어져 보고 떨어져 보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다가 마침내 살이 찔대로 쪄서 암만 떨어져도 아픈 줄 모를 정도가 되면 그제야 굴 속으로 깊이 들어가 삼동 내내 발바닥을 핥으면서 그 한 겨울을 난다고......
천하의 미련한 놈이지만, 그것 하나만은 대단히 부러운 제주 같다.
좀이나 좋나.-
봄. 여름. 가을. 이렇게 철 좋은 시절 만 살고서 가을이거들랑 도토리 열매나 배불리 따먹으면서, 가끔 땅 위로 떨어져 보거나 하면서 살살을 찌워서는 겨울 한철이랑 추위 모를 굴속에 가만히 들어앉아 심심풀이로 발바닥이나 핥고...... 그게 인간으로서 발바닥 긁는 여량 일 테지......
그러고 나서 이윽고 봄이 오면 기지개를 불끈 캐면서 다시 기어 나오고...... 참으로 팔자 하고는, 곰의 팔자가 천하제일이다.
인간도 어떻게 곰처럼 혹은 또 개구리처럼 아주 입을 봉해 버리고서 겨울 한철을 동면 하는 재주를 부리는 재주는 없는지, 엄동의 무서운 발걸음 소리가 차차 가까이 들림에 따라, 요새는 그게 실없이 연구거리가 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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