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김훈作.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측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고 흐르고 구른다. 땅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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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한다. 지나가는 그 숱한 여인들. 자전거와 자전거 사이 바람이 가르는 그 순간에 놓치지 않고, 어떤 밑밥을 깔았든 낚아채서 대화의 상대로 이끌고, 대화의 광장으로 모셔 와서 어떤 결론을 내던. 은밀한 공간에서 옷을 벗기고, 땀을 흘리고, 스릴과 공포와 아슬아슬함을 넘나들면서, 허리에 거친 노동과 쾌락의 순간을 맞바꾸는 그 모습이.
마치 자전거를 타고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예술 감각의 극치라고 생각된다.
7세기 젊은 여승 薛瑤는 스물한살에 한편의 시로 속세로 떠나 시쓰는 사내의 첩이 되었고, 당나라를 떠돌다가 통천에서 객사했다.
" 꽃 피어 봄 마음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이런 사랑이거나 그런 사랑 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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